청국장 제작기예 성급 무형문화유산 전승인 허향순의 이야기
청국장은 중국조선족의 전통 발효식품중에서도 독특한 력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음식이다. 특유의 강한 향과 깊은 맛으로 사랑받으며 최근에는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청국장 제작기예 성급 무형문화유산 전승인 허향순은 1994년 '연성뚝배기' 음식점을 오픈하며 연길시에서 가장 처음으로 음식점 메뉴에 청국장을 내세울 만큼 청국장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2011년에는 청국장 제작기예 성급 무형문화유산 전승인으로 인정받으며 청국장 전통 제조기술을 전승발전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결혼과 함께 시작된 청국장과의 인연
허향순의 청국장 인연은 결혼과 함께 시작되였다. 27살에 결혼하여 시집에 들어간 그녀는 시어머니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접하게 되였다. 시부모님은 평생 채식만을 고수하신 분으로 청국장과 김치찌개 같은 조선족 토속음식을 즐겨 드셨다. 특히 매일 아침밥상에는 노란 양재기에 담긴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이 빠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청국장의 특유한 냄새가 싫어 피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맛에 점점 끌리게 되였다. 시어머니의 정성스러운 손맛과 함께 한 식사는 청국장의 진정한 매력을 깨닫게 해주었다. 입맛이 없을 때 밥도둑 역할을 해주고, 기름진 음식이나 술 마신 뒤 속을 개운하게 해주는 청국장은 점차 그녀 가족의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였다.
'연성뚝배기'와 청국장의 대중화
1994년, 허향순은 '연성뚝배기'라는 음식점을 차리며 본격적으로 청국장 제조기술을 체계화하기 시작했다. 개업 초기 주메뉴는 된장찌개, 청국장, 오누이장, 콩장 등 '뚝배기 사형제'였는데 모두 콩을 주재료로 한 조선족 전통음식들이였다. 그중에서도 시어머니의 대표 메뉴였던 '청국장 뚝배기'를 메인 메뉴로 내세우며 청국장의 대중화에 힘썼다.
청국장 제조는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정교한 과정을 거친다. 삶은 콩을 발효시킬 때 청결한 환경과 적절한 온도 관리가 필수적이다. 허향순의 시어머니는 청국장 발효를 위해 새 솜이불을 준비하고 광목 보자기를 깨끗이 관리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특히 발효 과정에서의 온도 조절은 청국장의 맛과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허향순은 시어머니에게서 전수받은 전통적인 청국장제작 방법에 따라 발효시간을 세심하게 조절하는 등 전통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과학적인 환경관리 등을 도입해 일관된 청국장 품질을 유지했다.
“청국장은 결국 발효과학입니다. 발효온도는 40도 좌우를 유지하면서 24시간 숙성시켜야 하는데 겨울철은 조금 더 시간을 주어 35시간정도 숙성시켜야 제대로 된 청국장이 만들어집니다. 온도가 보장되는 작업공간도 필수적이구요” 허향순은 청국장 제작은 보기엔 간단할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나 까다로운 작업이기에 역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상들의 생활사와 문화사가 담긴 문화유산
청국장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조상들의 생활사와 문화사가 담긴 문화유산이다. 그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하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고구려 때 기마민족들이 말안장 밑에 삶은 콩을 넣고 다니며 말의 체온으로 자연발효된 것이 시초라는 설이다. 또한 청나라에서 전래되여 '청국장(清国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 전쟁때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장이라는 의미에서 '전국장(战国酱)'이 변형되였다는 설 등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원설은 청국장이 오랜 력사와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해 왔음을 보여준다.
청국장은 조선족의 식생활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입맛이 없을 때, 술에 절었을 때, 고향에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찾는 음식이 청국장이다. 또한 이국에서 온 손님에게 민족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음식이기도 하다. 허향순은 이러한 청국장의 문화적 가치를 잘 리해하고, 단순한 음식점 운영을 넘어 전통의 보존과 발전에 힘썼다. 전통음식발전연구회를 설립하고 청국장을 비롯한 민족음식의 연구와 개발에 공을 들였다.
청국장의 현대적 가치와 발전 가능성
“청국장이 대장암에까지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하면서 최근 청국장은 웰빙 트렌드를 타고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청국장 주재료인 콩은 고단백 식품으로, 식이섬유와 미네랄이 풍부하며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사포닌은 다양한 건강 기능성으로 알려져 있지요.” 허향순은 청국장의 현대적 가치를 일찍이 간파하고, 전통적인 제조법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인의 입맛과 건강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청국장을 제공했다.
례를 들어, 강한 냄새를 완화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청국장을 소스로 리용한 샐러드, 비빔밥 등 젊은 세대가 부담 없게 즐길 수 있는 청국장 식사메뉴를 개발했다. 조리방법에서도 연변식 설렁탕식 조리법과 한국식 진한 조리법 등 고객들의 부동한 입맛에 맞춘 메뉴개발을 적극 시도하였다.
그녀가 전망하는 청국장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다이어트 식품으로의 활용, 발효 성분을 활용한 기능성 식품 개발, 세계 시장 진출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져 있다. 허향순은 이러한 가능성을 념두에 두고 청국장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힘썼고, 그 결과 청국장은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해 가고있다.
허향순은 단순한 장인이 아니라 전통 발효문화의 수호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청국장 제조 기술을 후대에 전승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며, 제조 과정에서의 정성과 철학, 전통문화의 미와 효의 문화를 강조한다. 무형문화유산 전승인으로서 그녀가 직면한 과제는 다양하다. 전통 제조법과 현대 식품 안전 기준의 조화, 청국장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 젊은 세대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그녀는 연성각에서 70여명의 외지체험객들을 대상으로 민족전통음식문화 체험행사를 조직하였으며 중앙텔레비죤방송국 등 국가급 매체들에 연변의 우수한 전통음식문화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허향순은 정부에서 해마다 무형문화유산 전승인들의 로고를 인정해주고 또한 적극적인 지원도 해주어 감사하다면서 청국장 제조 과정을 문서화하고, 시연회와 강연을 통해 전통음식문화를 알리며 애심이 깃든 무상 기부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딸 최희연도 연변조선족전통음식연구소에서 어머니와 함께 전통문화 전승과 발전을 위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
청국장의 미래: 전통과 혁신의 조화
허향순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삶이 민족의 문화유산과 깊이 련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우연히 시작된 청국장 인연을 평생의 사업이자 사명으로 키워냈고, 전통 발효문화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성뚝배기음식점의 입구에는‘뚝배기가 냄비처럼 빨리 끓진 않지만 한번 뜨거워지면 쉽게 식지 않는다’는 글발이 씌여져있다. 1994년 연길시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한 '연성뚝배기'는 지금의 '연성각'으로 성장하며 중국조선족 민족음식의 대표 브랜드가 되였다. 30년째 이어온 연성전통음식유한회사는 연변의 유명 브랜드(老字号)로 날이 갈수록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있는 것이다.
청국장의 미래는 전통과 혁신의 조화에 달려 있다. 오랜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인의 생활방식에 맞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허향순은 시어머니로부터 배운 전통 방식을 충실히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청국장을 재해석해 대중화하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청국장은 발효가 맞춤하게 되였을때 쾌속 랭동법으로 발효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멈추기도 하지만 계절에 따라 그 발효과정을 장악하고 멈추는 것이 난제이기때문에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허향순의 솔직한 고백이였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 난제도 반드시 풀리게 될 것이라고 그녀는 긍정적으로 말했다.
전통 기술의 전승은 단순한 기술 전달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과 철학, 력사와 문화를 함께 전달하는 작업이다. 청국장 한 그릇에는 조상들의 지혜와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허향순은 이러한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또 실천해가고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인 셈이다.
/안상근 김파기자
编辑:김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