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룡정)양명금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그림으로 그려보면
내 모습이 보일가
내 동년과
내 젊음과
내 늙수그레 함을
그려 주었다
거기에 건강한 몸과
병든 마음까지
그려 넣었다
덩치는 큰데
속은 좁은 놈
나이는 실컷 먹고도
노는 건 아직 철부지
늘 엄살이고
늘 호들갑인
한심하고 못난 녀석
나는 내가 누구인지
왜 여기 있는지
정말 모른다
시골 잠자리
시골길을 걷는 내 어깨에 공짜로
탑승해서 호사를 누리는
잠자리 한 마리
그 많은 눈을 가지고
결국 날 선택 했구나
내가 믿음직스러웠나 보다
어라! 저기
자전거를 탄 길손의 어깨에도
고추잠자리 한놈 앉았네
시골 잠자리들은
수줍어 할줄 알았는데
굉장히 용감하구나
어깨에 앉은 잠자리 한 마리
마을까지 잘 모시고 오니
이 동네 잠자리 친구들 반갑다고
내 코앞에서 너도나도
꼬리를 달삭거린다
함께 살면 닮는다더니
낯설어도 반겨 맞아주는 모양이
텁텁한 시골인심을 닮은 것 같다
민들레
꽃이면서 꽃대접도 못받고
풀이면서 풀 언저리에서도 밀려나
한가슴에 외로움만 가득 안고 산다
그냥 고개 숙이고
풀로 살려고 해도
나물이라고 싹둑 잘라간다
밟히고 채우며
머리에 흰서리 떠일 때까지
바람의 시달림 마저 받아야 한다
장미의 고운 빛갈도 없이
카네이션의 진한 향기도 없이
서글픈 작은 꽃 한송이로 산다
한마디 원망도 없이
운명처럼 살아가는 민들레
찬찬히 보면 하늘나라 가신
내 엄마가 보인다
들풀
들판에서 태여나
천정도 벽도 없는 들판을
집으로 삼고 산다
잘났다고 뽐내는
꽃들을 비웃으며
아첨을 일삼는
수양버들도 멸시하며
새벽이면 이슬과 입 맞추고
낮에는 해님을 안고
밤에는 별빛과 친구한다
꽃처럼 향기롭지는 않아도
생명의 싱싱한 풋내를 풍기며
오연히 고개 들어푸른 합창을 이어간다
사랑의 후유증
——남편을 추모하여
당신은 나의
계몽스승이였어요
사랑의 눈이 뜨이게 한
당신 안에 있으면
나는 언제나 철부지 아이가 되고
당신 안에서 내가
시나브로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녀자가 되고
안해가 되고
엄마가 되는 길을 가르쳐 주었지요
당신은 나에게
부자가 되는 법도 가르쳐 주었죠
재물부자가 아닌 마음부자
비린내 나는 지푸라기는
생선을 만났기 때문이고
향기가 나는 종이는
향을 가까이 해서 그렇듯이
당신때문에
나는 향수를 치지 않아도
향기가 난다고 사람들이 말하겠지요
당신은 떠나셨어도
숙명이라 여기고
당신이 남기고 간 향기와
묵묵히 동행하겠습니다
编辑:안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