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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줄 끊어진 연

안상근      발표시간: 2025-05-23 10:41       출처: 길림신문 选择字号【

(대련)리삼민

지금 한국에 가 있는 둘째딸의 아들 김유진은 대련시조선족학교에 다닌다. 태여나서부터 소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우리 집에서 자라다보니 명절이나 방학때면 외할머니가 맛있는 것을 사준다면서 우리집에 오기를 좋아한다. 

그 애가 우리집에 오면 나도 외손자를 데리고 광장이나 공원에 가서 축구도 하고 팽이치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유진이는 금년 청명절 휴가일에 또 우리집에 오겠다고 전화가 왔다. 오전 10시쯤 되여 유진이는 우리 집에 오자마자 책가방을 침대에 벗어놓고 나더러 공원으로 놀러가자고 청을 들었다. 

점심에 친구들과 술 한잔 나누자고 약속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우리집에 놀러온 외손자의 부탁을 밀어버릴수 없다. 그래서 유진이를 데리고 인민광장에 가서 연띄우기를 하기로 했다. 상점에 가서 외손자가 마음에 들어하는 몸체가 크고 꼬리가 길고 색채가 고운 연을 사가지고 광장에 도착하니 먼저 온 사람들이 한창 성수나서 연을 하늘로 올려보내기 시작했다. 우리도 행장을 풀고 연띄우기를 시작했다. 줄을 연에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바람방향에 따라 유진이더러 연을 머리우로 쳐들게 하고 재빨리 달리면서 하늘로 올려 띄우기 시작했다. 

황해바다로부터 불어오는 훈훈한 바람이 나와 유진이가 반가워서인지 재빨리 연을 10여메터 상공으로 떠올렸다. 창공을 헤가르며 솟구치는 룡처럼 하늘높이 날아 오르는 연을 보자 유진이는 좋아라고 손벽을 치면서 성세를 올리였다. 

하지만 거퍼 한시간도 안되여 나와 유진이의 기쁨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원래 우리가 가지고 갔던 연이 다른 사람 연보다 고급이여서 제일 높게 떴는데 후에 키가 후리후리 하고 멋진 양복차림을 한 중년사나이가 아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가 올려 보낸 연보다 더 높게 올리 띄웠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승벽심이 강한 유진이가 대뜸 얼굴색이 변하더니 "외할아버지, 줄을 더 풀어 저 연보다 더 높이 뜨게 하세요! "라고 소리쳤다. 그때 우리가 올려보낸 연은 이미 30메터를 초과했기에 더 줄을 풀면 아무리 단단한 나일론 연줄이라고 해도 거센 바람에 줄이 끊어질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줄을 더 풀지 말자고 외손자를 타일렀지만 그애는 내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강한 유진이가 내 손에서 줄을 잡아채 늘이더니 아니나 다를가 거퍼 10초도 안되여 연줄이 툭 끊어지면서 너울너울 춤을 추던 연은 저 멀리 바다쪽으로 가물가물 사라져 버렸다.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유진에게 "왜서 저 연줄이 끊어졌는지 알만하니?"하고 물었더니 유진이는 얼굴이 수수떡이 되여 아무런 대답이 없다.

연은 묶이지 않으면 바람을 탈수가 없고 바람을 타지 않으면 높이 오르지 못한다. 그러나 연은 사람의 욕망에 따라 줄을 풀어 주면 높이 오르지만 절제하지 못하고 너무 높이 오르면 끈이 끊어져 버린다. 

우리들의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연이 부모가 낳아준 생명이라면 줄은 그 생명을 지켜가고 가꾸어 가는 ‘나’이다. 절주 빠른 이 세월에 누구나 더 잘 살아보려고 몸부림 친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한계가 있고 도덕과 법의 계선을 벗어나 허욕을 부린다면 종당에는 연줄이 끊어지는 것처럼 실패하고 망하게 된다. 

20년전, 내가 로씨아 우쑤리스크에서 과일과 채소도매 장사를 할때 나의 한 친구는 5년간 고군분투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 나라 세관규정에 따라 장사를 해도 얼마든지 돈을 벌수 있었는데 친구는 더 많은 돈을 벌려고 과일, 채소 트럭에 밀수물건을 실었다가 발각되면서 엄청난 벌금을 당하고 옥살이까지 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순간순간 더 넓게, 더 높게, 더 깊게 바뀌고 있다. 훈훈한 바람이 옷깃을 날리며 봄을 재촉한다. 외손자에게 이런 인생의 도리를 깨우쳐 주며 귀가하는 나의 발걸음은 한결 홀가분했다.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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