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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수기] 백년 세월 다져온 상부상조의 얼 계속 이어지길

최승호      발표시간: 2026-06-24 10:08       출처: 길림신문 选择字号【

장백현성조선족향도계에 대한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기자의 마음에는 잔잔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처음 ‘향도계’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기자는 이를 단순히 현대화된 상조회나 장의사 같은 개념으로 리해했다. 그러나 압록강반 장백현에서 마주한 향도계는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였다. 그것은 백년의 세월 동안 한세대 한세대 사람들의 삶과 죽음 속에서 이어져온 뜨거운 인간미가 흐르는 미풍량속의 축소판이고 ‘살아있는 문화유산’이였다.

향도계가 지닌 가장 큰 가치는 유구한 력사성과 독창적인 민속 전통에 있다고 생각된다. 지난세기초부터 변강 땅에 정착한 선대들이 전염병과 가난, 고립 속에서 서로의 상사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한 장례 협조조직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시대가 변하면서 장례 방식은 집에서 장례당으로 옮겨졌고, 운구 수단도 멜채에서 령구차로 바뀌였지만 수시, 고복, 명정, 입관, 하관에 이르는 전통 상례 례법은 여전히 그 원형을 지키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습속의 계승을 넘어 한 민족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이 응축된 문화적 기록이기도 하다.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향도계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끊임없이 스스로를 조정해왔다는 사실이다. 1986년 조직 통합을 거쳐 하나의 체계를 갖추었고 2000년 이후 리사회 제도를 통해 운영을 규범화했으며 2014년에는 ‘총도감 책임제’를 도입하여 장례 전 과정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확립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은 ‘무상봉사’의 원칙이다. 도감들은 보수를 바라지 않고 상가에 달려가 이웃의 마지막 길을 함께 지켜주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도감들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밤늦은 시간에도 전화 한통이면 달려가고 산을 오르며 묘지를 준비하는 고된 일이 반복되지만 그들은 이를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남의 집 상사를 내 일처럼 여기는 것이 우리 전통이다”라는 말 속에는 오랜 세월 이어져온 상부상조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 하나인상 깊었던 것은 향도계가 다른 민족 주민들과도 서로의 례법을 존중하며 오랜 기간 조화롭게 공존해왔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민족이지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함께 힘을 보태며 살아온 경험은 이 지역 특유의 따뜻한 풍토를 만들어냈다.

이제 장백현성조선족향도계는 한 지역의 민속조직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보존하고 전승해야 할 소중한 무형의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백년 세월 동안 슬픔을 나누며 다져온 이 전통이 제도적 보호 속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계승되고 다음 세대에도 변함없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编辑:유경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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