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눈물로 써온 감동의 대서사시

2018년, 협회 회원들이 북경시 개혁개방 40주년 기념 무용대회에서 공연후 기념사진을 남겼다.(앞줄 오른쪽 두번째 사람이 허미나 회장)

2018년, 협회 회원들이 북경시 개혁개방 40주년 기념 무용대회에서 열정적으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최근, 본사 취재팀은 특별기획 ‘우리 동네 은빛 발자취’ 취재를 위해 북경조선족로인협회 관계자들과 위챗 영상통화 및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화면 너머로 전해진 현장은 그 자체로 감동이였다. 북경시 조양구 망경가두의 무용활동실에서는 60대, 70대 로인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긴 장구를 메고 경쾌한 장단을 맞추며 춤을 추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북경조선족로인협회예술단 단원들이다.
“자, 하나 둘 셋 넷! 더 크게, 더 높이!”
허미나 회장의 구령에 맞춰 20여명 단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녀는 직접 앞에 나서서 장단을 맞추며 하나하나 동작을 교정했다. 땀방울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혔지만 그녀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12명 녀성, 그리고 버팀목이 되여준 한결같은 열정
북경조선족로인협회의 시작은 2002년, 불과 12명 무용 애호가들로부터 비롯되였다. 당시 이들은 자녀들을 따라 북경에 정착한 재취업 녀성들이였다. 활동 장소가 없어 중국사회과학원 탁구실, 중관촌에 있는 실외 정자, 조양구공원의 나무 그늘, 심지어 화평문(和平门) 근처의 한 음식점까지 전전했다.
“그때 생각 하면 정말 눈물이 납니다. 비 오는 날은 지하도로에서 련습했고 겨울에는 손이 얼어 장구채를 놓칠 정도였지요.” 황영월(85세) 부회장이 회고했다.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2005년에는 6개 지회, 100여명으로 성장했고 2007년 ‘북경아리랑로인문화체육교류협회’로 공식 출범했다. 2012년 북경시민족련의회의 승인을 받아 지금의 이름 ‘북경조선족로인협회’를 갖게 되였다.
“리성순 초대 회장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협회는 없었을 겁니다.”
리회장은 2002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20년간 협회를 이끌었다. 그의 목표는 단순했다. “북경에서도 우리 조선족 어르신들이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며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하자.” 그 열정 하나로 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전철을 갈아타고 멀리 통주(通州)까지 가서 회원들을 만나기도 했다.
현재 협회 회원 수는 200여명. 평균 년령 72세, 최고령자는 91세이며 45명의 당원이 있다.

2008년 8월 8일,협회회원들이 북경올림픽 개막식전 천안문광장에서 민족 의상을 입고 장고춤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2022년, 북경동계올림픽 관련 공연에 참여한 뒤 기념사진을 남겼다.
올림픽, 그 자부심을 잊을 수 없다
협회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단연 2008년 북경올림픽이였다. 80명의 회원이 아름다운 조선족 복장을 떨쳐입고 긴 장구를 메고 천안문광장에서 공연을 펼쳤다. 8월 8일 개막식 전날, 그들의 장구춤은 전세계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다.
“리성순 회장이 그 자리에서 중앙텔레비죤방송(CCTV) 취재진과 외신 기자들의 인터뷰를 받으셨어요. 우리가 북경의 자랑이 된 기분이었죠.” 황영월 부회장이 떠올리며 말했다.
북경시총공회 주석은 직접 협회에 ‘올림픽 지원 선진집체’라는 축기(锦旗)를 수여했다. 협회는 올림픽 기간 동안 10여개 종목의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전을 펼쳤고 페막식에도 참여했다.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 때도 그 열기는 이어졌다. 개막 60일전부터 조양구산림공원 문화광장에서 응원 공연을 펼쳤고‘북경동계올림픽 응원단’으로도 활약했다.

2015년, 협회가 주최한 ‘행복한 동행-황혼 결혼식’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하루밤 사이에 60벌, 우리 민족 복장에 담긴 혼
2020년 10월 CCTV 제1 스튜디오. 《영웅의 아들딸–중국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출전 70주년 문예야회》록화 현장.
“조선족 전통 의상이 아쉽다”는 제작진의 한마디에 협회는 '전쟁'을 시작했다. 이미 록화가 진행중이였지만 협회 회원들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뛰여들었다.
“리용실 회원이 밤을 새며 한복 60벌을 직접 만드셨어요. 그날 밤 우리 모두 잠을 새가면서 고생한 결과 제작진을 깜짝 놀래켰습니다.”
허미나 회장은 눈물을 머금이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 결과, 무대 우의 60명 협회 단원들이 흰색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고 <영웅의 아들딸> 무대에서 진한 감동을 안겼다. 당시 방송은 전국적으로 큰 울림을 주었다.
눈물의 큰절, 후원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22년말,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정식 취임한 허미나 앞에는 재정난이라는 거대한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활동 장소 임대료, 의상 제작비, 교통비 등 달마다 들어가는 고정 비용은 적지 않았다.
“몇달 동안 잠을 설치며 후원처를 찾아다녔어요. 회원들 앞에서 울고싶은 마음뿐이였죠.”
그때 움직인 이들이 바로 ‘북경조선족로인협회 후원리사회’였다. 김의진 리사장을 비롯한 후원회 임원들은 2015년부터 매년 기금을 모아왔다. 2023년, 그들은 1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마련했다.
“그 소식을 전하는 날, 허회장은 무대에서 큰절을 올리며 눈물을 흘리셨어요. 우리 모두 함께 울었습니다.” 강애선 비서장(71세)은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후원회는 김의진 리사장과 강성민, 리령, 박철 부리사장 및 김소옥 비서장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그해 ‘경로·감사·보은의 밤’ 행사는 감동의 물결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되였다.

2016년, 협회 회원들이 북경시조선족운동회에서 대형 무용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협회만은 지키겠다
2024년 하반기, 허미나 회장에게 시련이 닥쳤다. 외동딸이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고 대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딸의 병원비며 수술이며… 그때는 정말 모든 게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허미나 회장은 협회를 포기하지 않았다. 병원과 련습실을 오가며 딸을 간호하는 동시에 협회 일정을 챙겼다.
“어느 날 새벽 3시에 허미나 회장이 위챗 단체방에 련습 영상을 올리셨어요. 병원 복도에서 혼자 안무를 만들고 계셨던 거예요. 저희는 그 영상을 보며 다들 울었습니다.” 무용대 조옥주 대장(69세)은 지난 날을 떠올리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허미나 회장은 이런 헌신을 높이 평가받아 2025년 북경시 조양구 ‘문화인솔자’로 선정되였다.

2017년 4월, 오스트리아 화교총련합회와 오스트리아-중국 우호 문화교류기구의 초청으로 협회 무용단은 북경조선족문화예술교류단으로 윈에서 조선족 전통 무용, 민족 합창, 민속 악기 연주 등 다채로운 절목을 선보이며 중국 소수민족의 독특한 문화를 유럽에 알렸다. 사진은 공연을 마친 후 단원들이 기념사진을 남긴 모습.
'쓸모없는 돌'이 아니라 '하늘을 받치는 벽돌'
협회는 단순히 노래하고 춤추는 단체가 아니다. 그들은 매년 ‘민속문화제’, ‘효도문화제’, ‘음식문화제’를 개최하며 조선족 전통을 창의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특히 전국애심협회 리령 의장 등 북경의 조선족 예술인들은 20여년간 매주 주말마다 협회를 찾아 기초 동작 하나하나씩 가르쳤다.
“처음에는 장구도 제대로 못 쳤는데 지금은 아리랑 3장단을 자유자재로 연주합니다.”최국선(71세) 회원이 장구채를 쥐며 활짝 웃었다.
협회는 또한 2023년 세계대회 무대에서 금상, 국가대극원 ‘전국 중장년 풍체전시’ 우수조직상을 수상했으며‘석류씨 문화축제’, ‘민족단결컵’ 등 굵직한 행사에 초청받아 공연했다.

당을 따라 은빛 발자취는 계속된다
망경가두당지부의 지원 아래 협회는 림시당지부를 설립했다. 45명의 당원들은 매년 서백파기념관, 중국공산당력사전람관, 향산혁명기념관 등에서 현장 학습을 진행하며 정치적 신념을 다진다.
“우리는 비록 이미 퇴직했지만 당원의 본색은 절대 바래지 않았습니다.”박원춘(74세) 당지부 서기의 말이다.
2016년에는 북경시 사회령역‘선진기층당조직’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2021년에는 중국사회예술협회가 주최한 당창건 100주년 총화사업회에서 122명이 참가한 대형 무용 《해바라기, 태양을 향하여》로 활동 조직 우수상 기념 간판을 수상했다.

2021년, 협회는 북경에서 규모 있게 조선족 회갑연, 혼례, 돌잔치, 제사 등 전통 민속과 민족 음식을 선보이며 효도를 비롯한 조선족 전통문화를 재현했다.
미래 세대에게 문을 열다
현재 협회의 가장 큰 고민은 회원 고령화와 젊은층 류입 부족이다.
“우리도 변해야 합니다. 앞으로 두세개 언어를 익힌‘차세대 전도사’들이 조선말을 모르는 후세들에게 우리 문화를 알려줄 것입니다.” 허미나 회장의 목소리에는 미래에 대한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북경조선족로인협회 회원들은 '쓸모없는 돌'이 아니라 '하늘을 받치는 벽돌'입니다.”협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올리며 전국애심포럼 리령 의장이 말한 이 말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북경조선족로인협회는 지난 20년 동안 단순한 로인 여가단체를 넘어 문화 전승자, 공동체 구심점, 민족 화합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그들은 2008년 북경올림픽에서 2022년 동계올림픽까지, 중앙텔레비죤방송총국의 무대에서 현지 사회구역 무대까지 그들의 발자취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력사이다.
허미나 회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어르신들, 아직도 뜨겁게 춤추고 노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 열정이 꺼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함께 걸어갈 겁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영상 속 련습실에서는 다시 경쾌한 장구소리가 울려퍼졌다.



/박명화 정현관 기자, 강애선 통신원
编辑:유경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