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실
어느 일요일이다. 친구가 랭장고를 일년만에 손본다면서 숱한 랭동식품을 실어왔다. 물고기,청열콩, 청국장, 산나물,옥수수죽,시루떡...자그만한 식품가게를 통째로 들어온 것 같았다.
웃동네에 사는 친구도 숱한 닭모이를 가져왔다. 그때까지도 나는 기고만장해서 우리집엔 랭장고, 랭동궤, 신선남새저장궤들이 있으니 빈 자리가 많다고 하면서 랭동할 공간이 많은 것으로 알았다. 이렇게 남의집 물건까지 건사하느라고 우리집 랭장 전기제품들은 늘 만부하에 지쳐서 헉헉 거리며 숨이 차 있었고 나는 또 그 적치된 물건들을 찾느라고 진땀을 빼군 했다.
무엇이나 알맞게, 적당하게란 계선이 있어야 생활이 절주있고 통쾌하게 살아갈수 있을 건데 그렇게 많은 물건이 내 어깨를 지지누르고 꽉 차고 넘쳐서 숨쉴 공간과 여지가 없어서 랭장고도 힘들고 나도 힘드니 이제부터 홀가분하게 비우면서 살아가야 하겠다는 삶의 지혜와 도리를 깨우치기 시작했다.
한가지 사실을 통하여 비움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되였다. 어느 하루, 밥열콩 열근가량 사서 껍질을 발라 랭장고에 넣자고 보니 랭장고 안에 별로 자리가 없었다. 마치도 너무 많이 먹고 토하려는 상습적인 위병 환자처럼 그 많은 내용물들이 서로 밀고 부딪치면서 아우성 치는 것 같았다. 온도를 보장하기 위하여 작동하는 랭장고의 힘겨운 발동기 소리가 그렇게 들려왔다.
더 넣을 곳이 없어서 나는 결국 열콩을 해빛에 말리웠다. 80년대초 남편의 단위가 축목계통이라서 소를 잡으면 30여근씩이나 되는 고기를 가져오면 친척들을 나눠 주고도 남았다. 랭장고가 없었던 시절이라 그 고기를 간장에 졸여서 단지에 넣고 오래동안 먹기도 했다.
그때 세월엔 랭장고가 있으면 잘 사는 집이였다. 우리도 어느정도 생활이 펴이자 5천여원 주고 랭장고를 사왔다.
오래동안 가난에 습관되여 살면서 색다른 음식이 있으면 랭장고에 넣고 수요시에는 다시 녹여 먹기도 하였다. 얼궜던 채소와 고기들은 신선도가 떨어져 료리해도 맛이 없었다. 랭장고가 신기했던 그때는 많이 장만해 두는 재래의 습관으로 이것저것 사다 넣기도 하고 채 먹지 못한 것은 안쪽에 밀어 넣고 하다보면 랭장고안은 항상 뒤죽박죽 범벅이 되여 있었다.
그래서 랭장고를 정리하면서 미처 먹지 못한 삶은 찰옥수알 10여근, 산나물, 물쑥,청국장 등을 여러 집에 나눠 주었다.
“자네 덕분에 우리가 잘 먹겠소, 근데 이후는 이렇게 많이 얼구지 마오. ”
“요즘은 슈퍼에 가도 없는게 없이 살수 있는데 전기랑비하느라 이렇게 많이 얼구나...”
이웃집 할머니도, 언니도 나를 꾸중하였는데 모두 일리있는 말씀들이였다.
그때로부터 랭장고에 꽉 찬 필요없는 랭장식품을 바라보면서 마음에 쌓인 불필요한 짐도 버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랭장고 안에 빈 공간이 없듯이 집 구석구석과 내 마음속에도 빈공간이란 것이 거의 없으니 새로운 사물을 접수할 자리가 없었다.낡은 것만 고집하다보면 새 것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도리를 느꼈다. 시원히 버릴 것은 버리고 랭동한 짐을 처리하듯 내 마음속의 욕심창고를 청리하고 홀가분하게 가볍게 살고 싶었다.
때때로 먹을만큼 사야 랑비도 방지하고 신선도를 유지하고 건강에도 좋은데 말이다.
예전에 랭장고는 생활에 아주 필요한 주방공구였다면 지금은 내가 자꾸 사 넣는 바람에 먹거리 보관 공구로 되였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가장 적합한 사용기간이 있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끝도 없이 계속 채우려고만 한다면 넘어나서 곰팡이 끼기가 일수다. 자꾸 채우려는 욕심을 홀가분히 내려놓는 일도 사실 하나라도 더 베풀려는 욕심이 아닐가싶다.
자기 개인 리익을 희생할 줄 알면 남의 리익을 돕는 일이 된다. 그러면 그 자리에 채워지는 것은 남을 돌보며 살아가야 한다는 일리일 것이다. 그렇지! 비우라는 것은 물건을 비우라는 뜻이 아니라 령혼속의 자사자리한 욕심주머니를 버리라는 뜻일 것이다. 행동은 보이지 않는 의식이 눈으로 확인되는 결과물을 가득 챙겨놓는 것으로 자꾸 눈을 자극하였다.
어른들은 늘 비우며 살아야 한다고 말해 왔었다. 물건을 비운단 말인가? 생각을 비운단 말인가? 자기생활에 수요되는 것도 버린단 말인가?
아니다. 오래된 식품과 두지 말아야 할 잡념들을 버려서 시원한 공간과 가벼운 마음이 되라는 것일 거다. 식품과 식품사이를 둔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랭기가 드나들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공간을 유지하려면 넣은 만큼 빼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가득 채우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자기 것도 남에게 줄수 있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가질수 있다.여기까지 필을 달리고 보니 조금 알것 같다.잡다한 모든 욕심을 버리고 나면 내 마음속에 내 머리속에 새로운 생각, 새로운 희망이 밀려 들것만 같다. 그래서 욕심스레 채운 랭장고를 확 털고 정리해 넣기 시작했다. 부질없는 생각과 함께 쓸모없는 먹거리들을 주저없이 처리해 버리기 시작했다. 버리는 것이 곧 채우는 것이다. 낡은 것을 과감히 버리고 신선한 것을 들여 오기 위한 것이다. 생활에 필요하다고 사놓은 현대식 주방용구 랭장고가 우환거리로 되는 것을 방지하고 진정 나의 내조자로 탈바꿈 하게 하자.
아, 개운하다.시원하다.
编辑:안상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