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봉금
엿 달이는 날이면
엄마는 방구들에서 불이 날 지경으로
온종일 엿을 끓이셨다
엿은 너무 뜨거워 부글거리고
급기야는 걸쭉해져서
달콤한 엿 냄새로
방안 구석구석까지 꽉 채워주었다
엿은 엄마의 땀방울이였던 것을
잘 된 엿을 보면 짓던 엄마의 미소였던 것을
어린 나는 엿을 먹으면서도 몰랐다
엿을 켜면서 실눈이 되시던 엄마
우리 입에 넣어주시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하시던
울 엄마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
희노애락을 달여 우리 입을 즐겁게 해주시던
하얀 엿 한가락은
엄마의 뼈마디였음을
용서
깨진 마음에 꽃잎을 살짝 올려놓는 일이
용서라는데
작은 가슴에 눈물이 반짝이면
죄는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숨겨두었던 서운함과 아픈 곳은 감춰두어도
세상은 여전히 맑고 고와
내 상처만 쓰라립니다
바람에 날려 보내고 아니면 바다에 띄워 보내세요
나무잎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해볕이 나를 꼭 포옹해 줍니다
그때 비로소 세상은 환합니다
용서는 구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아프게 피여난 꽃에도 향기는 있고
꽃들은 앞을 다투어 피여납니디
가슴에서 응어리진 것을 꺼내면
나 자신은 깃털처럼 가벼워집니다
만남의 장소
휴일은 이방인도 품에 안고 대림동 골목
식탁우 정이 돌고
회포 담긴 술잔이 손끝을 따라
기억의 둥근 궤도를 천천히 맴돈다
한 잔 술에 고향 풍경을 띄우면
젓가락은 허공에 웃음을 그리고
낡은 트로트 한 곡 흘러나오면
고달픈 일상은 잠시 물러간다
말없이 전해지는 고향의 실내등은
잔잔한 마음 한켠으로 번져간다
잔 부딪힐 때마다 고향 사투리 꽃을 피우고
막걸리엔 설움이 살포시 섞인다
만난다는 것은 헤여져야 한다는 다른 말
바람은 여전히 차기만 한데
이 땅에 뿌리내리려 마음 잡는다
어느덧 익숙해진 타향의 골목에는
삶의 이야기로 물들어간다
떠나온 고향은 추억 속 등불이 되고
머무는 여기는 이제 나의 따스한 자리
지금 이 순간 우리는
타지에서 고향을 다시 빚는다
손봉금 프로필
흑룡강성조선족작가협회 회원. 재한문인협회 사무국장.
신문, 잡지, 방송에 체험수기, 수필, 시, 다수 발표.
영남문학상 시 부문 신인상, 한국국보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동포문학》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