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내몽골 초원에서 나다무 대회가 개최한 부흐(博克, 몽골어로 씨름) 시합이 열리고 있다. 재판의 호각 소리가 울리며 부흐 선수들은 상대의 씨름복을 움켜잡고 첫번째 움직임에 살짝 힘을 주다가 갑자기 강한 힘으로 날카로운 ‘어깨로 메어 던지기’(过肩摔)를 시도한다. 이때 상대를 땅에 메어치며 승부가 즉시 결정되자 경기장은 순식간에 열기로 가득 찼다.
부흐는 몽골족의 ‘남자 삼예’(男儿三艺) 중 하나로 그 력사는 서한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약 2천년의 력사를 자랑하는 이 전통 스포츠는 나이와 체중에 제한이 없어 남녀로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규칙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선수들은 규정된 동작으로 밀치기, 당기기, 휘돌리기, 걸기 등의 기술을 선보이면서 무릎 이상의 신체 부위가 땅에 닿으면 패배하게 된다. 이러한 포용성과 공정성 덕분에 보그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전통에 따르면 선수들의 복장은 매우 독특하다. 상의는 ‘탁덕격’(卓德格) 씨름복을 착용하고, 허리에는 ‘책일포격’(策日布格) 앞치마를 매며, 하의는 헐렁한 ‘반택륵’(班泽勒) 바지를 입고, 발에는 두꺼운 가죽부츠를 신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목에 걸치는 ‘장가’(将嘎, 몽골식 씨름의 목걸이)다. 알샤맹(阿拉善盟) 민족 씨름 협회 주석 도맹나생(图孟那生)은 “‘장가’ 우의 색띠 수는 선수의 등급을 나타내며, 챔피언을 한번 차지할 때마다 하나가 늘어난다. 이는 부흐 고수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젊은 부흐 선수에게도 전수될 수 있어 영예의 계승과 후배에 대한 격려가 된다”고 말했다.
2006년, 몽골족의 전통 씨름인 부흐가 제1차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대표 프로젝트 목록에 등재되였다. 이 영광의 리면에는 많은 전승자들이 묵묵히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샤리보얼식(沙力搏尔式) 씨름(보그의 분파)의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대표 전승자 알라등울라(阿拉腾乌拉)는 부모 세대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부흐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2003년, 내몽골자치구 알샤맹 알샤우기의 정치협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전통 기예가 직면한 전승 위기를 깊이 인식하고 샤리보얼식 씨름의 발굴 및 보호를 위한 제안을 최초로 제출했다. 이후 몇 년간 그는 힘겨운 현장 탐방을 이어갔다.
“외딴 목장 지역에서 사람들을 찾으러 갈 때, 때때로 말을 타거나 산속을 걸어야 했습니다. 겨울에는 차량이 진입할 수 없었고 여름에는 비로 인해 길이 끊겨 발로만 이동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알라등울라는 신강, 청해, 감숙 등지를 누비며 200여명을 찾아 20만자에 이르는 1차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했다. 이는 샤리보얼식 씨름의 전승에 있어 중요한 력사적 자료로 남게 되였다.
오늘날 부흐의 전승 계보에는 오랜 경험을 쌓은 베테랑과 활기찬 젊은 선수들이 함께하고 있다. 올해 17살인 경다맹은 최근 마무리된 ‘2025 알샤 나다무’ 부흐 경기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훈련 시절을 회상하며 경다맹은 깊은 감회를 조용히 표현했다. “훈련중에는 열심히 하다 보니 자주 넘어지고 때로는 정말 아파서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견뎌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전통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경다맹의 확고한 의지가 보그의 전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오늘날 경기장에서는 녀성 부흐 선수들의 모습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부흐 선수 아라거(阿拉格)는 “현재 녀성 부흐 선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젊은 세대와 어린이들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부흐 경기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힘을 경기에 보여줄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남자 삼예’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발전하고 있는 부흐는 그 포용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초원 스포츠의 매력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부흐의 미래에 대해 알라등울라는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2021년, 그는 중소학교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샤리보얼식 씨름 입문》교재를 편찬하였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이 부흐의 력사와 기술을 리해하고 이 힘찬 스포츠에 대한 사랑을 키우기를 희망하고 있다.
“부흐는 몽골족의 우수한 문화를 담고 있으며, 끈질기고 불굴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이는 어려움과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정신을 여러 민족 인민들에게 전하고 특히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어 지속적인 생기를 불어넣으려 합니다.” 경기장에서 부흐 선수들의 접전을 바라보며 알라등울라는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중국신문넷
编辑:안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