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손안의 휴대폰만 조작하면 수많은 책과 정보를 즉시 열람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을 통해 방대한 자료를 빠르게 검색하고 정리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전히 도서관을 찾을가? 오늘날 도서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크고 작은 스크린으로 책을 읽고 집에서도 클릭 한번으로 책을 살 수 있는 지금, 도서관은 과연 ‘구시대의 유물’이 된 걸가? 과연, 도서관은 ‘필요한 공간’으로 여전히 기능하고 있을가?
천일각문물복구중심에서 왕금옥(좌)이 사룡룡에게 고적 복구방법을 지도하고 있다.
2024년말 기준, 중국 전역에는 총 3,248개의 공공도서관이 운영중이며 리용자 수는 연인수로 무려 13억명을 넘었다.
과거를 지키고 미래를 여는 공간, 연구하고 공유하는 지식의 장, 오늘날의 도서관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현대인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다.
정보가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에 도서관은 ‘선별된 지식’을 지향한다. 인공지능과 검색엔진이 방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도서관의 공신력 있는 자료, 전문일군 그리고 체계적 지식 가공의 기준과 경험은 대체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은 독자와 량질의 도서 사이를 잇는 중요한 ‘다리’이다.
절강성 녕파시의 천일각은 중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장서각(藏书楼)으로 400여년의 세월 동안 책향기를 간직한 채 문맥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의 장서 사업은 서원장서(书院藏书), 개인장서(私人藏书) 등 다양한 형태로 이어져오다 근대에 이르러 공공도서관의 형태로 발전했고 새 중국 창건 이후에는 공공도서관 네트워크가 점차 체계화되였다.
오늘날 북경, 서안, 항주, 광주 등지에는 ‘중화문화 유전자 보존기지’가 세워져있다. 중국국가판본관은 력사·문화적으로 중요한 판본 자료를 영구 보존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가도서관은 갑골문, 죽간·백서, 금석 탁편, 근현대 인쇄본과 신문, 구술사 음향자료 등 다양한 매체를 정성스럽게 보존하고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는 디지털의 파도 속에서도 문명의 맥박을 직접 느끼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수시로 열람 가능한 문명의 기록을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 천일각에는 “분가해도 책을 나누지 않고 책은 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곳은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장서각’으로 대중을 향해 문을 활짝 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도서관의 진화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고대의 장서각에서 현대의 도서관으로, 단순한 ‘소장’ 중심에서 ‘활용’과 ‘봉사’의 중심으로, 이제는 인공지능을 통한 기능 혁신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변화는 공간의 진화일 뿐만 아니라 인식의 전환이기도 하다.
백년 력사를 가진 국가도서관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 도서관 직원들이 하던 자료정리와 정보추출, 지식봉사 업무는 이제 인공지능이 초기처리 과정을 담당한다. 최근 시범운영을 시작한 ‘중화고적 스마트화 봉사 플래트홈’은 독자들이 수천년의 력사를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게 한다. 새 기술은 도서관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그 가치를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오늘날 도서관은 단순한 학습공간을 넘어 독서와 사회 교류, 예술과 과학이 어우러지는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무료 휴양지’이자 ‘지식 충전소’이고 도시의 ‘문화 거실’이자 ‘문화 명소’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15분 독서 생활권 구축, 24시간 도시 서재 운영, 문화창의상품 개발, 새로운 문화관광명소로의 변모 등 현대 도서관은 디지털 물결 속에서 문화와 관광이 융합된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하며 공공문화 봉사의 활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사회의 리듬은 빨라지고 앉아서 차분히 책을 읽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습근평 총서기는 현실을 직시하는 동시에 방향도 제시했다.
“책향기는 하나의 분위기이다. 디지털 독서와 전통 독서를 결부시켜야 하며 우리의 본질과 소양을 지켜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보다 많은 일반 시민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도서관에 들어가 책장을 펼치고 잔잔한 서책 향기에 젖다 보면 종이 속에 흐르는 ‘몰입의 순간’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디지털+전통, 서로를 보완하며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도서관은 한 국가의 문화발전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자 공공문화 봉사를 공급하는 중요한 담체이다. 도서관은 민족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고 문화적 자긍심을 길러내며 언제나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도서관의 문을 한번 열어보자. 그곳엔 책장 너머의 잉크 향기만이 아니라 지식을 사랑하고 문명을 갈망하는 한 민족의 성실한 자세, 과거를 대하고 미래를 응시하는 진지한 마음이 함께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인민일보
编辑:안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