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성호
30년전, 나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 때문에 갈팡질팡했다. 마침 《길림신문》사에서 기자를 초빙한다고 연변대학 캠퍼스를 찾아왔다. 당시 감기로 학교에서 면접을 보지 못한 나는 은사인 최용린교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길림신문》사에 직접 와서 면접을 보았다. 당시 면접관인 신문사 책임자는 수필 한편을 써보라고는 자리를 떴다. 그날 <만남과 리별>이란 수필 한편을 써서 바쳤는데 며칠후 편집선생님들의 편집을 거쳐 신문에 발표되였다.
얼마후 나는 오매불망 고대하던 길림신문사 입사 통지를 받았다. 순간 나는 창공을 날아예는 새처럼 무한한 희망과 동경에 빠졌다.
첫 입사하던 날, 나는 설레임을 안고 《길림신문》사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신문사 지도자들과 선배 기자, 편집들의 열정적인 환영과 덕담 릴레이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설레임도 한순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반복되는 일상에 다소 회의감을 느꼈다. 내 상상속의 기자는 아름다운 조국 산천을 누비면서 생생한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이 천직이라고 생각했는데 매일 번역만 하고 지난 신문을 학습하는 외 다른 취재 임무가 차례지지 않아 다소 실망감과 함께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어느날 편집실 오주임이 “젊은이, 나랑 휘남현 루가향에 가서 취재를 해볼가?”하고 물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나는 인차 오주임을 따라 나섰다. 우리는 장거리뻐스로 울퉁불퉁한 산길을 달렸다. 차안에서 오주임은 “기자는 정직해야 하오. 어떤 유혹이나 사적인 마음으로 왜곡 보도를 해서는 안되오… 기자의 사명감은 진실을 반영하고 약자의 편에서 사회 정의를 바로 잡는 것이오.”라고 가르쳐주었다.
점심시간이 다 돼서야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행장을 미처 풀 사이도 없이 대기하고 있던 루가향 책임자의 안내하에 취재를 시작했다. 오주임은 촌의 경제 상황에 대해 어찌나 까근하게 물어 보는지 취재를 접수하는 촌장은 땀을 뻘뻘 흘렸다. 이윽고 취재를 마친 오주임은 만족한 듯 허허 웃으면서 “오늘 취재를 접수하여 고맙습니다. 기자는 보도에 충실해야 하기에 정확한 수치를 요구합니다.”하며 량해를 구했다. 촌장도 엄지 손가락을 척 내밀며 “정직한 뉴스보도만이 독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습니다.”라고 수긍했다.
첫 취재길에 보았던 오주임의 정직한 기자 자세는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가슴에 아로새겨졌다. 하여 이후 기자 생활에서 나는 정직함을 잃지 않고 량심있는 기자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은근히 단독 취재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어느날 편집판공실의 한주임이 나를 불렀다. “이번에 계약에 관한 재판보도가 있는데 한번 도전해보지 않겠소?” 나는 흔쾌히 대답했다. “네, 맡겨주면 열심히 완성하겠습니다.”
지난세기 90년대 중반 사람들의 계약 의식이 지금보다 박약했다. 하다 보니 계약으로 인한 분쟁이 사회의 열점 문제였다. 처음으로 사회 열점문제를 단독 취재하는 나의 마음은 흥분보다 근심이 더 많았다. 한주임은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는 조언을 해주었다. “사회의 정의를 수호하고 사회 약소 군체들의 리익을 대변하는 사명감을 잃지 말고 열심히 하면 꼭 취재를 훌륭하게 완성할거요…”
나는 기자의 사명감을 가슴에 다시 새기며 취재에서 한치의 빈틈도 없이 착실히 임했다. 물론 한주임의 격려와 방조로 취재임무를 원만히 완성했다.
어느덧 《길림신문》사와 맺은 인연도 30년이란 세월을 맞이한다. 그동안 사업의 수요로 《길림신문》사는 떠났지만 《길림신문》사에서 보냈던 짧은 2년은 나에게 기자의 바른 자세를 배우게 된 소중한 시간들이였다.
특히 《길림신문》사의 첫 기자생활을 시작으로 다른 매체들에도 몸 담그어온 기자생활 30년을 가끔 돌이켜 보기도 한다. 나는 진정 기자다운 기자였는가? 정직한 기자였는가? 기자의 사명감은 사수하였는가? 독자와 사회 약소 군체들의 리익을 대변하는 파수군 역할을 해왔는가? 의문은 갈수록 많아진다. 그러나 량심을 어기고 유혹에 넘어가 왜곡보도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정직하게 기자 길을 걸은 것은 자신한다. 나름 기자의 사명감을 다하려고 노력해온 것도 사실이다.
오늘 《길림신문》 40돐 생일을 맞으면서 내심 나에게 바른 기자의 정직함과 사명감을 가르쳐준 신문사 선배님들에 대한 무한한 경의와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그리고 40년간 민족사회의 대표적인 언론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휘황한 성과를 거둔 신문사의 걸어온 발자취에 응원 메시지를 보내며 앞으로 민족 신문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가리라 확신한다.
编辑:안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