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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행수기]‘번개팅’으로 떠난 우리 가족의 단동 려행기

김영화      발표시간: 2026-04-08 10:12       출처: 길림신문 选择字号【

◎ 김란

2026년 음력설, 우리 가족은 조금 특별한 려행을 떠났다. 평소라면 고향에 내려가 친척들과 명절을 보냈었지만 올해는 좀 다른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SNS에서 우연히 본 지인의 단동 려행 사진 한장으로 급하게 결정된 가족 ‘번개’ 려행, 그 목적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연변이랑 멀리 떨어지지 않은 단동이였다.

길을 떠나기 전날까지만해도 설 련휴에 과연 잘한 일일지 잠시 고민했지만 우리는 남들이 따뜻한 남쪽의 바다요, 온천이요 할 때 압록강이 흐르는 단동을 향해 운전대를 잡았다. 추운 날씨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그 추위마저 녹여주는 요소가 그 곳 단동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단동에서의 첫날 저녁, 붉은 등롱이 불밝히던 단동 시내에 들어서던 순간, 우리 가족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시내 곳곳에 걸린 붉은 등롱과 '복(福)'자가 설날의 상서로움이 물씬 안겨왔다. 먼 려행길은 아니였지만 마치 시간 려행을 한 듯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세계에 발을 들인 기분이 들었다.

설 련휴라 문을 닫은 곳이 많을가 하던 걱정도 잠시, 다행히도 기차역 주변 골목에는 작은 식당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선 그 집은 30년 전통의 만두 가게로 주인 아주머니의 정겨운 얼굴로 우릴 반겨주었다. 식당 아주머니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가 이 낯선 도시에서 첫번째 온기를 선사했다. 아버지께서는 아주머니와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시며 단동의 명소와 맛집에 대한 정보도 꽤 얻었다.

이튿날 력사의 무게와 평화의 소중함을 찾아 우리는 단동의 상징인 압록강 단교로 향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이 맑게 개여 겨울 해살이 반짝이고 있었다. 강가에 도착하자 시야가 확 트이고 드넓은 압록강면이 펼쳐졌다. 겨울 해살 아래 단교는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웠고 멀리 조선의 신의주 땅이 희미하게 보였다. 단교의 풍경을 감상하니 전쟁의 포화가 남긴 상처는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선명했다. 철골 구조물은 차가운 겨울 해살 아래서 더욱 무게감을 띠고 있었고 다리 우의 붉은 기발들은 바람에 펄럭이며 유난히 눈에 띄였다. 우리는 항미원조 력사를 되새기며 그때 그 시절 이 다리를 오갔을 사람들의 아픔과 희생을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다리 위에 서서 가족 사진을 한장 남겼다.  

밤이 되자 압록강변은 더욱 활기를 띠면서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강변 공원으로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작은 폭죽을 터뜨리고 누군가는 새해 소원을 적어 하늘 등불을 띄웠다. 우리는 찬바람을 피해 길가 포장마차에서 군밤과 어묵을 사먹으며 단동의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야경을 바라보았다.

단동을 떠나던 날 아침, 우리는 다시 압록강변에 다시 섰다. 따뜻한 설련휴 날씨에 예쁜 이슬이 아침 해살을 받아 압록강물 우에 반짝였다. 강물 우로 스치는 바람이 차갑긴 했지만 그 반짝임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아버님은 강가를 천천히 거니시며 이곳의 아침 풍경을 눈에 담으셨다. 엄마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여기 와서 찍은 사진이 벌써 백장도 넘었네"라며 웃으셨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가족 단체 사진을 한 컷 남겼다. 사진속 우리 가족의 표정은 모두 기쁨이 넘실거렸고 행복해 보였다. 우리의 등 뒤로는 압록강과 단교가 함께 담겨졌고 이 려행의 모든 순간을 압축해놓은 듯했다. 차량에 오르기 전, 우리는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와 차를 한잔씩 사들었다.

이번 단동 려행은 화려한 볼거리나 짜릿한 액티비티가 있는 려행은 아니였다. 하지만 꽁꽁 언 겨울 풍경속에서 우리 가족은 오히려 더 따뜻해질 수 있었다. 그것은 압록강 단교 우에서 나눈 진지한 대화였고 시장 호떡집 앞에서 함께 웃었던 순간이였으며 낯선이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마디에 가슴이 데워졌던 특별한 경험이였다. 유독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려행이 단순한 관광을 넘어 우리 가족이 서로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였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바쁜 일상에 치여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낯선 도시의 낯선 풍경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었다. 단교풍경에 심취해 자연스레 꺼낸 아버지의 젊은 시절 군복무이야기, 항미원조군인이셨던 외할아버지와 추억, 그리고 내가 앞으로 꿈꾸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겨울의 단동은 분명 추웠지만 우리 가족의 2026년 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포근했다. 차량이 고속도로에 오르고 단동 시내가 점점 멀어질 때, 나는 짧은 려행이였지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미 다음 겨울, 또 다른 도시로의 가족 려행을 상상하고 있었다.

编辑: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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