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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마을 대구촌, 전승의 새 길 모색

박명화,주동      발표시간: 2025-11-18 15:16       출처: 길림신문 选择字号【

11월17일 연변조선족자치주 돈화시 안명호진에 자리잡은 135년 풍상을 겪어온 조선족마을—대구촌(大沟村)을 찾았다.

기록에 따르면 대구촌은 1890년 청나라 광서 16년, 허씨, 권씨, 최씨, 서씨 네 가족이 조선반도에서 이주해 와서 세운 마을이다. 대구촌은 목단강 동남쪽 장백산맥의 대구령(大沟岭)·와룡령 일대인 길림성과 흑룡강성  경계에 자리잡고 있다. 강과 골짜기 사이 터전에 뿌리를 내린 뒤 린근지역과 화룡의 조선족들이 차례로 합류했으며 천연 샘물을 리용해 논을 일구며 생계를 이어왔다.

목단강과 돈화 방향을 안내하는 갈림길 도로표시판 /주동 기자 찍음

 대구촌 전통마을의 입구 모습. 마을 안쪽으로 201국도가 지나간다. /주동 기자 찍음

대구촌의 살아숨쉬는 유산‘산천제’

대구촌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조선족 ‘산천제’(山泉节, 또는 ‘샘물제’ )를 완전히 전승하고있는 마을이다. 해마다 음력 6월 13일이면 마을 사람들은 정성껏 단장하고 ‘호랑이샘’에 모인다. 예전에 호랑이가 드나들었다 하여 붙여진 이 샘물가에서 수퇘지를 제물로 바치며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고 평안을 기원한다. 음력 7월 13일이 되면 소골소조마을에서는 수탉을 바치는 ‘산제’(山节)를 지내며 산림을 공경하는 오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마을은 수도물을 안 마셔요. 집집마다 사시장철 이 샘물만 마시지요.”

소구소조 마을사람들의 이 한마디에는 인간과 자연의 깊은 련결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땅속에 놓인 관을 타고 집집마다 흘러드는,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는 샘물은 마을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이 마을 문화의 뿌리를 오롯이 지켜내고 있다.

조선족 전통 주택군을 보존한‘중국전통마을’

대구촌은 연변지역에서 규모가 보다 큰 조선족 전통 주택군을 보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23년에는 제6차 ‘중국전통마을’ 목록에 선정되였다. 이 마을의 팔작지붕과 현산식(悬山式) 목조 초가집들은 원형이 잘 보존되여있다.

백년 세월을 넘어선 가옥 안의 정주간과 온돌방이 가지런히 배치된  전통 설계, 그리고 처마 아래 스무개가 넘는 제비둥지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생 방식을 증명하고 있다. 2023년을 기해 대구촌에는 32채의 고택이 중점 보호 대상으로 지정되였다.

백년 력사를 간직한 전통 가옥과 처마 아래 제비둥지 /주동 기자 찍음

마을의 정신적 기둥을 이루는 홍색유적들

이 마을 일대는 항일영웅 진한장(陈翰章)이 부대를 이끌고 일본침략자들과 싸운 주요 전쟁터였으며 돈화시 최초의 당조직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마을에 보존된 동북항일련군 밀영과 대구전투 유적지 그리고 항미원조전쟁에 참전해 희생된 다섯 조선족 청년의 흔적을 간직한 유적들은 이 마을의 정신적 기둥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또한 복잡한 력사의 변화를 목격한 장소이기도 하다. 마을사람들의 설명에 따르면 소구소조마을에는 일본군 침략시기 일본인 학교와 거류지가 세워졌으며 일본군은 이곳에서 목재 자원을 략탈하여 수로를 통해 운반해나갔고 과거 일본 철도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곳은 또한 쏘련군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당시 중국 동북에 진입했을 때 통과한 경유지로도 알려져 있다.

오래된  마을의 숨결 전하는 촌무형문화유산전시관

대구촌무형문화유산전시관은 이 마을의 력사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을의 설립 배경, 문화유산, 민속문화, 인물이야기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여 보존되고 있다. 전시관에는 대구촌 일대에서 발굴한 유물과 마을사람들이 대대로 사용해온 손망, 키, 재봉침, 다리미, 다듬 방망이, 벽시계 같은 생활도구들 그리고 전통 놀이를 담은 그림자료들이 잘 갖춰져있다.

촌당지부 서기 허재길은 “이 모든 전시품은 촌지도부가 꼼꼼히 선별한 것들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마을 입구 량쪽에는 대구촌의 력사이야기와 력사인물, 민속이야기, 민속문화를 생동하게 그린 벽화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 살아있는 력사회랑은 촌무형문화유산전시관과 하나의 공간으로 련결되여 방문객들에게 통합적인 문화체험을 선사한다.


대구촌무형문화전시관 전시물 /주동 기자 찍음

문화와 관광의 융합을 통한 전통자원 모색에 나서

대구촌 주변 숲속에서는 너구리, 메돼지와 같은 들짐승들을 가끔 볼 수 있고 머루와 다래, 포도를 비롯한 각종 과일과 산나물이 많이 난다.  강과 호수, 저수지에는 기름개구리, 버들치를 비롯한 야생 민물고기들이 살아가는 등 생태환경도 량호하다. 그러나 마을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일부 민속활동의 전승이 어려워지고 있다.

허재길 서기는 “상급 부문의 지도 아래 문화와 관광의 융합을 통해 전통자원을 살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과 현대의 교차로에 선 대구촌은 현재 이민력사, 홍색문화, 민족 건축, 살아있는 민속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여 그 독특한 문화적 가치로 중화민족공동체 의식을 확고히 수립하는 생생한 실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명화 주동 기자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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