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설길림의 뜨거운 빙설경제(1)]
장춘시 이도구에 위치한 맞춤 스노우보드 공장, 한 청년이 방금 완성된 스노우보드를 세심히 닦고 있다. 작업에 몰두한 나머지 기자가 들어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길림시의 한 스키 코치님이 주문하신 제품이예요. 오늘 밤 직접 수령하러 오신다고 하셨죠." 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이름은 후향남(侯向南)이다. 1995년생인 그는 청춘과 열정으로 길림성의 빙설천지에서 자신만의 창업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후향남과 그가 제작한 맞춤 스노우보드
스키장에서 피여난 창업의 꿈
후향남과 스노우보드 제조업의 인연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스노우보드를 접한 순간, 그는 이 자유롭고 짜릿한 스포츠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실력이 늘수록 개성 있는 나만의 보드에 대한 갈망도 커졌다.
하지만 국내외 스노우보드 시장은 대형 브랜드들의 반자동 생산 제품으로 가득했다. 특히 해외 브랜드의 가격은 부담스러웠다. "왜 내 취향에 딱 맞는 스노우보드를 직접 만들 수 없을가?" 이 대담한 생각이 그의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항주의 대기업에서 전자상거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안정적인 직장, 탄탄한 커리어, 하지만 스노우보드는 조용히 그의 인생 항로를 바꿔놓고 있었다.
치렬한 고민 끝에 그는 2021년 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항주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 장춘으로 돌아와 창업의 길에 올랐다.
200㎡에서 시작된 도전
창업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200㎡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시작해 현재 1,000㎡에 가까운 공장으로 성장하기까지, 그 과정의 고난은 오직 후향남 자신만이 안다.
당시 스노우보드 장비 시장은 지금처럼 활기차지 않았다. 맞춤 스노우보드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공장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고 길림성도 례외가 아니였다. 소비자들의 낮은 인지도, 기술 부족, 자금난… 모든 문제가 산처럼 그를 짓눌렀다.
작업 중인 후향남(우)
하지만 후향남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의지와 끈기로 난관을 하나씩 돌파해 나갔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스키를 좋아하는 아남"이라는 계정을 만들어 창업 과정을 기록하고 스키 애호가들과 소통하며 조언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충성 팬들의 지지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브랜드 "혁납(赫纳)"을 탄생시켰다.
끝없는 배움의 려정
스키 애호가에서 스노우보드 제작 전문가로의 변신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스노우보드를 만드는 방법을 전혀 몰랐어요. 전문적인 제작 공정이 필요했고 끊임없이 배우고 실험하고 개선해야만 했죠." 후향남이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최고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 그는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국내 주요 공급업체를 찾아다니고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으며 해외 대기업에 영어 메일을 보내 문의하기도 했다. 적합한 보드 코어(板芯)를 찾기 위해 산둥까지 먼 길을 떠났고 기술과 파라미터(参数)를 배우기 위해 하남과 신강까지 찾아가 선배 기술자들과 교류했다.
때로는 1~2mm 오차 범위의 데이터를 위해 반복 실험을 진행하며 반년 심지어 1년의 시간을 쏟아붓기도 했다.
스노우보드 제작 과정을 세심히 확인하는 후향남(우)
또한 제품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그는 국제 브랜드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적합한 조각기(雕刻机) 등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스노우보드를 들고 여러 도시와 공장을 오가며 테스트를 진행했고 마침내 최적의 장비를 찾아냈다.
스노우보드의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스키 애호가들을 적극 찾아 테스트를 진행하고 소비자 피드백을 수집해 지속적으로 파라미터를 조정했다. 자금이 부족할 때는 필수 지출에만 집중하고 식비를 아껴가며 공장에서 생활했다. 하루 평균 18시간 이상 일하며 심신의 큰 압박을 견뎌냈다.
"일을 하려는 사람이 어떻게 어려움을 두려워하겠어요?" 후향남의 이 말은 창업에 대한 그의 결심과 용기를 잘 보여준다. 이런 불굴의 정신이 그를 역경 속에서 성장시켰고 점차 허물을 벗고 나비로 변모하게 했다.
정상 궤도에 오른 '혁납' 브랜드
끊임없는 노력 끝에 후향남의 공장은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 지난 빙설 시즌 동안 공장은 큰 성과를 거뒀다. 맞춤 스노우보드 주문이 이어졌고 뛰여난 애프터서비스로 소비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빙설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상해를 포함한 남부 지역 고객들의 주문이 벌써 밀려들고 있다. "전국적으로 길림의 눈이 좋고 빙설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게 알려지면서, 많은 남방 스키 애호가들이 일부러 길림을 찾아 맞춤 스노우보드를 주문하고 있어요." 후향남이 자랑스럽게 밝혔다.

컴퓨터로 맞춤 스노우보드를 설계하는 후향남
정부 지원이 회사 발전에 날개 달아줘
후향남의 성공에는 정부의 지원도 큰 몫을 했다. 최근 몇 년간 길림성 정부는 빙설 자원과 관련 산업을 적극 추동해 빙설 운동 열기를 높였다. 빙설 산업단지가 다수 조성되며 충분한 자원과 유리한 정책이 제공됐다.
"정부가 빙설 산업을 중시하고, 스키를 알고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제 사업도 함께 성장했어요." 후향남이 감격스럽게 말했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그는 빙설 산업의 미래를 더욱 확신하게 됐다.
길림 빙설 산업의 미래 밝힐 터
미래 계획을 묻자 후향남은 공장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며 더 많은 스키 애호가들에게 우수한 제품과 써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길림 빙설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길림성은 천연 파우더 스노우의 고장입니다. 이는 우리 자연의 강점입니다. 전국각지 여러분들이 길림에서 스키를 즐기고 빙설의 매력을 체험해 보길 바랍니다. 또한 저의 노력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길림의 빙설 산업을 리해하고 스키를 사랑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길림성의 빙설천지에서 후향남은 반짝이는 별처럼 청춘과 열정으로 빙설 산업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한 창업자의 분투기일 뿐 아니라, 길림 빙설 산업의 력동적 발전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기도 하다.
후향남과 같은 95후 젊은 창업가들의 노력 속에서, 길림 빙설 산업은 분명 더욱 찬란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길림신문 손맹번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