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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9.27’홈장경기가 보여준 희와 비

안상근      발표시간: 2025-10-04 13:07       출처: 길림신문 选择字号【

-연변룡정커시안팀과 중경동량룡팀 대결 관전평

자존심이 걸린 경기

 9월 27일 오후, 연길경기장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썩 가볍지 않았다. 물론 상승세를 타고있는 연변팀이지만 오늘 상대할 적수는 만만찮다는 우려때문이였다. 

8년전 연변(부덕)팀이 슈퍼리그에서 뛸 때 중경(력범)팀에게 0:4라는 어처구니없는 참패를 당하며 연변사람들을 실망시켰던 그 악몽이 슬그머니 머리를 쳐든 것이다. 그때 연변팀 감독은 박태하였고 중경팀 감독은 장외룡이였는데 두 사람 모두 국내에서 인기가 높았던 한국적 감독이였다. 그번 연변팀 참패로 연변팀과 박태하의 이미지는 여지없이 구겨졌었다. 

그런 중경팀이 8년만에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장외룡 감독이 이끌고 슈퍼리그 진출권에 있는 리그 2위의 신분으로 또 연변 안방을 넌지시 찾아들어온 것이다. 그 대신 연변팀은 박태하 대신 이기형이 사령탑을 잡고 장외룡과 맞장을 뜨게 되였다. 한번 단맛을 본 장외룡은 자신만만하게 연변으로 쳐들어 왔을 것이고 한번 고배를 마신 연변팀의 명예회복을 위해 많은 비과(备课)를 했을 이기형은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링에 나섰을 것이다. 질수 없는 경기,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 자존심이 걸린 경기,이기 때문이다. 이기형을 위수로 한 감독진이나 선수들이나 축구팬들의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나 또한 힘든 경기지만 꼭 현장에서 그 과정을 함께 하고싶은 절박감을 안고 간만에 경기장을 찾았다. 

3:0 성적표와 맞물리는 환상적인 경기

 적을 모르고 나만 알면 한번 이기고 한번 지며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언제나 지고 만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战百胜)‘ 론은 축구그라운드를 종횡무진하는 두 팀의 전략전술 구사에서 완벽하게 드러난다.

아무리 실력이 대방보다 약한 팀이라 해도 걸맞는 전술대안을 성공적으로 풀어나갔을 때 흔히 대방을 혼란에 빠뜨리고 경기흐름을 통제하여 좋은 경기결과를 이끌어내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이를 우리는 비대칭전략이라 부른다.

축구경기에서 두 팀의 경기는 기실 두 사령탑 사이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중경팀의 전술특점에 대해 이기형감독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8년전 0:4로 패한 리유와 교훈, 중경팀의 경기운영특성, 이에 대비한 연변팀의 공방절주의 전환 등 중경팀을 제패하기 위한 전술을 축구팀에 녹아 들어가게 하기 위한 그 노력이 90여분 경기에서 가감없이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방이 공격라인을 앞으로 올리고 '7초 공격'전술에 련련한다하여 방어에 치중하는 피동형 대응전략을 구사한 것이 아니라 '3:4:3' 압박형 진영구축으로 중원을 통제하고 수비라인을 안정화시키면서 공격라인으로의 빠른 전환을 펼쳐내 중경팀의 공방전환을 철저히 무산시킨 이기형감독의 전술 의지가 돋보였다는 점을 충분히 긍정하고 싶다. 

3:4:3 진영에 의해 연변팀은 수비와 미드필드, 공격라인이 멋진 조화와 변화를 이루면서 대방의 침투할 공간을 원천 차단하는 압박축구를 구사할수 있었다.

특히 후반전에 들어서 0:0의 국면을 타개하고저 중경팀의 뒤공간 공략을 위한 이기형감독의 주문이 잘 맞춰들어갔다고 본다. 중경팀 수비라인 뒤공간을 정조준하여 도밍구스가 보낸 패스는 포브스의 마무리로 련결됐고 서계조가 먼거리로 대방 수비라인 뒤공간에 날린 뽈은 우카추쿠에 의해 꼴로 이어졌다. 세개의 꼴은 모두 혼전속에서 우연히 들어간 것이 아니라 연변팀이 대방의 허점인 뒤공간을 노리는 치밀한 전략으로 완벽하게 이뤄 낸것이여서 값지다. 

3:0은 연변팀이 '지피지기'의 정확한 전략전술에 의한 환상적인 경기로 이루어낸 완벽한 결실이다. 경기종료후 중경팀 감독 장외룡은 연변팀은“실력이 상당히 강한 팀”이라고 극찬했는데 이 평가는 장감독의 겸손에서 나온 말이라고 본다. 나는 우리팀을 그냥 “감독의 전술의지에 따라 투혼을 불사르는 희망이 있는 팀”이라고 부르고 싶다.

연변축구팬 부락의 무서운 기염

 집계에 의하면 이날 경기장에 입장한 축구관중은 만8,000명 정도라고 한다. 집 안방의 TV앞에 진을 치고 앉은 각 현, 시 시청자들까지 망라하면 수만명은 더 될 것이다. 스크린을 마주한 중계방송시청과 현장에서의 경기장면관람에서 가장 큰 구별점은 역시 현장감이라 할수 있다. 그 현장감이 많이는 그라운드가 아닌 관람석에서 이루어진다. 관객이 없는 축구경기는 상상할 수 없다.

이날 경기 시작전부터 경기장은 벌써 뜨겁게 달아오르고있었다. 관례대 량쪽과 17번 관중석, 10번 관중석에 포진된 축구팬들이 끊임없이 뽑아내는 절주감 있는 함성, 북소리, 악기소리는 하늘땅을 진감하는 하나의 거창한 메아리로 축구고향의 매력을 한껏 과시하고 있었다. 

연변축구팬은 현대전파매체에 힘입어 그 피복률이 국내는 물론 국제화의 흐름을 타고 해외에까지 뻗어있다. 연변팀이 펼치는 모든 원정경기에는 축구팬들이 따라붙는데 그 수자가 놀랍다. 어떤 원정경기장은 연변팀의 홈장으로 착각할 정도로 연변축구팬들이 분위기를 잡아 나간다. 가장 유명한 원정경기장의 프랑카트가 '쟝저후(江浙沪)는 연변의 홈장입니다'이다. 이런 축구팬동네가 건재하기에 연변팀은 외로울수 없다. 

이날도 연변팀과 중경팀과의 90여분 경기내내 축구팬들은 특유의 기염을 토하면서 우리 축구팀의 긍정적에너지로 돼주고있었다. 지난 90년대 연변초창기 축구팬단체를 이끌었던 나였지만 이날 현장분위기에 매료되여 벌떡벌떡 자리에서 일어서기도 하고 고래고래 환성을 지르기도 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종료후의 연변축구팀과 축구팬들 사이의 멋진 교감의 장면은 TV 생중계에서 볼수없는 화면이였다. 이기형감독이 선수들을 이끌고 축구팬들을 향해 만들어내는 세리머니는 그야말로 황홀감 그 자체였고 축구팬들의 호명에 따라 서계조가 표현한 북장단, 우카추쿠의 유머러스한 춤동작은 축구단과 축구팬을 하나로 결집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이날 3:0의 결실은 명실공히 연변축구팀과 연변축구팬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값진 합작품이라 볼수있다. 

연변팀이 풀어야 할 몇가지 난제 

 9월 27일, 연변팀은 간만에 강한 자신감을 동반한 투혼과 집중력으로 화려하고 고무적인 집단플레이를 창출해내여 8년전 중경팀에 당했던 치욕을 한방에 날려버렸을 뿐만아니라 '동북호랑이'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떨쳐 고향사람들에게 푸짐한 국경절, 추석선물을 안겨주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날 경기를 관람하면서 나는 흥분과 동시에 연변팀이 안고있는 몇가지 우려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남을 떨칠수 없었다.

 첫째는 3:0의 실적을 일궈낸 공신이 외적선수 포브스와 우카추쿠라는 점이다. 꼴을 넣을 때마다 포브스, 우카추쿠, 도밍구스 세 외적선수가 약속이나 하듯 축구팬들 앞에서 펼치는 특유의 쇼를 지켜보면서 그들한테 환호를 보내는 한편, 연변팀의 신분의혹이 슬그머니 갈마드는 것을 어쩔수 없었다. 우리 나라 슈퍼리그와 갑급리그의 공통된 상황이지만 외적선수는 해결사고 본토선수는 둘러리를 서주는 식의 통념은 바뀌여야 한다. 올 시즌 연변팀이 넣은 28개 꼴 가운데 외적선수들이 15개를 넣었다는 점은 문제를 설명한다. 미래지향적으로 볼때 연변팀은 반드시 본토 미드필드는 물론, 수준급 꼴잡이들을 키워내야 한다. 돌발상황으로 외적선수가 팀을 떠나도 집단플레이를 무난히 소화할수 있는 끄떡없는 본토위주형팀으로 거듭나야 한다. 

둘째, 옐로카드 루적으로 결장하는 상황에 비상이 걸려야 한다. 팀의 전력이 뛰여나지 못한 팀에게 축구재판의 징벌처분으로 주전선수들이 한 두 껨의 관건적인 경기에서 배제되는 것은 엄청난 타격이 아닐수 없다. 지난 몇차례 경기에서 연변팀의 골간선수들 몇몇이 이같은 징벌처분의 루적으로 결장하는 상황을 맞았다. 재판의 판정여하를 떠나 연변팀 선수들은 막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옐로카드나 레드카드에 련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함이 요청된다. 부질없는 동작이나 무모한 태클로 팀 전체에 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세째, 연변팀 선수구조특점이 퇴색해서는 안된다. 국내에서 연변팀은 유일한 소수민족팀으로 인정받고있다. 조선족사회에서는 연변팀을 스스로 '중국조선족국가팀'으로 자랑스럽게 자처하고있다. 이 또한 중화민족공동체의식 구축이 강조되는 오늘날 연변팀이 중국프로축구시장에서 떳떳히 생존해가는 리유로 된다. 현재 연변축구팀의 조선족 주전선수비례는 팀의 절반을 이루지 못하고있다. 거기다 김태연, 박세호는 로장 반렬에 들어가 있어 90분 경기를 소화하기가 힘들다. 조선족선수 발견, 발굴이 절박한 시점 이다. 올해부터 가동되는 연변슈퍼리그(延超)가 연변축구팀 후비대 선발의 테라스(平台)가 될수 있을지 기대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연변팀은 건재해야 한다.

연변에서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범주를 넘어섰다. 연변의 명함장, 연변의 효자, 연변의 자존심, 우리가 축구에 열광하는 리유이고 축구앞에서 정중해지는 까닭이다. /채영춘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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