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 박정자
장백산의 쑥과 마늘의 기운 받아
우뚝 일어선 땅
해란강 구비구비 벼, 수수, 콩, 사과배.....
오곡백과 뼈와 살 키워주고
잘 여문 옥수수 하모니카 불며
아,에,이,오,우..... 우리 글 익혀주며
갓끈 졸라맨 어르신들
어루쓸어 깨우쳐 준 땅
대대손손 천년 푸른 소나무
학두루미 날아들어
깃을 치는 땅
비 오고 바람 불어도
늘 젊어있는
내 고향 연변땅
시가 내게로 다가왔다
70이 된 나이에
시가 내게로 다가왔다
평생 시를 쓰며
구름에 달 가듯이
지켜 나가시는
스승님 만나게 되여
시가 내게로 다가왔다
산에서 바다에서
강에서 언덕에서
얼굴없는 바람소리에
쉼없이 내게로 다가와
조선민족의 력사 이어주듯이
이렇게 시가 내게 다가왔다
어디에서든 나를 부르며
조선민족의 스란치마 같은
시 써 나가라고
아리아리 아리랑
스리스리 스리랑
조선민족의
나무잎배 띄우리라
봄 렬차
허겁지겁 달려온
지나온 나날들
무엇 때문에
그리 바쁘게 달려왔는지
더러는 탈선도 하고
고장도 나고
수리 하느라 쉬여갈 만도 했었는데
눈 앞에 목표가 있는 듯
렬차는 쉬지 않고
달려만 간다
이순(耳顺)의 역을 지나
고희(古稀)의 역에 다다르는 봄
가속도만 더해지고
시간은 일초의 여유로도
머무르지 않는다
아버지
새벽별을 이고 나가셨다
저녁 달을 등에 지고
집으로 향해 가시는
아버지의 발걸음 소리
터벅터벅
한생을 뼈 빠지도록
정미기계와 씨름하며
보얀 먼지 마시며
등허리 휘도록
일만 해 오셨던 아버지
어쩌다 무거운 고개 들어
서녘하늘 바라보면
초생달이 헤죽 웃는 모습따라
이제 겨울 지나 봄이 온다며
웃음꽃 활짝 피우시던 아버지
编辑:안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