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책은 어렵지요? 그래서 시중에 철학을 쉽게쉽게 해석해주는 책이 많습니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랑비하지 말라》,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저서 《소품과 부록》 중 소품 부분에 해당하며, 독일어 원서 제목은 〈삶의 지혜에 대한 격언〉입니다.
해석해주는 책이 아니라 원서 그대로인데도 딱딱하지 않고 재미납니다.
일단, 쇼펜하우어의 행복론입니다.
“행복의 원인은 우리 내면에서 나오며, 이는 사물에서 비롯된 행복보다도 크다.”
우리의 행복은 큰 집, 큰 차, 많은 돈, 명예, 지위 등 이런 외적인 것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 즉 우리의 인격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외부의 사건이나 조건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고 모든 인간은 같은 환경 속에서도 각기 다른 세상을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런 “어떻게 느낄지, 어떻게 경험할지”는 우리의 인격에 달렸습니다. 인격에 따라서 세상을 불행하게 바라볼 수도, 진부하고 단조롭게 바라볼 수도, 또는 풍요롭고 재미있게 인식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지상 최대 행복은 오로지 인격에 달린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서 말하는 인격은 무엇일가요?
쇼펜하우어는 “건강하고 행복한 신체의 조화에서 오는 차분하고 청명한 기질, 명확하고 생기가 넘치며 통찰력 있는 올곧은 지성, 온건한 의지에 따른 투명한 량심”을 인격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런 것들은 지위나 재산이 대체하지 못하는 가치를 지닙니다.
좀 더 쉽게 풀어볼가요?
총명한 사람은 온전히 홀로 있을 때조차도 자신만의 생각과 상상만으로 큰 즐거움을 얻습니다. 반면 아둔한 자는 아무리 사교 활동, 연극, 유흥거리를 즐겨도 고통스러운 권태로움을 피하지 못합니다.
선하고 절제하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는 환경이 곤궁해도 만족을 찾습니다. 하지만 탐욕스럽고 남을 시기하는 사람은 아무리 부자여도 만족을 모릅니다.
“인간의 본질은 인간의 소유물보다 행복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도 우리는 재산을 축적하는 데에 치중한 나머지 지적인 교양을 쌓는 일에는 뒤전입니다.
부자집에서 태여난 많은 사람이 엄청난 유산을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속수무책으로 탕진해 버리는 원인은 빈곤하고 공허한 정신에서 비롯된 권태 때문입니다. 부자로 태여났지만 내면이 가난하면 외부에서 뭐든 받아들여 내면의 부를 외적인 부로 대신하려고 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건 불가능합니다.
“결국 가난한 내면이 외적인 가난으로 이어진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행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상한 성격과 뛰여난 지능, 락천적 기질과 쾌활한 마음, 강인하고 튼튼한 몸입니다.
우리는 외적 재산이나 외부의 명예를 얻기보다 우에 언급한 자산들을 얻고 불리는 데 힘써야 합니다.
이중에서도 쇼펜하우어는 쾌활한 마음을 강조합니다.
“즐거운 사람은 언제나 그럴 만한 리유가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이 즐겁기 때문이다. 이 특성만큼 다른 모든 것을 대체할 만한 자산은 없다. 젊고 잘생긴 부자로 존경받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그가 행복한지 알려면 그가 쾌활한 사람인지 보아야 한다. 그가 쾌활하다면 그는 젊든 늙었든 몸이 곧았든 꼽추이든 가난하든 부자든 상관없이 행복하다.”
“젊은 시절 나는 고서를 보다가 이런 글귀를 읽었다. ‘많이 웃는 사람은 행복하고 많이 우는 사람은 불행하다.’ 아주 간결하지만 절대적 진리를 담고 있는 말이다."
그래서 쾌활함이 찾아오면 곧장 즐기라고 합니다. 걱정, 후회, 불안과 이것저것 심사숙고하느라 쾌활함을 놓쳐버리지 말고요. 그리고 내면의 풍요, 정신의 풍요를 갖추라고 합니다.
“내면의 부가 충분하여 자기를 부양하기 위해 외부에서 무언가를 조달할 필요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사람이 행복하다.”
즉 향락의 원천을 자신 안에서 찾을 수록 행복해진다는 얘기입니다. “행복은 스스로 만족하는 이의 것이다.”라고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요즘 사람들은 왜 불행할가요? 행복의 원천을 외부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나는 행복해져야 해!”라고 부르짖으며 이미 가진 게 충분한데도 갖지 못한 것들만 눈에 들어와서 안달이 나고 잠간의 만족을 느꼈다가도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다른 사람을 보면 이내 또 불행해집니다.
왜 그럴가요? 너무 남들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평판의 노예가 되여 불안한 삶을 산다. 개인의 의식 속에서 일어난 일보다 다수의 의견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기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저마다 숨길 수 없는 취향과 성향이 있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혼자가 되는 걸 두려워하기에 동시대인의 취향을 자신의 취향이라 믿으며 사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게 아닙니다.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려고 악을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행한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가요?
“고독을 즐기고 혼자가 되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합니다.
“가장 고독한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 정신적인 온기가 충분한 사람은 자신을 희생하거나 부정하면서까지 다른 사람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에게만 의존하고 모든 면에서 자신이 되는 사람이 가장 잘 사는 사람이다.”
쓸데없는 사교로 시간을 랑비하면서 남과 비교하고 남에게 보여주느라 허세를 부리고 하는 것은 인생 랑비입니다. 대신 나이가 들 수록 고독의 시간을 가지며 예술과 문학, 철학 등을 가까이하면서 내면을 채우라고 합니다. 그래야 진짜 행복, 우리의 내면에서 오는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책 속에 아래와 같은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리해 정도와 인식의 한계 내에서만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세상을 바라보는 척도가 조금이라도 바뀌는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위챗계정 <책수다> 운영자 김령
编辑:김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