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키로그람 이상 급의 우승자 유택균선수에게 황소 고삐를 넘기는 90세 고령의 정대원로인./박경남특약기자
단오절 씨름경기에 단독으로 수만원을 후원한 90세 고령 조선족 정대원(郑大元)로인의 선행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진한 감동을 전했다.
5월 31일, 연변주체육국과 연변주민족사무위원회가 주최하고 연길시성주청소년체육구락부가 주관한 ‘2025년 단오절 연변주민족식씨름경기’가 연길시에 위치한 중국조선족민속원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였다.
이날 경기 현장에서는 한복 차림을 한 백발의 건장한 로인이 87키로그람 이상 경기 우승자 유택균선수에게 전통 씨름의 정신을 상징하는 황소 고삐를 넘겼다. 이 로인이 바로 90세 고령의 정대원로인이다.
“내 마음은 수십년 전에 이미 씨름판에 스며들었소. 이 고삐가 씨름 꿈나무들의 미래를 잇는 힘이 되길 바라오. 이것이 내 인생 2막의 특별한 생일선물이요.” 황소 고삐를 건네며 한 정대원로인의 페부지언이다.
이 감동적인 순간은 씨름대회장을 울린 박수갈채로 이어졌다.
“정할아버지, 정말 대단합니다!” 관중들의 함성이 씨름장에 울려퍼졌다.
수많은 씨름애호가와 관중들의 일치한 주목을 받은 이날은 정대원로인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였다. 올해 단오명절은 정대원로인의 90세 생일이자 젊은 시절 전통 씨름을 무척 사랑했지만 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하여 가슴속에 남았던 한을 푸는 날이기도 했다.
정대원로인은 오래전부터 단오절 민속씨름경기를 관람하면서 자신이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씨름선수의 꿈을 젊은 선수들이 대신 이루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으며 연변 씨름운동의 발전에 보탬이 되고싶은 생각이 시종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대원로인의 가족사진(정대원 가족 제공).
정대원로인의 맏아들 정철호씨는“아버지의 뜻에 온 가족이 적극 지지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대원로인은 자식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평소 한푼두푼 아껴 모은 5만원을 대회 협찬금으로 내놓았다.
정철호씨는“아버지의 씨름 우승의 꿈이 오늘 경기 우승자 유택군선수의 몸에서 이루어지는 순간이였습니다.”라며 감회에 젖어 말했다.
씨름경기에 대한 90세 고령 정대원로인의 경제적 후원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전통 씨름을 아끼고 사랑하며 전승, 발양하려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할아버지, 전통운동에 대한 할아버지의 애착을 우리가 꼭 이어가겠습니다!” 젊은 선수들의 웨침이 정대원로인과 모든 관중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었다.
한편, 이날 연변주민족식씨름경기에서는 50여 명 선수가 소학부(40키로그람 이하, 45키로그람 이하, 50키로그람 이하, 50키로그람 이상, 녀자 50키로그람 이하), 초중부(62키로그람 이하, 74키로그람 이하, 74키로그람 이상), 성인부(74키로그람 이하, 87키로그람 이하, 87키로그람 이상)의 11개 체급 경기에서 열띤 승부를 펼쳐 단오절의 명절분위기를 한층 끓어올렸다.
룡정팀의 유택균이 87키로그람 이상 급의 우승을 따냈고 룡정팀의 최지성과 도문팀의 로우항이 각각 2위와 3위를 따냈다.
이날 관중석에 있던 70대 초반의 한 로인은“씨름경기를 좋아하여 명절 때마다 현장을 찾아 즐겨보는 편인데 오늘 경기를 90대 로인이 후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길림신문 유경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