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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이야기36] 그리운 친구

안상근      발표시간: 2026-06-15 14:26       출처: 길림신문 选择字号【

◎박병선

세월의 강은 아무 소리 없이 흘러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진심으로 맺은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다. 많은 만남과 리별 속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친구, 바로 철수이다. 내가 어려울 때 기대가 되였주었고, 내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배려해주었으며, 내 말을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손금보듯 알아주던 친구 철수, 그와 헤여진 지 어느덧 서른 해가 되여 간다. 그 친구를 떠올릴 때마다 그 때의 잊지못할 일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눈앞에 선하다.

서른 해 전, 철수네 집수리를 하게 되였다. 나는 친구의 일은 곧 내 일이라 생각하고 모래와 벽돌을 직접 화물차로 운반해주었다. 시세로 보면 재료비와 운반비가 300원 남짓 되였다. 그런데 철수는 1,300원을 억지로 내 손에 쥐여주었다. “더운 날 수고가 많았다”며 단호하게 밀어주었다. 단순한 금전적 도움이 아니라 친구의 진심 어린 고마움이였다.

이듬해, 내가 앓는다는 소식을 들은 철수네 부부는 영양보충이나 하라며 1,500원을 들고 병문안을 왔다. 그 시절 로동자 월급이 300원 안팎이였으니 큰 금액이였다. 형식적인 위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내 걱정을 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진짜 친구는 어려울 때 찾아오는 사람임을 다시 깨달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겨울날이 있다. 나는 화물차를 몰고 돈벌러 나갔으나 해가 질 때까지 한 푼도 벌지 못했다. 집세, 석탄비, 유치원비, 장모님 생활비까지 모든 것이 답답했다. 벌써 엿새째 돈을 손에 쥐여보지 못했다. 자존심 때문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괴로움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철수가 신기루처럼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시장에 짐이 있으니 집까지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10분도 안 되여 가벼운 짐을 실어 날랐다. 철수는 저녁을 먹고 가라며 나를 집 안으로 끌었다. 그의 안해도 온화하게 맞아주었다. 밥상우에는 먹음직한 고기반찬이며 물고기료리, 산나물까지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술 또한 고량주에 여러 산약초를 넣어 오래 숙성시킨 약술이였다.

술잔을 기울이며 철수가 말했다.

“밥 먹자고 찾아가면 네가 핑계로 안 오잖아. 그래서 오늘 짐을 부탁한 거야. 겨울에 일거리가 적은 걸 안다. 힘든 일 있으면 말해라. 네 자존심 때문에 말 못 한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우리는 친구잖아?”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에 와 닿았다. 철수는 나의 상황과 자존심, 괴로움까지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다.

술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려 할 때, 철수의 안해는 내 작업복 주머니에 차기름값이라며 100원을 넣어 주었다. 철수 부부는 택시를 타고 가라며 5원이면 충분할 길에 50원을 건네주었다. 이튿날 아침, 작업복 안쪽 주머니에서 백원짜리 지폐 열 장을 발견했다. 분명 철수가 몰래 넣어둔 것이였다. 돌려주려 갔지만 철수는 나보고 바쁜 일을 먼저 해결하라며 받지 않았다.

그 후로도 철수는 나의 화물차를 리용할 때마다 시가보다 몇 배나 되는 돈을 억지로 건네주군 했다. 그 당시 나에게는 설중송탄같은 고마움이였다. 물론 그때 철수는 조선과 로씨야를 오가며 무역을 하는 친구였기에 큰 부담은 아니였을지 모르나 진정한 우정이 아니였다면 가능했을까?

그렇게 정을 나누던 중, 1년 뒤 철수네는 심수로 이사를 갔다. 그 후 나도 노다지를 찾아 타향과 외국을 떠돌아야 했기에 련계조차 제때에 할수없게 되였다.

헤여진 지 5년 만에 귀국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철수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였다. 그러나 전화번호는 바뀌여 있었다. 깊은 후회에 휩싸였다. 몇 년 전 완전히 고향으로 돌아와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보면 철수가 한없이 그립다. 지금 우리는 어느덧 예순 중반의 나이에 이르렀다. 그리움은 세월이 갈수록 더 깊어진다.

여생에 철수와 다시 만나 술 한잔 나누며 옛날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 힘들었던 시절, 서로를 걱정했던 마음, 함께 웃었던 기억들을 마음껏 나누고 싶다. 내 생애 가장 소중한 친구 철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정을 갚는 마음으로 노래 한 곡 불러주고 싶다.

서른 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그리움은 조금도 바래지 않고 더욱 진해졌다. 철수와의 인연은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보물이다. 철수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든,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빈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내 마음속에 그리운 친구 철수는 살아 있다.

박병선프로필

화룡시 출생

연변작가협회 회원, 연변아동문학연구회 회원, 연변시조협회 회원, 연변가사협회 회원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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