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숙
푸른 희망 한짐 짊어지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삶의 첫 스타스선에 섰다
호각소리와 함께 두주먹 부르쥐고
죽기내기로 앞으로 달렸다
남들은 한번에 몇계단씩 건너뛰며
삶의 계단 잘도 오르는데
한계단 한계단 힘들게 올라가도
인생은 칭찬은 커녕
한번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자주 넘어져 무릎 벗기고
엉덩이 깨지고 머리까지 터진 나
왜 얼렁뚱땅 건너뛰는 사람들이 더 잘 나갈가
왜 책속의 방적식과
삶의 방정식은 서로 다를가
굴릴수록 더 커지는 의문덩어리
열여덟살 그 해
처음으로 가슴 벅차게 안아 본 의문부호
인생공부 첫번째 시간이였다
인생공부(2)
수학책 하나 달랑 들고
삶의 바다에 뛰여 들었다
한장한장 책장 번지며
애써 그려 등에 잔뜩 짊어진
삼각형
원
포물선
쌍곡선...
낑낑 있는 그대로 모두 지고 가다가
무거워 자주 곤두박질쳤다
책이 이끄는대로 살아온 지난날들
수자 하나만으로 내다 본 세상
지친 내 삶은 거기서 울고있었다
인생은 순환소수요
쪼개보지도 못한채
살아야 하는 사사오입이라는데
버릴줄 몰라서 이렇듯 무거운 것인가
남은 생 사사오입하며 살아갈수 있을가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수학책을
세월의 강에 던져 버릴수 있을가
삶의 바다에 수수께끼로 서있는
커다란 물음표 하나
인생공부(3)
수학책을 던져 버리려고
삶의 바다에 다시 섰다
먼저 한장한장 찢어 던지다가
그대로 다 던져 버렸다
이 많은걸 던져 버렸으니
깃털마냥 가벼울거라 생각했는데
왠지 몸도 마음도 더 무겁다
울적한 기분으로 돌아서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버지의 웅굴진 목소리
-네 초심을 잊어서는 안되니라
하늘을 쳐다 보았다
엄마도 아버지와 함께 내려다 보시는듯
둥둥 떠내려가는 종이장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들어
허둥지둥 달려가 꽉 움켜잡았다
-네가 바로 나의 초심이였구나
가슴에 책 꼭 끌어안고
고마운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다가
삶의 스타트선에 힘있게 다시 섰다
수학책
아버지가 주신 생의 첫 선물이였다
编辑:안상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