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선
울 할아버지 5남매 자식 앞세우고
두만강 넘어 용천골에 오실적에
산천은 모두 하얀 백설이요
할아버지 할머니, 옆에서 걷는 자식들도
등에 업힌, 품에 안긴 아기
모두 하얀 베옷을 입고 왔다오
울 아빠 새하얀 베천 한복에 두루마기 입고
울 엄마 새하얀 열두폭 모시십새배 치마저고리 입고
양가 부모님께 큰절 올리고
신랑신부 맞절하며 백년가약 맺었다오
부모님 낳아 키운 우리 4형제 모두
세상에 온 첫날 흰 배내저고리를 입고 컸다오
나는 새하얀 유동 치마저고리 입고 시집갔소
지금껏 나들이 옷은 흰 베옷이라오
흰옷입고 흰꿈 꾸는 나는 조선족이라오
고향 하늘
하늘이 그립소
비온 뒤 흙내음 싱그럽게 피여오르고
초가집 통나무 굴뚝에서
밥연기 모락모락 타래치며 올라가던
하늘이 그립소
서산노을 늬엿늬엿 걸어오는 해를 반기고
팔간집 외양간에 매 놓은 송아지
음매음매 엄마 찾는 울음소리 울려퍼지던
하늘이 그립소
팽이치다 뒤로 자빠져 한창 쳐다보던
캄캄한 밤 둥근 달 반짝이는 별과 같이
바람타고 구름과 숨박꼭질하던
그 하늘이 하염없이 그립소
우리 동네 1
옹기 종기 모여살던
하얀 마을 우리 동네
아침이면 집집마다
책보 안고 책가방 멘
애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학교로 간다
하얀 저녁연기 서산에 몰몰
동네 애들 하나 둘씩
털썩 털썩 모둠 뜀을 뛰며
집으로 온다
창밖에 어스름 비치는 어두운 전등불 밑
밥상에 모여 앉아 비좁다고 팔꿈치 싸움
마음 착한 둘째 공책들고 물러나
방바닥에 책을 편다
밥상에 엎드린 막내 코 곤다고
야단치는 맏형
할머니 막내 손주 엉덩이를 토닥토닥
공부습관 나빠진다 큰손주 투덜투덜
온 밤 하얀 꿈 꾼 애들이
날밝으면 우르르 학교가던
하얀 마을 우리 동네 그립구나
우리 동네 2
그때는 정말 아이들도 많았지
옆집 오빠들 “꿍! 지! 파!” 신났지
지면 엎드리고
이기면 올라타고
그때는 정말 아이들도 많았지
언니들 고무줄 뛰기 신났지
승희언니 높이 뛰여 발에 고무줄 걸면
우리 모두 그 결에 붙어 함께 뛰였지
그때는 정말 아이들도 많았지
엄마들 저녁 먹으라 부르면
신나게 놀던 애들이 우르르
서너명씩 한 집안에 들어갔지
지금은
그 동네 높은 빌딩 으시대는데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은
보이질 않네
다 어데 갔을가!
编辑:안상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