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녀
산이 그림자 데리고
호수에 마실 왔다
명경같은 호수가
두팔 벌려 산을 포옹한다
힘든 하루 려정 마친 산과
구름의 유혹도
바람의 추파도
조용히 날려 보낸 호수
그리웠다 보고 싶었다
얼싸 안고 감격하는
호수와 산그림자의 밀회
가로수
해님을 머리에 얹고
내 품을 내주었다
푸르른 청춘을 선물했다
하늘이 높아 간다
태양이 지쳐서 식어 간다
내옷이 찢겨 지고
살점들이 한 웅큼 한 웅큼씩
뚝뚝 떨어져 땅 우에
서글피 뒹군다
내 초라한 모습에
나를 사랑했던 님들도
하나 둘 등 돌린다
나는 신음한다
세상은 리별을 고하고
울긋불긋 단풍옷 입는가 했더니
락엽 되여 우수수 떨어진다
나의 그늘을 밟고 간 사람들
다시 불러 오기엔 멀다
긴긴 세월 등에 업고
봄아씨 찾아 가자
허수아비
헐렁한 베저고리에
허름한 초모자 눌러 쓰고
논뚝 지키던 외할아버지
훠이 ~훠이~
손 사래치며
험한 세월 쫓고 쫓으셨네
누렇던 벼 밭 물결 거두자
빈 들녘에 우두커니 서서
바람 따라 북망산으로 향하셨네
갈대밭 새떼들도
할아버지 따라 날아 오르네
별이 뜨는 밤
나는 별이 뜨는 밤이
좋습니다
별 뜨는 밤은
엄마와 만나는 밤입니다
어느날 밤 별이
제일 화안한지 아십니까
내 생일날의 하늘은
별빛이 대낮 같습니다
우리 엄마 촛불 켜놓고
생일 케익 준비합니다
엄마가 케익에
촛불을 밝히는 밤입니다
우르르
별들의 박수소리 들려 옵니다
별이 빛나는 화안한 밤입니다
编辑:안상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