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따다가
훅 손 따갑게 들어온 가시 하나
집게로 뽑으니 빨간 피 돋는다
그러나
가슴에 심장에
깊이 박혀버린 가시는
아무리해도 좀체로
뽑히지 않는 가슴가시는
심장을 불살라
그 뾰족한 끝을 녹여주니
저절로 걸어나온다
대가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떠나는 가시 앞에
머리를 숙인다
갈대
꽃 아닌 풀들도
초록치마 떨쳐입고
계절을 즐기는데
한껏 수수한 웃음만 한 점
비가 와도
바람 불어도
락엽 뒹굴어도
흔들림 없이 미소만 지을 뿐
보잘 것 없는 숲에서 태여나
한 세상 투정도 부리지 않고
생명의 노래만 부르는 넌
아프게 살면서도
속을 비울 줄 알고
외롭게 흔들리면서도
울음을 참을 줄 알던 넌
꿈의 릴레이
바람이 좋다
하늘을 난다
땅속에서는 씨앗이
작은 가슴에 꿈을 품고
곧 일어설 거라고 소곤거린다
해빛 찬란하면
고개 내밀고
세상을 두리번거리다가
파란 입술 쏘옥 내민다
마침내 가슴이 넓어지고
꿈이 참을 수 없이 커지면
푸른 하늘에
꿈 품은 씨앗을
훨훨 날린다
/리기준
编辑:안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