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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키족, 순록이 식구이고 삼림이 고향인 사람들

오건      발표시간: 2026-06-04 15:35       출처: 국제방송-조선어 选择字号【

어원키족(鄂温克族)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민족이다. ‘어원키’는 그들의 자칭으로 ‘삼림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중국 경내 어원키족 인구는 약 3만 4,000명이며 주로 내몽골자치구와 흑룡강성에 살고 있다. 어원키족은 고유 언어인 어원키어를 사용하지만 본 민족 문자는 없어 몽골문자나 한문을 사용한다.

어원키족은 예로부터 깊은 삼림 속에서 사냥하며 살아온 민족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일부는 삼림을 벗어나 초원과 강가 평야로 나와 목축과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일부는 여전히 삼림에 남아 순록(驯鹿, 사슴과에 속하는 동물)을 기르며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이어갔다. 오랜 이주 과정에서 이들은 거주 지역에 따라 외부로부터 ‘솔론(용감한 사냥군)’, ‘스루(사슴 기르는 사람)’ 등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모두 스스로를 ‘어원키’라 통칭했다. 1957년 중화인민공화국은 이 민족의 명칭을 어원키족으로 통일했고 1958년 8월 1일 어원키족자치기를 설립했다.

순록, 자작나무, 춤… 그들의 삶에 깃든 문화

어원키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순록이다. 오늘날에도 내몽골자치구 오루구야어원키민족향(敖鲁古雅鄂温克民族乡)에서는 순록 사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완전한 유목 생활은 아니지만, 정착 생활을 하면서도 삼림에 순록을 풀어 놓고 관리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에게 순록은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이자 정신적 지주다. 순록젖은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최고의 례우이며 가죽은 옷과 신발, 천막 덮개로, 뼈는 각종 도구로 활용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생활용품들이다. 어원키족은 여름이면 자작나무 껍질로 전통가옥의 겉을 감싸 비바람을 막고 그릇과 상자, 아기 침대까지 만들어 썼다. 거기에 칼로 새겨 넣은 기하문양과 동물 문양은 어원키 녀성들의 뛰여난 손재주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춤과 노래 또한 이들의 삶에 깊이 배여 있다. 녀성들이 즐겨 추는 집단무 '누게이러(발 구르기 춤)'은 힘차고 호방한 동작이 특징이다. 백조를 숭상하는 이들은 백조의 자태를 본따 추는'워르체(백조춤)', 수렵 동작을 흉내 낸 '아한바이(사냥춤)'도 함께 전해진다. 삼림 속 어원키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모여 추는 '이칸(우등불춤)'은 지금도 축제의 밤을 뜨겁게 달군다. 이 춤들의 이름은 모두 어원키어에서 왔다.

한 해를 여는 기쁨, 세 번의 큰 잔치

어원키족의 한 해에는 세 개의 큰 명절이 있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춘절이다. 어원키족의 춘절은 섣달 23일부터 시작된다. 이날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부뚜막신에게 깨엿사탕을 올린다. 초원의 어원키인들은 이날 저녁 화신제를 지내며 이후로 본격적인 설 준비에 들어간다. 섣달 27일 저녁에는 북두성에 제를 올리고 그믐날에 앞서 조상 묘지를 찾아 제사를 지낸다. 그믐날 저녁이면 마당에 우등불을 피워 정월 초닷새까지 꺼뜨리지 않는다. 이때 집안 물건을 밖으로 내가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한 해 운수와 재물이 나갈까 봐 금기시하며 우등불이 가장 세게 타오르는 집안이 한 해 운수대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 뒤 집안에 들어와 로인들에게 술을 올리고 절을 하면 로인들은 말이나 노래로 덕담을 해준다. 그믐날 밤에는 온 가족이 대문 밖으로 나가 재물신을 맞이하고 물만두를 먹으며 해 뜨기를 기다린다.

5월 22일은 미쿼루절(米阔鲁节)이다. '풍작을 경축한다'는 뜻의 이날, 목축민들은 말갈기와 말꼬리를 다듬고 새끼양의 귀에 표식을 한다. 경마와 씨름이 벌어지고 우승자에겐 소와 양을 상으로 준다. 집집마다 양을 잡아 가축보호신에게 제를 올리며 가축의 안전과 번성을 기원한다.

6월 18일은 서빈절(瑟宾节)이다. 춘절 버금가는 큰 명절로 한동안 사라졌다가 1994년부터 다시 이어지고 있다. 이날이면 아침에 돌로 쌓은 제단에 제를 올리고 낮에는 경마, 활쏘기, 씨름행사가 펼쳐지며 밤이면 우등불 아래 모여 자정까지 노래하고 춤춘다.

손님 접대와 혼례 풍습

어원키족은 손님 접대에 각별한 민족이다. 집에 손님이 오면 주인이 먼저 가죽 방석을 내주고 안주인은 곧장 우유차를 권하며 고기를 삶는다. 귀한 손님에게는 순록젖을 대접하기도 한다. 술을 권할 때면 주인이 먼저 술잔을 높이 들어 화로에 몇 방울 떨어뜨린 뒤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손님에게 건넨다. 이는 ‘당신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흰색을 향한 마음도 특별하다. 결혼할 때 신부 집에서는 신랑이 도착하면 흰 밀가루를 뿌리며 축복한다. 새 신랑이 흰 밀가루처럼 결백하고 순수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혼례 풍습도 독특하다. 어원키족에게는 ‘도혼(逃婚)’이라는 전통이 남아 있다. 서로 사랑하는 청년남녀가 결혼 날자를 정하면 밤이 되였을 때 처녀가 몰래 신랑 쪽으로 도망친다. 신랑 측은 미리 나무 기둥을 고깔 모양으로 세우고 자작나무 껍질이나 순록 가죽으로 겉을 감싼 전통 가옥을 준비해 둔다. 그 안에서 기다리던 할머니가 도착한 처녀의 땋은 머리를 풀어 부인 머리로 고쳐 올려준다. 이 의식으로 두 사람의 혼인이 정식으로 성립된다. 지금은 과거의 봉건혼인이나 사촌 간 혼인 등은 사라지고 대부분 자유 련애를 통해 혼인을 맺고 있다.

/중국국제방송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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