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이야기 포착해 렌즈에 담는 손경진 감독
-삶의 희노애락이 영화가 되여 꽃피다
인터뷰 내내 손경진 감독은 먼길 돌아 드디여 찾은 ‘적성’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느 순간 삶의 방향을 바꾸는 선택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40년이라는 인생을 다른 궤도로 옮기려 할 때, 주변의 의문과 걱정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이 모든 것을 딛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 시작은 우연, 이제는 운명
늦깍이 영화감독 손경진의 ‘시작’ 또한 어느 순간 방향이 바뀐 결과물이다. 2023년 어느날, 틱톡을 보다가 우연히 ‘나도 사람들 마음속 그 무언가를 자극하는 영상을 찍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였고 추진력을 발휘해 41세에 영화의 세계에 발을 들였으니 급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전공한 적도, 관련 업종에 종사한 적도 없었던 그의 ‘도전기’는 많은 사람들의 리해를 받지 못했다. 근심 어린 주위 시선 속 꿋꿋이 본인이 가야 할 길을 걷고 있는 손감독은 이 길이 ‘운명’이라고 말한다. 드디여 평생 해야 할 일을 찾은 기분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짧은 시간동안 유수의 작품들을 발표하며 어느 정도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이다. 시작은 ‘아마추어’이긴 하나, 그런데 또 ‘전문지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함이 틀에 박히지 않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지도 모른다. 우리 삶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영화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특별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작품은 화려한 연출이나 거대한 제작비가 아닌, 진실된 감정과 공감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도약하기까지 독학의 시간은 있었지만 집안에 예술을 하는 사람이 있어 그 영향을 받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번도 이 방면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었고 제가 이 업종에 종사하게 될 줄도 몰랐어요.” 연변영화드라마애호가협회를 설립해 영화 애호가들과 함께 미니영화를 제작하고 발표하는 부친 손룡호 감독의 견지를 옆에서 지켜봐왔으니 그 영향을 어느 정도는 받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전혀 련결고기가 없었던 일이 재밌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 운명 아닐가요?” 40세에 ‘진로’를 재수정했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고 웃었다.
◎ ‘아마추어’여도 괜찮아... 열정은 프로급
“우리 영상에 출연하는 분들 모두 전문적인 연기 수업을 받은 프로 배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오로지 열정 하나로 뭉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손경진 감독의 영화 제작 현장은 특별하다. 각본을 직접 쓰고, 출연진을 모으고, 촬영팀을 이끄는 등 전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손감독과 연기에 소질있는 ‘군중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의 꿈을 향해 열연을 펼친다.
더 좋은 화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손감독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도 어떻게 현장을 통솔해 가장 아름다운 화면을 렌즈에 담을가이다.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상세하게 촬영사에게 전달하고 배우들의 내면연기를 좀 더 잘 끄집어내기 위해 배우들의 연기를 하나하나 지도하는 건 물론, 촬영사에게는 장면의 구도를 하나하나 그려주며 심혈을 기울인다.
이렇게 ‘아마추어’들이 뭉쳐 탄생시킨 첫 작품이 《잘못된 가족》이라는 미니 련속극이다. 노력도 재능이라고 이 작품은 인터넷상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 기세를 이어 2024년에는 련속극 《부자의 탄생》을 내놓았는데 코미디와 감동 요소가 적재적소로 활용된 이 작품은 틱톡에 공개되자마자 높은 조회수와 화제성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영화 못지 않은 화면감에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은 물론, 탄탄한 짜임새까지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는 댓글이 이어지며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는 호평 속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손경진 감독의 작품은 전체적인 구도와 색감이 특히 뛰여나다. “모든 장비는 모두 상업영화를 찍는 촬영기기”라고 밝힌 손감독의 설명의 들으며 영화에 대한 그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짧은 영상으로 웅장한 화면감을 연출하는 그의 작품은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이미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 “창작의 원천이요? 저는 일상생활의 관찰자이자 기록자입니다.”
손경진 감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평범한 이야기를 영화에 다룬다.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는 깊은 정과 공감이 스며있다.
그의 창작 령감은 모두 현실에서 비롯된다고 그는 말한다. 사업 실패,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사기... 인생의 희노애락을 일찍 경험한 그는 “그 시기를 견뎌야 했던 시간들이 몹시 힘들었지만 지나고나니 인생 경험이 되였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때의 좌절, 다양한 상황에서의 인간 군상을 관찰하면서 깨닫게 된 감수, 가면을 쓴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거지... 겪고 나니 창작의 소중한 자산이 되였어요.”
그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소재의 활용과 더불어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까지 모두 자신의 영화에 녹여내는, 울림을 주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단다.
◎ 영화로 선한 영향력 전하고파
그러나 40살이 넘어 예술의 길에 들어선 것에 대해 주변의 시선은 여전히 따뜻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는 이젠 그런 시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이루고저 하는 목표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힘들 때마다 “나는 할 수 있다.”를 수시로 되뇌이며 힘을 얻군 한다는 그는 꼭 영화로 성과를 내고 싶다고 다짐을 표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는 조심스레 미래를 그렸다.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잊고 추억려행을 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년대극’을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옛날을 그리워하는 것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년대극을 통해 ‘그때의 우리는 이런 행복을 추구했었네’, ‘돌이켜보니 어릴 때 나는 이런 꿈을 품고 있었구나’... 흐르는 세월에 실려보낸 내면의 감성을 다시 자극해 힘과 용기를 얻게 하고 싶다고 그는 밝혔다. 현실에 치이고 일상에 부대끼며 잠시 내려둔 여유를 영화를 통해 돌려주고 싶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를 찍고 싶어요.” 그의 목표는 스테디 셀러 책처럼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 사람들의 마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다.
“저도 어떤 한편의 영화를 관람하거나 여느 영상을 본 후 감촉을 받군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긍정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느낍니다.”
그의영화 이야기를따라가다보니 삶의 진실된 경험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비롯되는 그의 다음 작품이 어떤 영향력을 선보일지, 또 앞으로 그가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만날지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선망의 상도 수상하고 싶다”는 그의 꿈도 그의 열정과 함께 하루하루 영글어가고 있다.
/김가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