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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이야기13]사향대산에 올라 약초 캐던 기억

안상근      발표시간: 2026-03-30 13:57       출처: 길림신문 选择字号【

◎ 원죽순

무정한 세월에 이끌려 어느덧 일흔 중반의 나이가 되였지만 내 친구 정숙이의 아버지랑 마을사람들이 함께 사향대산에 올라 약초를 캐던 60년전 그 시절이 어제 일처럼 눈앞에 생생하다.

째지게 가난했던 그 시절, 칠팔월이면 마을 사람들은 약초를 캐 생활에 보탬했다. 약초를 팔면 석유, 소금, 비누 같은 생활 필수품을 살 수 있었고 아이들 학용품을 사는 데도 도움이 되였다.

칠월 초순, 아래 집 친구였던 정숙이의 아버지가 우리 집에 와서 중봉리 뒤산에 약초가 많다며 사람들을 조직해 가보자고 했다. 엄마는 우리 딸들도 데려갈 수 없냐고 제안했고, 정숙이 아버지는 나와 언니를 데려가는 데 동의했다. 사흘 동안 엄마는 분주히 준비했다. 좁쌀가루를 볶고, 전병을 사고, 얇고 가벼운 이불을 준비하셨다.

떠나는 날 아침, 엄마는 새벽같이 일어나 떡을 찌고 나물을 볶아놓고 우리를 깨웠다. 아침을 먹고 정숙이 아버지가 오자 아버지는 동구밖까지 배웅 나와 언니 말을 잘 들으라 신신당부하셨다. 그해 나는 열네 살, 언니는 열여덟 살이였다.

우리 마을에서 중봉리까지는 삼십여 리 길이였는데 새벽길을 재촉해 중봉리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중천이였다. 삼면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십여 호의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한 집 할머니가 물을 내왔다. 정숙이 아버지는 이 산에 사향이 살아 사향대라 부르며 사향은 진귀한 약재로 쓰인다고 알려주었다.

하늘과 닿은 높은 산은 웅장했다. 점심을 먹고 산에 오를 준비를 하자 인심 좋은 할머니가 도마도와 오이를 나눠 주며 웃쪽에 샘터가 있어 산막 짓기에 좋다고 알려줬다.산기슭엔 이름 모를 풀꽃이 피였고 빨간 딸기가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새콤달콤한 딸기를 따 먹으며 더 오르니 머루와 다래넝쿨도 많았다. 할머니 말씀대로 산속을 올라가니 넓은 개활지와 옹달샘이 나타났다.

우리는 풀을 베고 나무를 찍어 어둠이 들기 전에 산막을 지었다. 정숙이 아버지는 마른 나무를 주어오라고 시켰고 남자들은 생나무를 찍어 와 우등불을 피웠다.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누웠다. 혼곤히 잠들었는데 정숙이 아버지가 깨워 눈을 뜨니 아침이였다. 좁쌀죽을 끓여 놓았고, 전병에 고추장을 발라 먹으니 꿀맛이였다.

글의 리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편자 주

산은 가팔랐다. 새들이 지저귀고 다람쥐가 재롱 부리는 산속 풍경은 동화 속 같았다. 정숙이 아버지는 멀리 가지 말라 당부하며 우리들더러 주변에서 당삼을 캐게 했다. 당삼싹은 가냘팠지만 뿌리는 낫자루만큼 굵었는데 그걸 본 언니가 환호성을 질렀다. 정숙이 아버지는 수시로 우리를 확인하며 안전을 살폈다. 점심때, 약초싹은 가냘픈데 뿌리가 큰 리유를 묻자 정숙이 아버지는 노루와 사슴이 새싹을 뜯어 먹어 뿌리만 해마다 자란다고 알려주었다.

나흘째 되는 아침에는 더 높은 산에 올랐다. 가파른 산을 오르니 운동장처럼 넓은 개활지가 나타났다. 부드러운 풀만 무성할 뿐 나무는 한 그루도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산은 숲의 바다였다. 약초를 캐는데 노루들이 나타나 우리를 바라보다 숲속으로 사라졌다. 탁 트인 곳에서 약초를 캐니 무섭지 않았다.

사흘 더 약초를 캐고 여드레 만에 집으로 돌아가게 되였다. 내려와 쉴 때 염태선 아저씨가 산신령 덕분에 비도 안 오고 짐승도 만나지 않았다고 하자, 정숙이 아버지는 매일 밤마다 짐승들이 산막을 노렸지만 불길 때문에 덮치지 못했다고 알려주시였다. 우리는 더운 여름날 정숙이 아버지가 밤마다 우등불을 피운 리유를 알게 되였다.

정숙이 아버지는  하루저녁에도 몇번씩 새우잠에서 깨여나 우등불을 지피면서 우리들의 안전을 지켜 주셨던 것이였다. 그때 정숙이 아버지는 마흔 중반의 사나이였고, 아주 자상한 분이셨다. 그분 덕분에 우리는 자연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며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냈다.

60년전의 추억을 더듬어 집필에 골몰하고있는 원죽순

그로부터 6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사향대산에서 약초 캐던 그 시절이 환등처럼 눈앞에 생생히 떠오른다. 그때의 경험은 내게 단순한 추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가난했지만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던 공동체의 따뜻함, 자연이 주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삶의 지혜를 키워가던 그 시절의 정신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내게 큰 버팀목이 된다. 

철든 손주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이 현대의 풍요로움 속에서도 자연의 소중함과 공동체의 가치를 잊지 않길 바라고 싶다. 그 시절 산에서 배운 인내와 감사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내 삶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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