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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보이지 않는 파수군

안상근      발표시간: 2026-03-10 14:13       출처: 길림신문 选择字号【

◎유미화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 한 송이가 있다. 스치듯 지나가면 잡초로 보일 만큼 작고 평범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느다란 줄기가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뿌리 깊이 땅을 움켜쥔 채 서 있다. 그 꽃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한 해의 계절표지이자 이 땅의 생명이 아직 숨 쉬고 있음을 알리는 조용한 파수군이다.

어느 날 아침, 아파트 담장 틈에서 제비꽃을 보았다. 콩크리트와 아스팔트 사이 누구도 돌보지 않는 틈새에서 피어오른 연보라빛. 그 작은 꽃은 이 도시가 여전히 흙과 호흡하고 있음을, 인간의 문명 아래에서도 생명의 맥박이 멈추지 않았음을 고집스레 증명하고 있었다. 우리가 잊고 사는 가장 근본적인 진실을 지키는 수호자처럼 말이다.

생명의 파수군은 꽃만이 아니다. 우리 동네 어구의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떠오른다. 해마다 가을이면 노란 부채잎을 거리에 흩뿌리는 그 나무는 이곳이 마을이던 시절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우물가의 담소를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계절의 순환과 사람들의 생로병사를 묵묵히 지켜본 그 나무는 이 땅과 마을의 시간을 지키는 파수군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 마당의 방울꽃도 그렇다. 돌보지 않아도 제철이면 피고 때가 되면 져서 다음을 준비하던 꽃들이였다.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꽃들은 아무 말 없이도 제 할 일을 다 한단다." 그 말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생명의 파수군들이 지키는 것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어김없이 이어지는 우주의 질서라는 것을 말이다.

도시 한복판을 흐르는 작은 시내에도 파수군은 있다. 오염과 개발의 위협 속에서도 버들치 몇 마리는 여전히 그 물길을 지키며 산다.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도로 아래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삶을 이어간다. 그들의 존재는 이 도시가 아직 생명과 완전히 단절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표지이다.

산길에서 만나는 쓰러진 나무도 또 다른 파수군이다. 죽은 줄기 우로 이끼가 돋고 새싹이 트고 버섯과 곤충이 삶의 터전을 만든다. 하나의 끝이 또 다른 시작이 되는 자리, 생명의 파수군은 죽음조차 새로운 생명의 양식으로 바꾸는 변혁의 수호자이다.

가장 가까운 파수군은 어쩌면 우리 몸속의 미생물들일지 모른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쉼 없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면역을 돕는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파수군들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숨 쉬고 있다.

이 모든 파수군은 말이 없다.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저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그 존재만으로도 이 세계가 아직 살아 있으며 모든 것이 련결되여 있고 순환이 끊이지 않음을 조용히 알려준다. 그들은 드러내지 않지만 지구의 생명 시스템을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버팀목이다.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그들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생명의 그물을 이어간다.

어느 날 소학교 생태 련못에서 아이들이 토종 수련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알았다. 생명의 파수군은 오늘의 생명을 지킬 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생명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전하는 역할도 하고 있음을.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나는 생명의 파수군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순간을 목격했다.

이제 나는 길가의 작은 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잠시 멈춰서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인사를 건넨다. 고맙다, 파수군이여. 네가 있기에 이 세상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안다. 너의 존재가 내게 일깨워준다. 모든 생명은 서로 련결되여 있으며 우리는 거대한 생명의 그물 속에서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생명의 파수군이 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를 심고 작은 생명을 돌보고 아이들에게 자연을 알려주는 일... 터밭에 채소를 키우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공원의 꽃을 함부로 꺾지 않는 일... 그런 작은 행동들이 생명을 지키는 연대가 된다. 결국 생명은 더 큰 생명을 지키는 과정 속에서 이어지니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관심들이 모여 이 지구의 생명을 지키는 거대한 힘이 된다.

오늘도 바람에 흔들리는 그 작은 꽃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뿌리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을 것이다. 지상의 줄기와 잎은 각자 따로 있어도 지하의 뿌리는 광활하게 련결되여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생명의 파수군들은 우주의 심장 박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이 이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도 위대한 이야기다.

생명이 있는 곳에 파수군이 있고 파수군이 있는 곳에 미래가 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며 드러내지 않아도 지켜내는 그들, 오늘도 세상 어딘가에서 또 다른 파수군이 제 자리를 지키며 생명의 숨결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숭고한 침묵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다.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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