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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우리 집 알로에

안상근      발표시간: 2025-12-19 14:18       출처: 길림신문 选择字号【

◎최진옥


내가 자래우는 화분의 대부분이 알로에이다. 초봄부터 늦가을 사이에는 베란다에 내놓고 늦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는 집안 창턱에 놓는다. 알뜰한 손길이 닿지않아도 아무탈없이 우썩우썩 자라는 알로에는 무엇과도 비길수 없는 우리 집 보물이자 만병통치약이다.

몇년간의 세집살이를 벗어나 내 집을 장만한 것이 1990년 9월이였다. 그때부터 알로에 아지를 얻어다가 화분통에 심었으니 어림짐작으로도 30년 남짓하다. 그사이 키 넘게 자라면 그루를 바꾸다보니 이제는 몇십번이나 그루를 바꾼 것 같다. 좋은 알로에 종자로 바꾸느라 어디에서 좋은 종자만 눈에 뜨이면 아지를 얻어오다보니 지금의 종자는 줄기도 건실하고 잎도 넙죽하여 참 희귀하다.

알로에는 대개 중지 굵기의 줄기에 잎이 어긋나게 자라나는데 잎의 가장자리에는 뾰족한 가시가 줄지어 났다. 억세지는 않지만 찔리우면 따끔해난다. 알로에를 바라보느라면 마치 날창을 꽂아들고 대문을 지키는 위병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으면서 괜히 실없는 웃음이 날 때가 있다.

알로에는 번식도 참 쉽다. 알로에 가지를 따다가 이틀정도 그냥 두면 잘리운 자리가 물기를 거두면서 마르기 시작한다. 그때 흙에 묻고 물을 적당히 주면 얼마가지않아 뿌리를 내리게 된다. 몇년을 자란 알로에는 꽃을 피운다. 연한 분홍색 꽃이 줄지어 피여나는데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순서대로 피여난다.

알로에는 사람의 손길을 많이 바라지 않는다. 알로에는 습하기보다는 조금은 가문흙에서 잘 자란다. 습관적으로 나는 알로에에 물을 줄 때에는 며칠씩 물을 푹 주곤한다.한 달 남짓이 물을 주지않아도 별 문제없다. 하지만 건강하고 푸르싱싱하게 자래우려는 욕심에 나는 때때로 산에 가서 부식토를 파다가 흙을 갈아주기도 하고 콩물을 짜낸 콩 비지를 파묻어 주고 닭알껍질도 파묻어 준다. 알로에가 가문 땅에서도 잘 자란다는 습성외에는 아는 것이 없는 나로서는 부식토나 콩비지나 닭알껍질이 알로에 생장에 얼마만한 도움이 더 되는지는 알길이 없다. 하지만 나의 정성만은 거짓이 없는 진실이다.

알로에는 우리가정의 만병통치약이다. 주방에서 음식준비를 하다보면 저도모르는 사이에 칼로 손을 베거나 기름에 데울 때가 있는가 하면 따가운 그릇에 대이여 데우거나 뜨거운 물에 데울 때가 종종 있다. 여름 한 철이면 모기장을 꽁꽁 닫아놓아도 언제 어떻게 들어오는지 모기 한두마리씩 집안에서 앵앵 거린다. 깊은 잠에 빠진사이 언제 물어놓았는지 이튿날 아침에 눈을 뜨고 보면 모기한테 물리운 자리가 선명하게 눈을 자극한다. 이럴때마다 약방에서 파는 구급약보다는 집에서 자래우는 알로에가 제일 실용적으로 사용된다. 상처난 자리에 알로에 즙을 바르면 칼에 다친 상처의 피가 멎고 데운 자리는 아리지도 않다. 

청춘기를 맞이한 딸애는 스트레를 받으면 늘 얼굴 여기저기에 여드름이 생기군하였다. 저녁이면 얼굴을 깨끗하게 씻고는 여드름자리에 알로에 즙을 정성들여 발라주면 언제 여드름이 돋았냐싶게 자취를 감추군하였다. 남편은 늘 이빨이 아파 소염제를 달고사는 스타일이다. 소염제도 너무 자주 먹다보니 효과가 많이 떨어지는지 어떤 때에는 먹어도 효험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어느 한번은 보다못해 알로에를 먹어보라고 권고했더니 이틀만에 많은 호전을 가져왔다. 구십세를 넘긴 시어머니께서는 항상 배설이 제대로 되지않아 애를 태운다. 그럴 때면 알로에즙을 대접하면 효과를 본다……

1991년 1월, 저녁 퇴근을 하고 남편과 둘이 자전거를 타고 둘째시이모부 생일에 가다가 자전거가 얼음강판에서 미끌어 넘어지는바람에 나는 자전거 손잡이에 부딪치면서 웃입술이 퍼그나 큰 상처를 입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퉁퉁 부어나기 시작하였다. 집으로 돌아와서 세심한 남편은 알로에즙을 상처에 바르고 반창고를 붙혔는데 흐르던 피가 금방 멈추었다. 두시간정도 지나자 퉁퉁 부어올랐던 것이 차츰 내리기 시작하였다. 후에 상처자리를 알로에로 두번정도 소독하고 처치하였더니 별탈없이 아물기 시작하였다. 처음 몇해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상처자국이 알렸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상처자국이 자취를 감추었다.

생활가운데서 알로에의 덕을 자주 보는 나는 알로에를 자래우는데 더구나 정성을 들인다. 한 잎 한 잎 키돋움을 하면서 탈없이 자라는 알로에를 바라보느라면 작게는 자그마한 상처로부터 크게는 우리 가정의 모든 건강을 다 책임지고 있는 것같아 마음이 뿌뜻하다.

알로에를 자래우면서 남편이 어쩌면 만병통치약인 알로에를 닮은 만능 수리공이라는 생각이 늘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차 운전이든 전기가설이든 전기제품수리든 목공일까지도 막힘이 없이 맞띄우면 아무때나 할수있는 다재다능한 남편은 우리 집 뿐만아니라 우리 동네의 만능 수리공이다. 

우리 부부는 가정을 꾸려가면서 이사를 몇번이나 하게되였는데 세집일 때에는 어쩔수 없었지만 내 집이라고 이름짓고 보금자리를 마련할 때마다 집수리를 하거나 집 장식을 하게되였다. 그때마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지않고 남편이 직접했다. 내가 유일한 조수역할을 했다. 

처음으로 단층집을 사고 이사를 했는데 원래 한족집구조라서 우리 마음에 전혀들지 않았다. 게다가 집을 알뜰하게 거두지 않아 너무 꼴불견이였다. 우리는 출근하는 여가를 타서 집을 수리하기 시작하였다. 집수리를 하는 동안 동네사람들이 이래저래 구경을 자주 오게되였는데 이구동성으로 이 집이 인제야 제대로 주인을 만났다고 치하했다. 

단위에서 분배받은 집을 장식하면서도 우리는 재료구입으로부터 장식에 이르기까지 우리 부부의 힘으로 하였다. 목공을 불러들여 장식을 한 집들에서는 분배를 받아 두세달사이에 집에 입주했지만 우리는 남들보다 두배이상 시간을 허비했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도 처음 장식한 모양을 그대로 보존할수있어 모두의 칭찬이 자자하였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낡은 집이여서 열공급이 잘 되지 않았고 중간칸에는 해빛이 들지않아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였다. 우리는 원래의 낡은 장식을 몽땅 뜯어내고 해빛이 들지않는 중간칸의 벽을 뜯어내고 출입문을 냈다. 집구조에도 영향을 주지않으면서 광선이 충족하게 비쳐들어 곰팡이 냄새가 저절로 자취를 감추었다.

가전제품이 고장나고 하수도가 고장나고 열공급이 제대로 되지않아도 남편의 손길이 닿아야한다. 남편의 손길만 닿았다 싶으면 언제 고장났나싶게 또다시 무난하게 작동이 되군한다.

우리 동네 누구 집의 하수도가 막히면 남편 전화벨이 울린다. 누구 집의 가전제품이 고장나면 우리 집 문을 두드린다. 윗층의 수도관이 마사져 물이 새거나 열공급관이 막혀도 남편을 부르고 옆집의 수도관이 터져 물이 복도에까지 흘러넘쳐도 남편이 방법을 댄다. 심지어 누구네 집 전등불이 밝혀지지 않거나 출입문 열쇠가 잘 열리지 않아도 역시 남편을 찾아온다. 어지러워진 신발과 옷을 씻거나 기름 때 묻은 손을 씻고 땀에 젖어든 머리를 감는 더운물을 준비하는 것은 에누리없는 나의 몫이다.

남편은 우리 동네의 보배 걱정도감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손수 캐온 미나리를 가져다주는 조선족아주머니가 있는가하면 손수 농사 지은 떡호박을 가져다주는 한족아주머니도 있다.

다재다능한 남편을 바라볼 때면 내 마음이 다 뿌뜻하고 내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런 남편의 뒤근심을 덜어주고 받들어 주는 것이 안해로서의 의무가 아닌가 싶다. 알로에가 우리 집에서 생기는 크고작은 모든 상처를 치료해주는 만병통치약이라면 남편은 우리 가정 뿐만아니라 우리 동네 고장난 모든 곳을 제때에 수리해주는 만능 수리공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물인 알로에를 잘 자래워야하고 우리 가정의 세대주로서의 남편 공대에 등한하지 말아야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알로에는 해볕과 바람이 잘 드는 저 창턱을 턱하니 차지하고 푸르싱싱 자라고 있는데 남편은 또 누구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집문을 나선다. 오늘도 누구네 집에 무슨 고장이 났나보다.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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