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길
정이 파랗게 넘치던 봄이
여름에게 흔쾌히 자리 내놓 듯
너를 나 이상으로 사랑하기에
가는 봄처럼 고이 놓아주리
린색하고 무정한 겨울이
따뜻한 봄, 속 깊이 품고 살 듯
너에게는 잠시 얼음이 된다 해도
나는 겨울처럼 떠나가리다
우산
우산 하나 둘이 쓰고
비 속을 걷는 무지개 사랑
우산 하나 둘이 썼기에
둘 다 좀씩 젖게 돼 있다
한 쪽이 많이 기우려 주면
한 쪽은 좀 적게 젖을 뿐이다
많이 젖음에도 함께 가길
끝까지 원한다면 원앙이 되고
티각태각 옴니암니 따진다면
반 쪽씩 서로 나눈 밤과 낮이다
차라리 우산 각각 챙겨 들고
나란히 걷는다면 사이 좋게 성숙하리다
세월
너무 가까이 하지 말라
나만 상처 입는다
있는 대로 다 주며
충성을 거듭 해봤자
속만 쏙쏙 빼갈 뿐이다
아예 모르고 사는 편이
자신을 아끼는 일이다
오든 가든 매정하게
자기 할 일에 집념한다면
주름의 깊은 곣에도 꽃을 피운다
조물주가 준 선물이지만
내 인생 키우는 영양소 아니다
따라가며 숨을 헐떡이느니
차라리 팽개치고 활보하며
짧은 생을 도전으로 살고지고
락엽
뜨거운 정열 식혀주는
서늘한 바람에 사색이 깃든다
열정만으로 들끓었던
하루하루가 얼굴 붉힌다
홀홀이 떠나는 리별에는
은근히 묻어놓은 상봉이 있다
원없이 한줌의 흙이 되여
새봄이 돋아나는 연록에 비낀다
륜회하는 생명의 진실이기에
떨어지는 잎이지만 홀가분하다
세찬 바람에 폭포처럼 장쾌한
생의 노래, 져도 찬연한 꽃잎이여!
编辑:안상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