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급 무형문화유산 ‘조선족 삼로인’ 제5대 대표적 전승인 정복화의 이야기

공연중인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조선족 삼로인' 제5대 대표적 전승인 정복화(가운데)
화룡시문화관의 조용한 련습실에서 정복화(39세)는 두명의 동료와 함께 ‘조선족 삼로인’ 공연 련습에 한창이다. 손짓과 표정, 말투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주의와 심혈을 기울이면서 련습에 몰두하고 있는 정복화는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인 ‘조선족 삼로인’의 제5대 전승인이다. ‘조선족 삼로인’은 ‘세명의 로인’이라는 탁월한 형식의 창의성에 진보적이고 유쾌한 ‘진보로인’, 고지식하고 우직한 ‘중간로인’, 다소 보수적이지만 결국 선으로 회귀하는 ‘후진로인’이라는 세 캐릭터를 통해 사회 변화속에서 다양한 세대와 사상의 갈등, 리해, 최종 화해의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2008년 6월 7일, 화룡시에서 신청한 ‘조선족 삼로인’은 국무원의 비준을 거쳐 제2진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명부에 등록되였으며 2019년 11월에는 화룡시문화관이 ‘조선족 삼로인’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대표성 프로젝트 보호단위 자격을 획득했다.
삼로인과의 인연, 우연이 아닌 필연
“저는 연변대학 예술학원 화극계를 졸업했습니다. 전문성을 더 깊이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싶어 ‘삼로인’을 선택하게 되였습니다.” 정복화는 삼로인과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화룡시문화관은 국가급 무형문화유산항목인 ‘조선족 삼로인 ’(이하 ‘삼로인’) 전시관이기도 하다.
졸업 후 화룡시문화관에 입사하면서 그녀는 무대우에서 삶을 반영하고 사람들을 웃게 하는 ‘삼로인’ 예술의 매력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삼로인’은 조선족 구연예술의 대표적인 쟝르로서 그 독특한 연기 형식과 풍부한 사회적 내용은 정복화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화룡시는 예로부터 ‘삼로인’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이름만 들어도 곧 떠올릴 수 있는 원주삼, 허창석, 김상옥, 량균, 석봉숙, 최종철 등 기라성같은 많은 선배님들이 ‘삼로인’ 웃세대 전승인으로 활약했다.
지난세기 50~60년대부터 시작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선배 예인들이 남긴 빛나는 발자취는 정복화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는 선배님들의 뒤를 이어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선배님들의 발자취를 기억하며 ‘삼로인’의 전통과 맥을 잇는 데 추진적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삼로인’과의 인연은 어찌보면 우연이 아닌 필연이였고 또한 이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동력이기도 했습니다.”
문화관에 근무하면서 정복화는 “초심을 잃지 않고 전문성을 어떻게 더 잘 활용하고 발전시킬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지속적인 열정과 노력으로 ‘삼로인’ 제5대 전승인의 영예를 안게 되였다.
삼로인, 시대가 낳은 민중의 웃음이자 문화적 정체성의 상징
‘삼로인’의 탄생은 단순한 예술 형식의 출현이 아닌, 하나의 시대정신이 예술로 응결된 결실이다. 1940년대 말과 1950년대 초, 중국조선족 사회는 해방과 토지개혁이라는 거대한 력사적 변혁을 겪었다. 봉건적 구속에서 벗어난 농민들과 로동자들은 새로운 시대의 기쁨과 해방감을 표현할 매개체를 갈망했고 이 열망속에서 ‘삼로인’이 자연스럽게 태동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속에서 ‘삼로인’은 기존 민간 구연예술의 토대를 바탕으로 사회적 론평과 풍자, 교육적 기능을 강화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삼로인’이 군중들의 폭발적인 환영을 받았던 리유는 언어와 소재의 친근함, ‘세 로인’이라는 탁월한 형식의 창의성, 강한 시대 반영성과 교육 기능, 참여와 소통의 공연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비롯된다. 특히 ‘삼로인’은 고급 어휘나 문학적 수사가 아닌, 민중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생한 방언과 속담, 익살스러운 표현을 무기로 한다. 농사일, 가족 관계, 마을 이야기, 새롭게 시행되는 정책에 대한 농민들의 본능적인 반응 등이 소재로 다뤄졌다. ‘삼로인’은 조선족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고 강화하는 상징적 존재가 되였으며 언어와 민족 감정을 유지하는 데 적극적인 기여를 한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했다.
정복화 전승인이 언급한 “50~60년대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선배님들께서 걸어온 발자취”란 바로 이러한 민중의 뜨거운 사랑과 시대의 요구속에서 한 줄기 강물처럼 흘러 내려온 생생한 력사의 기억을 의미한다. 오늘날 정복화 전승인이 느끼는 사명감의 저편에는 ‘삼로인’이 단순한 ‘무형문화유산’ 뿐만이 아닌 한 민족의 집단적 감정과 시대적 경험이 응축된 ‘살아있는 기억’이기 때문이다.
‘삼로인’의 예술적 가치, 시대의 단면을 무대우에 생생하게 재현하는 것
정복화가 ‘삼로인’에 몸담은 지도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 10년은 단순한 세월의 흐름이 아니라, 한 예인이 전통예술과 깊이 융합하고 성장한 려정이였다.
정복화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한번은 ‘삼로인’ 공연중이였는데 새로 합류한 동료가 긴장한 나머지 대사를 잊어버리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당시 상황이 매우 난감했지만, 정복화는 침착하게 힌트를 주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제가 ‘갑자기 누구를 찾을지 생각났소’라는 힌트를 줬어야 했는데, 그냥 ‘생각나는 게 없소’라고 말했죠. 그러자 동료가 ‘없소’라고 답하는 바람에 다시 ‘생각나는 사람 있겠는데?’라고 물어보니 ‘모르오’라고 하더군요.” 결국 간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도우며 원만하게 마무리한 그 순간은 팀워크의 중요성과 무대의 변화를 깨닫게 해주었다.
정복화는 ‘삼로인’의 매력으로 ‘사람들을 크게 웃기고 다양한 인물을 분석하며 나와 전혀 다른 역할을 연기할 수 있으며 관객들의 공감을 얻고 당시 시대에 맞게 생활의 일부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그는 정면 인물, 반면 인물, 중간 인물 등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시대의 단면을 무대우에 생동감 있게 재현하는 것이 ‘삼로인’의 예술적 가치라고 믿고 있다.

'삼로인' 제5대 전승인 정복화(왼쪽)가 제자에게 삼로인을 전승하고있다
‘삼로인’의 전승인으로서 정복화에게는 후계자 문제라는 더 큰 도전이 있다. 현재 그가 직접 가르치는 제자는 한명뿐이다. “‘삼로인’은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이지만 후계 전승인이 적습니다. 이 전공을 돌아보면 학생들 대부분이 타민족 학생들입니다.” ‘삼로인’이 중국조선족 구연예술의 대표적인 종목인 만큼, 조선족 후배들이 이를 이어받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정복화는 말했다.
다행히 화룡시는 ‘삼로인’을 정부적 차원에서 매우 중시하고 물심량면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복화는 “앞으로 이어나갈 인재만 충족된다면 ‘삼로인’은 더욱 발전하고 사랑받을 것이며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이 소중한 전통예술에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전승과 확산,“더 많은 사람, 특히 젊은이들이 ‘삼로인’을 알아가고 좋아해 주길 바란다”
정복화의 노력은 무대에만 그치지 않고 화룡시 및 주변 마을에서 ‘삼로인’을 적극 홍보하고 공연해왔다. 그는 문화관의 농촌 순회 공연, 광장 문화 활동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하며 매년 연변TV의 음력설야회에 우수 작품을 선정해 출연하기도 하면서 ‘삼로인’의 매력을 더 많은 관객에게 알리고 있다.
특히 정복화는 2020년 12월 화룡시문화관의 ‘공연 농촌 내려보내기’ 온돌 공연에서 ‘삼로인’ <풍류랑자>를 선보였고 2021년 6월 29일 연변TV 생방송 건당 100주년 공연에서 ‘삼로인’ <소개팅>을 공연했다. 2019년 ‘삼로인’ <책임>은 ‘2023 전국 무형문화유산 곡예주간행사’에서 2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2023년 4월 화룡시 제13회 진달래문화관광축제, 2023년 10월 무형문화유산 삼로인 교육 과정 등 다양한 무대와 교육 현장들에서 그는 ‘삼로인’의 가치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정복화는 ‘삼로인’ 공연의 력사적 배경, 발전 상황, 그리고 해당 프로젝트의 력사적 가치, 사회적 가치, 예술적 가치를 깊이 리해하고 학습했을 뿐만 아니라 ‘삼로인’ 곡예 공연의 정수를 터득하고 깊이있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는 력사 자료 검색과 전승인과의 대화 등을 통해 ‘삼로인’에 대한 리해와 학습을 했고 공연 연습과 동작 분석을 통해 공연 정수를 숙달했으며 기존 공연 기술과 동작을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개선하여 질 높은 공연 작품들을 완성했다. 또한 문화관 공연 인원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통해 전문적인 ‘삼로인’ 공연팀을 양성하면서 이 조선족 대표 전통 곡예를 적극적으로 전승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삼로인’의 전승 문제는 단순한 예술기예의 전수가 아니라 한 민족이 근현대사를 거치며 형성한 독특한 정서와 세계관, 삶의 지혜와 유머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문화적 사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복화 전승인과 같은 이들이 견지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형식이 아니라 그 형식에 담긴 민중의 목소리와 공동체의 정신을 현대에 재해석하여 되살리는 일이다.

향후 타산에 대해 정복화는 “더 많은 사람, 특히 젊은이들이 ‘삼로인’을 알아가고 좋아해 주길 바란다.”는 간절한 소망을 밝혔다. 그는 교육과 공연을 통해 이 전통 예술이 시대를 초월한 매력을 발산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와 같은 현대적인 수단을 활용하여 삼로인의 영향을 확대하고 젊은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새로운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복화의 이야기는 단순한 예인에 대한 기록을 넘어, 한 무형문화유산 전승인이 현대 사회에서 전통을 어떻게 지키고 혁신하며 문화적 사명감으로 세대를 련결하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삼로인’ 전승의 10년은 과거에 대한 존중과 현재에 대한 헌신, 그리고 미래에 대한 믿음을 담고 있다. 정복화와 같은 무형문화유산 전승인들의 신근한 헌신과 노력이 있기에 ‘삼로인’을 비롯한 수많은 우리의 무형문화유산들은 거창하고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오래도록 이어나가면서 우수한 중국조선족 문화의 진수로 남아있을 것이다.
/안상근 기자
사진제공: 화룡시문화관
编辑:김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