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기식 한중도시우회협회장, 운남 덕굉(德宏) 에서 만난 이야기

금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긴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중국 운남은 예로부터 ‘구름 뒤의 땅’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였다. 중원에서 보면 서남쪽 변방지역이고 동북지역과 정반대에 위치해있다. 서쪽으로 먄마, 남쪽으로 라오스, 동남쪽으로 웰남과 총 길이 4,060 키로메터의 국경선을 가진다. 중국의 동남아로 통하는 길목이며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최근 운남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성도인 곤명으로 직항이 있어 편리한 데다 중국 문화와 소수민족 문화가 섞여있어 독특한 풍취를 자아내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1988년 해외 관광 자유화 이후 한국의 해외관광 문화는 단체에서 개인으로, 대도시에서 변방으로 바뀌였다. 북경·상해 등 중국 대도시보다 운남과 귀주, 동북, 서장자치구 등 변경지역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필자(한중도시우회협회장 권기식)는 12월 8일 운남성을 방문했다. 목적지는 곤명이 아닌 먄마와 국경을 접한 국경도시인 운남성 덕굉따이족징퍼족자치주(이하 덕굉자치주)였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덕굉자치주를 찾은 것은 한국문화타운 조성과 한국·운남성·먄마 간 경제·문화 교류를 추진하기 위해서이다.
곤명에서 덕굉자치주 수부 도시인 망(芒)시 국제공항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20분이 걸렸다. 인구 130여만명의 도시에 국제공항이 있는 것은 덕굉자치주가 먄마와 국경을 맞댄 도시이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특유의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은 겨울 추위가 한창인데 이곳은 낮 최고 기온이 25도에 이를 정도로 따뜻하고 록음이 짙푸르다. 도시 곳곳에 따이족 건축양식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마치 동남아 국가의 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공항에는 구현우 운남한경미문화관광발전유한회사 대표가 마중을 나왔다. 구 대표는 흑룡강성 출신으로 10여년전부터 이곳에서 문화·류통 사업을 하는 기업인이다. 그는 추운 지방 출신이라 1년 내내 기온이 따뜻한 이곳이 좋다고 전했다. 차창 밖 거리 풍광은 마치 먄마나 태국의 어느 도시에 온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열대 지역 특유의 목조식 건물과 불탑들이 눈길을 끌었다.
덕굉자치주의 수부 도시 망시는 인구 38만명의 작은 도시이나 년간 관광객이 700여만명에 이르는 관광도시이다. 소수민족 문화와 따뜻한 날씨, 먄마와의 국경도시라는 매력이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듯하다. 망시의 대표 관광지구인 공작호(孔雀湖)관광지는 관광뻐스들로 붐볐다.

구름을 병풍 삼아 산정상에서 마주 보는 금탑과 은탑의 신비한 자태
9일 오전 10시 구현우 대표와 한국문화타운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하고 곧바로 주변 관광지 방문에 나섰다. 처음으로 찾은 곳은 산 정상에 조성된 금탑이였다. 남방불교식 불탑을 세운 것으로 내부에는 불당이 마련되여 있었다. 중국 건축 특유의 웅장함과 남방불교 건축 양식의 화려함이 조화를 이룬 불탑이였다. 금탑은 개인이 조성한 것인데 큰 성공을 거두자 지방정부에서 바로 옆에 은탑을 세웠다고 한다. 덕분에 금탑과 은탑이 함께 관광명소가 되여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어 방문한 곳은 맹파나서 테마공원(勐巴娜西珍奇园)이다. 이곳은 한 기업인이 1970년대부터 수집한 각종 진귀한 보물을 전시한 곳으로 나무화석과 천연 옥, 희귀 목재 등으로 넓은 공원에 가득 전시되여 있었다. 전시품 대부분은 먄마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데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 곳곳에 공작새가 자유롭게 노닐고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저녁에는 따이족고진(傣族古镇)을 방문했다. 따이족 식당에서 전통료리로 식사를 한 뒤 산책을 겸해서 야시장과 놀이시설을 둘러보았다. 따이족고진은 소수민족인 따이족 문화를 기반으로 조성한 테마파크 같은 곳인데 관광객들로 붐볐다. 4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고 한다. 야시장 곳곳에서 따이족 전통공연이 열리고 전통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지방정부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10일 아침 일찍, 구 대표의 안내로 국경도시인 서려(瑞丽)시를 방문했다. 망시에서 승용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먄마 접경도시로 인구는 30여만명이라고 한다. 먼저 중국과 먄마가 국경을 마주한 곳에 들어선 일채량국(一寨两国) 테마파크를 관람했다. 원래는 한 마을이였는데 중국과 먄마의 국경조약에 따라 마을이 갈라진 곳에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량국 국경 철책 너머에서 먄마 사람들이 중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고 있었다. 먄마 상인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먄마 남부지역 소수민족인 카렌족(克伦族)이 운영하는 기념품점에 들렀다. 목에 링을 두른 카렌족 녀인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전통 공예품을 팔았다. 국경선 철책을 마주보는 두 나라 국민들의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보면서 국가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먄마 접경지역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 인적 왕래가 이뤄지는 서려시 세관을 찾았다. 하루 평균 8천여명의 먄마인들이 중국과의 교역을 위해 국경을 넘는다고 한다. 이들은 아침에 국경을 넘어 비취(翡翠)와 농산품 등을 중국에 넘기고 중국산 물품을 사서 저녁에 돌아가는 당일치기 상인들이 대부분이다. 세관 앞에는 먄마산 비취와 천연옥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상인들은 먄마와의 국경무역이 되살아나면서 지역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강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서려시 열대우림 풍경구를 방문했다. 수십메터 높이의 열대 수목들이 빼곡이 서있어 정글에 들어선 느낌이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40여분간 열대우림의 산길을 걸어 올라가니 우뢰와 같은 물소리와 함께 물보라를 뿜는 거대한 물기둥이 나타났다. 따이족이 신성시한다는 막리(莫里)폭포의 웅장한 모습은 장관이였다. 평일 낮 시간인데도 산길을 오르는 주민과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폭포로 가는 길 중간의 작은 불교사원은 눈길을 끌었다.

후구커피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는 권회장
11일 오전 망시 공업단지에 있는 후구(后谷)커피공장을 방문했다. 덕굉자치주는 중국 커피의 본고장이다. 덕굉커피는 1890년 먄마에서 선교사가 들여와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84년 설립된 후구커피공장은 아시아 최대 커피공장으로 년간 3만 3,000톤의 커피를 생산한다고 한다. 재배면적이 6무에서 시작해 지금은 27만무에 이른다고 하니 대단한 규모이다. 공장내 커피문화관에서는 다양한 커피를 시음하고 구매할 수 있다.
덕굉자치주는 이제 더 이상 변방의 은둔 도시가 아니다. 2029년 개통을 목표로 중국과 먄마를 잇는 철도공사가 진행 중이다. 멀지 않아 먄마와 태국·웰남·캄보디아로 통하는 륙상 물류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소수민족 문화와 동남아로 통하는 국경도시의 매력을 함께 지닌 덕굉자치주와 한국의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编辑:최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