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로 시작한 일이 사람을 만나는 행복으로 바뀌였어요”
연길의 한 아빠트단지 가장 깊숙한 곳, 지나가는 행인조차 쉽게 찾기 어려운 이 곳에 자그마한 보쌈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가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믿기 힘든 풍경이다.
촘촘히 놓인 15개 테이블을 하루에도 몇바퀴씩 뛰여다니는 리미영씨(40세). 한때 SNS에서‘한스푼 언니’로 불리웠다던 이 작은 보쌈가게의 주인장 이야기는 음식 영상으로부터 시작되였다.
몇해전 조선족 김치 담그기 강습반을 열고 전자상거래로 김치와 반찬을 팔아오던 그녀, 연변이 왕훙 도시로 떠오르면서 외지인들에게도 조선족 김치가 꽤 인기를 끌었다. 그러던 중 콰이써우에 음식 만드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며 우리 음식 알리기의 주인공이 되였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로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점점 관심을 가져주었고 그에 힘입어 자신감과 열정이 더 커졌죠.”
음식 콘텐츠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된장 한 스푼을 넣으세요’라는 걸걸한 목소리로 했던 한마디가 그녀만의 류행어로 탄생하면서 수만명 팔로우들을 끌어모았다. 당시 생방송 한번에도 김치로 3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고 된장은 하루에 700~800근씩 팔리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많은 분들이 제가 담근 김치와 된장을 좋아해주셨는데 언젠가부터 ‘이 정성을 이제는 직접 만든 보쌈으로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여 그는 2023년말, 평소 가장 좋아하던 보쌈을 직접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전자상거래 사무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손보아 간단한 인테리어를 통해 새롭게 꾸몄다. 연길의 아빠트단지 가장 구석진 자리라 길 가는 손님이 들어올 리 없는 곳이였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 곳이 좋았다. 자신이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던 곳이기도 하고 손님들이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개방형 주방인데다 동선도 익숙했기 때문이다.
“여기가 제가 가장 오래 머물던 공간이였고 전자상거래로 신뢰를 쌓았던 만큼 이제는 직접 만들어 올린 음식으로 그 신뢰를 이어가고 싶었죠.”
“번거롭더라도 이래야 진짜‘집밥’ 같죠.”
이 집 메뉴는 더없이 단촐하지만 오로지 부부 두 사람이 함께 돌아쳐야 해서 일손은 항상 딸린다.
풋고추와 생마늘은 그때그때 썰어야 수분이 그대로 유지된다며 가장 작은 식재료 하나에도 정성이 담겨 진다.
“그래야 손님들이 집에서 갓 꺼내 먹는 아삭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쌈장도 손님이 주문하는 족족 즉석에서 끓여야 보글보글한 식감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
‘보쌈은 식어도 괜찮다’는 인식을 떨쳐내기 위해 고기도 식사내내 식지 않게 온도를 유지하고 밥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으로 올린다.
보쌈을 먹다 보면 항상 쌈채소가 모자랄 때 더 시키면 또 남게 되는 게 고민이였는데 그녀는 손님들의 이런 고충을 헤아려 처음부터 보쌈 야채와 밥 그리고 밑반찬은 무한리필로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미덥지 않다는 눈빛을 보냈다. 너무 구석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녀간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이 곳은 이제 인기 맛집으로 거듭났다. 딱히 광고나 선전도 없었지만 손님들사이 입소문만으로 이뤄낸 기적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번거롭지만 밥도 작은 밥가마에 여러번에 나누어 짓고 고기도 압력솥으로 급하게 삶지 않고 매일 여러 가지 향신료와 육수로 푹 우려내 그 식감을 유지하려면 준비만 해도 반나절이 족히 걸린다. 그렇게 정성스레 준비한 식자재는 점심 한끼로 굽이 나버리는 바람에 저녁장사는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하여 이 집은 오래전부터 단골들사이에서 ‘오직 점심에만 먹을 수 있는 보쌈집’으로 굳어졌다. 어쩌다보니 관광객보다는 현지 단골손님이 주를 이루었고 단골이 많다 못해 자주 오는 손님들끼리 서로 안면을 트고 지내는 사이가 되였다.
“음식은 정성입니다. 야채 사오기부터 씻기, 썰기, 반찬 담그기까지 모든 정성을 다하면 손님들이 결국 알아주시더라고요.”
매주 월요일은 휴업, 확장 없는 그녀만의 철학
이 가게의 휴무일은 매주 월요일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가게 대청소를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하루만 쉬여도 매출에는 큰 영향이 있지만 위생이 첫째니까요.”
가맹 문의도 수도 없이 받았고 가게를 확장하라는 주변의 조언도 많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가게 운영 리념은 영원한 초심이다.
“초심이란 다지기는 쉬워도 리익이 보이면 잃기가 쉬워요. 장사에서 가장 지키기 힘든 게 바로 탐욕이나 성급한 마음이죠. 처음에는 누구나 초심을 경건하게 지키지만 뭔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머리를 굴리게 되면서 소홀해져요. 그런데 소비자들은 그 모든 걸 다 알아차립니다. 생각과 행동, 결과물이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그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상처받았던 마음이 오히려 사람들을 만나면서 치유되였어요. 그래서 지금은 너무나 행복하고 그것만으로도 이 작은 가게의 의미는 저에게 충분합니다.”
리익보다 정성을, 속도보다 진심을 선택한 그녀의 속깊은 마음이, 오늘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리유이기도 하다.
/김영화기자
编辑:최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