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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붉은 매화꽃(외3수)

안상근      발표시간: 2026-03-10 14:13       출처: 길림신문 选择字号【

◎최어금


눈보라 쉬여가는

빈 가지 우로

피여선 떨지 않는 불꽃 하나


그 붉은 입술이

겨울의 긴 침묵을 깨고

생명이라는 이름의 

첫 언어를 토해낸다


얼음장 같은

아픔을 뚫고 나온

그 진한 피빛만이

세상의 텅 빈 심장에

봄을 북돋운다


하얀 설원 우에

고난의 날개가 펼쳐지니

비로소 눈부신 

탄생이 되여 선다


노란 매화꽃


꽁꽁 언 대지 우로

해오름 빛 몰고 와

눈 속에 묻힌 봄을

깨우는 작은 등불


찬바람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 

저 금빛 약속은

미리 도착한

따스한 봄날의 예언


아직 남은 서리에도

꺾이지 않는 저 기운

하나 둘 모이는 노을빛 속에


온 겨울 내 참아왔던

세상의 설렘이

부풀어 오르는 봄의 눈(眼)이 되여 서 있다


흰 매화꽃


하얀 침묵으로 덮인

겨울의 가슴팍에

눈보라보다 더 차가운

고독 하나 피워내니


세상의 욕심 잊고

오직 맑음으로만

겨울을 앓은 그 자리

아무도 모르는 

청렴이 서리다


저 혼자 떨며 지킨

소복한 절개 끝에

비로소 걷히는 눈물


내 마음의 먼지까지

그 하얀 꽃잎이

닦아내고 지나가네


새 생명의 노래


아픔의 터널을 지나

비명과 찬양이 한데 엉켜

불러온 이름, 생명


미지의 세상 

첫발을 내디딘 그대

눈부시게 하얀 종이 우에

담대한 첫 획을 그린다


지난 계절의 맺힌 서리발도

어머니의 젖줄기처럼

이제는 윤기있는 

삶의 언약이 되여


타오르는 작은 심장

그가 들이 마시는 숨결마다

온 세상은 재빛 잠에서 깨여

푸르게 설레기 시작한다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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