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이야기](163) 밤 9시, 보온함 가득 채운 '애심도시락'이 만드는 감동
리전 길림신문 2025-05-28 15:24:50―어려운 학생들에게 보내는 김순금 사장의 ‘엄마’의 마음
아이들을 위한 '애심도시락'을 정성껏 준비하고 있는 김순금 사장
“제가 어려운 시절을 겪어봐서 더 잘 알지요. 이 아이들이 배불리 먹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정한 기쁨입니다.”
밤 9시가 넘으면 연변대학 근처 미식거리의 한 음식점 문어구에 설치된 ‘애심도시락’ 보온함은. 이 가게 사장의 정성이 담겨 진 따뜻한 도시락들로 가득 채워진다. 이윽고 학생들이 하나 둘 조심스레 보온함 문을 열고 무료 도시락을 받아간다. 이렇게 ‘애심도시락’을 만들어 주변 학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며 훈훈한 나눔을 실천하는 이가 바로 연길시한금옥소고기국밥집의 김순금 사장이다.
기자의 취재를 받고 있는 김순금 사장
최근, 기자는 연변대학 학생들로부터 ‘으뜸 이모’, ‘착한 사장님’이라 불리는 김순금 사장을 만나 ‘애심도시락’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엄마’의 따스함 담긴 ‘애심도시락’
‘좋은 재료만 쓰고 그날 음식은 그날 판매한다.’는 원칙으로 조선족 전통음식의 맛과 정성을 지켜오던 김순금 사장은 지금은 전국에 38개의 한금옥소고기국밥집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20대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훈춘, 장춘 등지에서 음식업을 해오던 그녀는 자신의 성공비결을 ‘진심이 담긴 맛으로 정직하게!’라고 강조한다. 그녀의 이런 진정성은 이제 ‘애심도시락’으로 더 널리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연변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또래 친구들에게 따뜻한 국밥 한그릇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김순금 사장은 연변대학 근처에 한금옥소고기국밥집 분점을 열었다. 조선족 전통음식의 진정한 맛을 지키며 정직하게 장사한 덕에 단골이 줄을 이었다.
그러던 지난 3월, 아들이 우연히 던진 한마디가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금도 하루 한끼만 먹는 친구들이 있어요. 다이어트를 위해서가 아니라 식비를 아끼려고 그래요. 어떻게 그들을 도울 방법이 없을가요?”
아들의 말에 김순금 사장은 가슴이 뭉클해 났다.
“내가 어릴 적 배고팠던 기억이 떠올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한끼라도 든든히 먹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김순금 사장의 풋풋했던 젊은 시절
김순금 사장은 어린 나이에 음식업계에 뛰여들어 30여년을 꾸준히 달려왔다.
4자매중 셋째로 태여난 김순금 사장은 어린 시절 식구가 많다 보니 배고픔을 견디며 학교를 다녔던 기억이 많았다. 아들의 말을 듣고 밤잠을 설친 김순금 사장은 아들과의 상의를 거쳐 4월부터 ‘애심도시락’을 내놓기로 했다.
가게 앞에 ‘애심도시락’ 보온함을 설치하고 그날 다 판매하지 못한 음식들을 도시락에 포장해 학생들이 무료로 가져가도록 했다. 보온함 옆에 ‘애심도시락’이라는 간판을 설치하고 ‘묻지 않을게요, 방해하지 않을게요, 제한하지 않을게요’ 라는 문구를 밝혀 받아가는 이들의 자존심도 배려했다.
“가게 조명이 꺼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다가 도시락을 가져가는 애들도 있더군요. 일분 일초라도 빨리 먹이고 싶은 마음에 매일 밤 9시쯤이면 앞당겨 음식점 장사를 마무리합니다.”
주는 사랑 받는 감동
“처음엔 그날 팔지 못한 음식들을 있는 대로 보온함에 넣었는데 이튿날 보면 간혹 남기도 했어요. 하지만 점차 주변에 널리 알려지면서 지금은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하여 요즘은 영양도시락 30인분을 별도로 더 준비합니다. 이튿날 아침 보온함이 비여 있는걸 보면 마음이 따뜻하고 뿌듯해져죠.”
'애심도시락' 보관함에 도시락을 넣고 있는 김순금 사장 / 진연룡 촬영
어느날 가게 카메라를 확인하던 중 김순금 사장은 이런 장면을 보게 되였다. 비 내리는 밤, 중학생으로 되여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밀고 가게 앞에 나타났다. 마지막 도시락을 꺼낸 뒤 그 아이는 가게 간판을 향해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했다. 련속 이틀째 그 아이는 맨 마지막으로 음식을 챙겨갔다. 김순금 사장은 “비를 맞으며 힘들게 찾아온 아이가 혹시 음식을 가져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그후부터 음식을 더 많이 준비하기로 했단다.
'애심도시락'을 꺼내 가는 학생들
도시락을 받는 학생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한 학생은 “사장님이 주는 밥 맛은 집밥 같아요!”라고 하며 감사를 전했고 생활비가 떨어져 ‘애심도시락’을 먹었다던 다른 한 학생은 나중에 다시 식당을 찾아와 결제하여 사먹기도 했다.
“제가 화룡현(현 화룡시) 두도진에서 중학교를 다니면서 학교 근처에 세집을 맡고 살았어요. 녀자애 세명이 힘들게 살다보니 주인할머니는 변변치 않는 저희들의 음식들을 보고 고추장이며 밭에서 뜯는 상추며 파 등등을 챙겨 주셨는데 큰 감동을 먹었어요. 이젠 제가 먹고 살만한 중년이 되였으니 생활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그 사랑을 다시 베풀어야죠.”
나눔 실천이 일으킨 감동의 릴레이
김순금 사장의 선행에서 힌트를 받은 그의 아들은 ‘9.9원 따뜻한 밥상’이라는 위챗그룹을 만들었다. 월말에 생활비가 긴장한 학생들이 부담 적은 가격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엄마가 작은 도시락으로 큰 사랑을 보여주셨죠. 저도 그 마음을 물려받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김순금 사장의 아들이다.
가게 직원들도 이 나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퇴근 시간이 늦어져도 불평 없이 도시락을 포장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나눔의 정신이 엿보였다.
음식점의 직원 대부분이 김순금과 몇년을 일해오면서 뜻을 같이 해온 '동지'들이다.
“배고픈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우리가 조금 힘들어도 괜찮아요. 학생들을 가족처럼 챙겨주는 사장님의 인품을 알기에 더욱 믿고 따르게 돼요.” 지금까지 김순금 사장과 몇년을 함께 일해왔다는 한 직원은 이같이 말했다.
김순금 사장의 ‘애심도시락’ 선행은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 애심인사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음식 마련에 힘을 보태려고 나섰다.
아이와 함께 쌀과 식용유 등 식재료를 가게까지 들고 온 부부가 있는가 하면 매번 김치 30인분을 추가로 보내오는 공급업체도 있다. 단수로 가게 물공급이 떨어진 날에 “오늘은 내가 도울 차례”라며 순대와 감자만두를 보내온 음식업계 사장들도 있고 아이들에게 피자를 맛보이고 싶다며 피자를 보내오는 사장님도 있었다. 요즘에는 연변대학의 교수진과 외지관광객들까지 찾아와 ‘의미있는 식사’를 하며 기부에 동참하고 있단다.
오늘도 아이들을 향한 김순금 사장의 애심 실천은 계속되고 있다.
십시일반, 사회 각계 애심인사들의 공동한 노력으로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애심도시락’ 메뉴는 더욱 다양하고 풍부해지고 있다.
“세상에 좋은 사람이 정말 많아요. 모두가 함께하니 더 큰 힘이 됩니다. 배고픈 사람 앞에서 밥을 숨기지 않는 것이 진정한 정이죠. 이 작은 도시락이 필요한 이들에게 세상의 가시밭길을 헤쳐가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용기가 되길 바랍니다.” 김순금 사장의 기대와 함께 그를 둘러싼 많은 이들의 작지만 확고한 나눔이 계속해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되길 기대해본다.
/길림신문 리전기자
编辑:유경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