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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가을 바다의 보물

가을이 깊어지면 땅의 오곡이 익듯 바다는 여름 더위를 가라앉히며 맑아진다. 이때 바다는 단단한 껍질에 생명력을 가득 채운 전복을 선물한다. 봄과 여름 산란을 마친 전복은 가을 찬바람에 살이 오르고 맛이 절정에 이른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전복은 가을의 심장을 품은 바다의 보물’이라 불렀다.

전복은 단순한 해산물을 넘어 귀한 생명의 상징이였다. 조선시대 궁중 연회 기록엔 전복초와 전복죽이 빠지지 않았다. 조선반도 제주와 남해의 깊은 바다에서 잡힌 전복은 진상품으로 오르며 임금의 회복식이나 산모 산후 조리에 쓰였다.

제주에서는 지금도 제사상에 전복을 올린다. 이는 풍요를 기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바다의 생명력에 대한 감사의 의례이다. 민가에서도 병자나 로인이 회복기에 들면 가족은 전복죽을 정성껏 지어 올렸다. 전복 한그릇엔 바다의 온기와 생명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담겨있다.

전복은 음식이 아니라 삶을 되살리는 기원이다.

◇ 약선에서의 전복: 몸과 마음을 맑게하는 ‘평한 보음’

약선학에서 전복은 성질이 ‘평하다’고 본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으며 간과 신장에 작용해 음을 보하고 열을 내린다. 전복은 눈을 맑게 하고 간의 울체를 풀어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혈압을 조절해 마음을 안정시킨다.

전복 껍질은 약재 ‘석결명’(石决明)으로 쓰인다. 간의 화를 내려 눈을 밝히는 효능이 있어 예로부터 학자나 장인이 달여 마셨다.

현대 영양학도 이 지혜를 립증한다. 전복은 저열량·고단백 식품으로 칼시움·아연·셀레니움·철 등 미네랄과 비타민 A·B군이 풍부하다. 타우린(牛磺酸)은 간 해독과 콜레스테롤 저하에, 아르지닌(精氨酸)은 성장과 회복에, 다당류는 면역력 강화와 항암 작용에 도움을 준다.

전복은 피로 해소, 혈압 조절, 로화 지연에 효과적인 자연의 약재다.

◇ 상황에 맞는 전복료리: 손자병법의 ‘구변’ 지혜

예로부터 전복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됐다. 전복죽은 환자와 산모의 회복식으로, 전복삼계탕은 여름 보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오늘날엔 전복버터구이, 전복회, 전복물회 등 그 형태가 더 다양해졌다.

손자병법 ‘구변의 장’(九变篇)을 전복료리에 적용해보자. 손자는 “장수는 아홉가지 변화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전장의 조건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함을 의미한다.

전복료리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전복이라도 먹는 이와 상황에 따라 그 조리법이 달라진다. 병약한 이에겐 부드러운 전복죽이, 더위에 지친 이에겐 전복삼계탕이, 건강한 이에겐 전복회나 물회가, 기름진 맛을 선호하는 이에겐 전복버터구이가 적합하다.

한 재료가 여러 형태로 변하며 생명을 살리는 길이 되는 것, 이것이 전복료리의 ‘구변’이다.

손자는 “장수는 백성의 생사를 맡았으니 깊이 숙고하라.”고 말했다. 료리사도 먹는 이의 건강을 책임지는 장수와 같다. 전복은 영양이 풍부하지만 푸린 함량이 높아 통풍 환자에겐 해로울 수 있다. 소화력이 약한 로인이나 알레르기 체질은 생식보다 익힌 전복이 안전하며 산란기 전복 내장은 반드시 익혀야 한다.

음식은 체질과 시기에 맞아야 약이 된다. 전복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 계절과 재료, 먹는 이의 상태를 꿰뚫어 상황에 맞게 조리하는 유연함이 ‘구변의 지혜’이자 음식의 도이다.

전복은 바다가 준 귀한 선물이자 력사·문화·의학·영양학이 응집된 보물이다. 가을 제철 전복은 살이 단단하고 맛이 깊어 밥상에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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