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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인형에 담긴 민족의 혼, 78세 리현순의 13년 기록

─ 중국 조선족의 100년 이주사·문화사 생생하게 재현

한땀한땀 정성으로 기록한 민족의 발자취

“한땀한땀 정성을 기울여 만든 종이인형들이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이 이 작품을 보며 우리가 걸어온 길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연길시 신애상백화점 2층에 마련된 ‘흘러간 세월을 뒤돌아보며’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은 작은 종이인형들이 만들어내는 아기자기하고 생동감 넘치는 장면에 발걸음을 멈춘다. 이주민들이 황무지를 개간하던 때의 고달픈 일상, 일제에 맞서 싸우던 항일의 력사적 순간, 자치주 창립 경축 환희의 순간까지… 중국 조선족의 100년 이주사와 생활사가 고스란히 담긴 30여점의 종이인형 소품들은 마치 살아있는 력사교과서와 같았다.

이 모든 작품은 연길시아리랑문화활동중심을 운영하는 리현순(78세)할머니가 13년에 걸쳐 정성껏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결과물들이다. 할머니는 “나라 사랑, 민족 사랑, 고향 사랑, 부모 사랑, 가족 사랑, 이 다섯가지 사랑을 주제로 종이인형에 중국 조선족의 력사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종이인형과의 만남, 생생한 교육 주제로 각광받아

리현순할머니가 종이인형을 처음 접한 것은 1997년 한국에 갔을 때였다.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죤에서 ‘한지’를 주재료로 만드는 인형을 보고 한지의 질감과 독특한 느낌이 돋보이는 이 전통 공예품이 생동감 있고 직관적인 교육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지인형은 기본적으로 한지에 인형의 얼굴, 몸통, 옷 형태를 그려 재단한 뒤 접착제로 조립하고 얼굴을 그리거나 간단한 장식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그러나 당시 한지인형 만드는 법을 배우려고 했지만 한화로 무려 100만원이 넘는 교육비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05년 귀국후, 리현순할머니는 독학으로 종이인형 만들기에 도전,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2년의 노력 끝에 종이인형 만들기에 성공했다. 특히 종이인형의 기본 틀을 만들기 위해 신문지를 물에 짓이기고 굳어지기 전에 밤낮이 따로 없이 지속적으로 다듬어야 했다. 밤잠을 설쳐가며 무려 200개가 넘는 실패작을 거쳐 마침내 제작 비법을 터득했다.

중국 조선족 100년의 력사를 공부하기 위해 리할머니는 또 중국 조선족 력사 공부도 여러해 동안 꾸준히 했다. 신문과 잡지에서 24권 분량의 자료를 스크랩하며 필요한 내용을 철저히 연구했다.

100년 이야기를 담은 종이인형

‘흘러간 세월을 뒤돌아보며’ 전시 작품들은 중국 조선족의 이주, 개척, 교육, 항일투쟁, 자치주 창립, 개혁개방 이후의 변화 등 중요한 력사적 순간들을 세밀하게 재현하고 있다. ‘개척’ 장면에서는 짚으로 엮은 움막집 앞에서 땀 흘리며 황무지를 일구는 부부의 모습이 고난과 인내를 동시에 전한다. 배경의 엉킨 나무가지와 마른 풀뿌리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여 당시의 고난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탈곡 장면에서는 실제 벼와 벼알을 사용해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렇게 황량한 땅을 살기 좋은 삶의 터전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고난은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리현순할머니는 작품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어 말했다.

리할머니는 사라져가는 민속 풍경도 기록했다. 작품에는 이주사뿐만 아니라 현재는 거의 볼 수 없는 전통 생활 풍경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물레로 실을 뽑는 모습, 작두로 여물을 만드는 장면, 절구방아와 매돌 돌리기 등 조선족의 일상적인 민속생활습관까지 세심하게 재현됐다. 이는 단순한 공예를 넘어 민족문화 원형을 보존하는 가치 있는 기록물이다.

리할머니의 작품은 신애상백화점외에도 연길경제개발구내에 자리잡은 해얼국제세포은행에도 전시되여있다. 이곳 작품들은 조선족 어린이들의 민속놀이, 개혁개방 이후의 현대생활 모습 등을 반영한 40여점의 소품으로 민족의 과거와 현재를 련결하고 있어 가치를 한층 더 인정받고 있다.

교육 현장으로 확산되는 문화

리현순할머니의 작품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교육 현장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2012년부터 리할머니가 제작한 종이인형 작품들은 백산호텔, 연변박물관, 북경민족문화궁 등 다양한 장소에서 전시되였으며 특히 연길시의 23개 중소학교에 전시되여 학생들의 생생한 교육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연길시 교육실천기지와 여러 중소학교, 가두와 사회구역들에 ‘종이인형 공예 체험 교실’이 설치되여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직접 종이인형을 만들며 중국 조선족의 력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종이인형 공예는 생생하고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이야기 덕분에 뛰여난 교육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력사를 모르면 미래도 없다”

리현순할머니는 “조상들의 시련과 고난에 찬 아픈 과거가 있었기에 비로소 오늘의 행복이 있다.”고 강조하며 “젊은 세대들이 종이공예 작품을 통해 조상의 발자취를 기억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리할머니의 손끝에서 태여난 수많은 종이인형들은 단순한 공예품이 아닌 민족의 령혼을 담은 문화유산으로, 파란만장한 력사의 증언자로서 끊임없이 역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와 학생들은 할머니의 작품을 통해 과거의 고난과 현재의 소중함을 체감하며 민족의 정체성을 자연스레 깨우치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책으로는 리해하기 어려웠던 선조들의 삶을 직관적으로 생생하게 느끼며 쉽게 공부하게 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리할머니의 손길이 빚어낸 각각의 인형과 장면들은 이제 단순한 공예품이 아닌, 중국 조선족의 집단 기억을 담은 문화 보물로 미래 세대에 용기와 자부심을 전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되였다. 리할머니는 종이인형 제작 기예를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나지 않는 기록,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

취재 당시에도 리현순할머니의 종이인형 작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리할머니는 “앞으로도 우리 민족의 중요한 순간들을 계속 기록할 것”이라며 “이 작품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추억과 사랑으로 남아 우리의 이야기가 영원히 이어지길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

작은 종이인형에 새겨진 민족의 혼은 이렇게 한 사람의 끈기와 사랑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중한 울림을 주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교훈으로 다가오고 있다.

/안상근 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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