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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무장갑(외3수)

길림신문 2025-09-24 11:33:27

⦿허경수


나 고무장갑을 사용할 때마다

어머니 생각납니다

겨울에도 강변에서

맨손으로 빨래질을 하시고

언손을 호호 불며


집에 돌아오시여

소변으로 손을 씻으시고

불에 쪼이시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시던 모습이

눈물 어린 내 시야에 비껴듭니다


그 시절

고무장갑을 만져도 못 보신 어머니

크림을 사 본적이 없는 어머니


삼복염천에도 고무장갑을 사용하는 나

어머니를 회상하면

얼굴이 모닥불벼락을 맞은 듯

지금 이 불효자가 고무장갑을

하늘 높이 쌓아놓아도

구천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왜 그때엔 우리 집에

낡은 고무장갑 한 짝도 없었던지…


잎새 없는 나무


잎새 다 떨어져 뼈만 앙상한 나무

스산한 바람속에서 떨고 있네

자식들을 멀리 떠나 보내고

동구밖에 서서

이마에 손을 얹고 멀리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인가


이제 새봄이 오면

또 수많은 자식들이

엄마 품에 안겨 재롱을 부리리니

찬 바람속에서 어머니는

후더운  바람을 기다리누나


겨울밤비


천국에서 호강살이 하던

옥동녀 누나

세상 구경하려고 준비할 때

용감한 동생 밤순찰을 하네


먼지투성이 세상을 대청소하려고

분신쇄골되면서 락하한다


백설공주의 광림을 위해

명주필을 늘여주는 충신

웃으며 암흑을 무너뜨린다.


김치


타향에서 김장을  도와주느라니

어릴적에 어머니를 도와

김치대야를 나르던 정경 뚜렷해


김장을 다 하시고

배추김치 한 오리를

나의 입에 살짝 넣어주시며

보름달처럼 환히 웃으시며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시던 모습

눈앞에 선히 떠오른다


김치그릇을 들고 분주히 오가며

김치를 맛 보며

즐겁게 터뜨리던 아줌마들의

웃음소리 귀전에 울리는 듯


编辑:안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