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유산 순방] “목조각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지요.”
안상근 길림신문 2025-07-03 11:31:14대를 이어 목조각 예술의 혼을 이어 나가는 목조각 장인 리만복
멍에를 짊어진 한 마리 소가 힘차게 걸어온다. 고집스레 숙인 머리, 팽팽한 다리 근육, 부릅뜬 눈과 앙다문 입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의 에너지! 리만복의 손끝에서 탄생한 이 소는 단순한 목조각뿐만은 아니다. 그것은 한 민족의 력사와 실농군의 땀방울, 그리고 고향의 추억이 응축된 살아있는 예술품이다. 비록 지금은 멀어져간 풍경이지만 그 시절 짙은 향수와 함께 아름다운 추억들을 떠올릴수있는 소중한 이미지이다.
“나무는 말이 없지만, 제 손길을 거치면 비로소 령혼을 얻습니다.”
조선족 목조각 기예 주급 무형문화유산 대표적 전승인인 리만복(62세)의 작업실에서는 언제나 싱그러운 나무 향기가 가득하다. 그가 능란한 솜씨로 나무토막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조각칼을 댈 때마다 살아숨쉬는 듯한 조각품들이 탄생한다. 마치 오랜 세월동안 나무토막속에 잠들어 있다가 눈을 비비고 깨여난듯 새롭고 신기하다. 조선족 목조각은 중국조선족 민간예술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인바 그 독특한 예술적 매력과 문화적 가치로 날이 갈수록 큰 중시를 받고있다.
3대째 가업을 이어받은 목조각 장인
리만복은 1963년 3월, 길림성 화룡현 팔가자림업국의 관지림장에서 태여났다.
그의 가족은 대대로 목공 기술을 전수해 온 장인 집안이였다. 할아버지 리승권은 1899년 흑룡강성 목단강에서 태여나 조선족 전통 목공기술을 익혔으며 1930년대에 길림성 왕청현 춘양지역에서 나무그릇과 농기구 등을 만들어 팔면서 생계를 이어 나갔다. 이 시기의 기술이 후대조선족 목조각 기술의 초기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아버지 리군삼은 1929년 12월 왕청현 춘양에서 태여나 할아버지로부터 목공기술을 배웠다. 1950년대 후반, 그는 전통 목공기술에 조각과 상감(镶嵌), 쪽무이(拼接) 등의 기법을 접목하여 가구의 예술성과 관상성을 한층 높였다.
리만복은 어린 시절부터 가업을 자연스럽게 접하며 성장했고 목공과 조각에 대한 깊은 관심을키워나갔다. 리만복은 조선족 목조각의 제3대 전승인이다. 그는 선조의 기술을 계승하고 혁신하여 목조각 예술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으며 나무에 민족의 혼을 새기는 예술가로 거듭났다.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면서 조선족의 생활과 문화를 생동감 있게 담아내고 있어 주목받는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작업장 구석에서 나무쪼각을 주워서 만들었던 첫 목조각품의 기억이 지금은 주급 무형문화유산이 되었다.
리만복은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의 전수가 아니다"면서 "선조들의 꿈을 이어가는 일, 민족의 얼을 보존하는 사명과 책임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혁신과 도전의 길, 예술적 성과와 사회적 기여
1990년대 중반, 리만복은 본격적으로 민속 공예품 조각에 뛰여들었다. 그는 조선족의 전통 생활과 문화를 소재로 한 목조각 작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열정을 쏟았다. 특히 그는 조선족 소수레를 주제로 한 목조각 공예품을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다년간의 고심한 연구개발로 그는 지금까지 이미 조선족 목조각계렬 공예품 16종류를 개발했는데 그의 작품들은 전통 목공 기술의 정교함과 목조각의 예술성이 결합된 결과물로 조선족의 일상생활과 로동, 유희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하고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소와 함께 밭을 갈고, 수레를 끌고, 심지어 소싸움으로 즐거움을 나누었죠. 이 모든 추억을 나무에 새기고 싶었습니다." 이는 리만복이 소수레, 소싸움, 밭갈이 등 소와 관련된 조각 예술품들을 많이 창작하게 된 리유이기도 했다.
리만복은 전통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전통적인 조선족 소수레 제작 과정에서의 번거로운 공예를 타파하고 소수레 제작공예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작품의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그의 목조각 작품인 <소수레>는 조립과 분해가 가능한 체험형 공예품으로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 제품이다. 조립 소수레는 생산효률을 크게 제고시켰을뿐만아니라 대중화와 시장 확장에 크게 기여했고 제품의 지명도도 얻었다.
2024년 12월, 리만복은 주급(州级) 무형문화유산 조선족 목조각의 대표적인 기예 전승인으로 선정되면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리만복의 조각 작품들은 다양한 전시회와 경연대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8년 7월, 그는 제2회 연변관광상품대회에서 <조선족 소수레> 로 입상했으며, 같은 해 5월에는 <연변 조선족 소수레>로 중화인민공화국 외관 디자인 특허를 획득했다. 2018년 10월에는 장백산 제1회 문화예술박람회 ‘신산컵’(神山杯) 현장 목조각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예술적 기량을 또다시 립증했다.
2020년 9월, 리만복은 길림성인력자원및사회보장청이 주최한 제1회 수공 목공 기예 직업기능 경연대회에서 국가 고급기능사(3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와 함께 리만복은 단순한 장인이 아닌, 전통 예술의 현대적 계승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는 후진 양성과 무형문화유산 전승에도 적극 힘쓰고 있다. '무형문화유산 교정에 들어가기'(非遗进校园)에 발맞추어 지역 청소년들에게 목조각 기술을 가르치며 조선족 전통 문화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목조각,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민족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리만복은 “조선족 목조각이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민족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전통 기술의 정수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조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조선족 목조각 제품의 량산과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조선족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 그의 꿈과 희망이다.
리만복은 “조각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작품들은 조선족의 력사와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관람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나무는 말이 없지만, 조각가의 손길을 통해 령혼을 얻습니다.” 리만복은 령혼이 있는 목조각 작품이야말로 살아있는 예술의 혼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적인 나무가 동적인 삶의 열정으로 모습 바꿀때 비로서 가치 창조의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는 말이다.
리만복은 자신이 조선족 목조각 예술의 전승인과 혁신가로 불리우길 원한다고 기자에게 밝혔다.
‘무형문화유산 풍경구에 들어가기’(非遗进景区)에 호응하여 그는 지난해부터 화룡시 진달래촌에서 조선족목조각 작품의 제작과 전시, 홍보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또 화룡시 동성진 광동촌에서도 목조각 작품들을 전시하고 홍보할 타산이다. 이외에도 화룡시문화관, 연변박물관, 연변도서관 등 공공기관들에도 자신의 목조각 작품들을 보내여 조선족 무형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데 적극 나서고 협조할 예정이다.
리만복의 꿈은 크다. 전 세계에 조선족 목조각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소원은 더 간단하다.
“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우리 조상들의 삶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의 뿌리를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작업실 창가에는 항상 신작을 위한 나무토막이 준비되여 있다. 어느 날 이 나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의 기적이다.
리만복의 손바닥에는 수십 년간의 각인이 새겨져 있다. 조각칼에 의한 상처, 나무의 결을 읽으며 생긴 굳은살, 예술가로서의 열정이 남긴 주름들... 거칠어진 손이 만드는 섬세한 목조각 이야기들은 조선족 력사의 하루가 되고 한 페이지가 된다. 목조각이 단순한 공예를 넘어 령혼이 있는 예술로 승화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무형문화유산의 진정한 가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안상근 기자
编辑:김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