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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서 국제 음악 무대로… 리상길 가수의 음악 인생기

김영화 김가혜 길림신문 2025-06-13 11:22:13

운동장을 달리던 축구소년에서 연변의 유명한 성악가로 성장한 리상길(41세)가수, 그는 조선족 음악의 진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국내외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음악인이다. 현재 연변가무단 성악부 부부장으로 활동하며 연변문련, 조선족문화연구회, 길림성성악학회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평양‘4월의 봄' 국제성악경연대회에서 두차례나 금상이라는 쾌거를 거머쥐며 민족음악 계승과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12일, 기자는 연변가무단을 찾아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자신만의 음악세계로 조선족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리상길 가수의 음악려정과 예술철학을 들을 수 있었다.

운명을 바꿔준 노래 ‘감주 타령’

도문시 석현진이 고향인 가수 리상길은 축구공을 차며 뛰놀던 평범한 소년이였다. 소학교 5학년이였던 그해, 학교축구팀의 팀원으로 활약하던 축구소년에게 영화와 같은 ‘예술인생’궤적은 학교운동장에서 예고없이 시작되였다.

어느 하루 체육교원의 부재로 당시 학교 남성음악교원이였던 박범현 교원이 림시로 훈련을 지도하게 되였는데, 이것이 리상길의 인생을 바꿀 결정적 순간이 될줄이야…

“지금 생각해도 꿈같은 일이였습니다. 제일 좋아하던 축구운동화를 벗고 노래를 시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훈련 휴식시간을 리용해 운동장 한켠의 그늘에 빙 둘러앉은 아이들을 노래를 부르게 하던 중, 리상길은 테이프로 익힌 렴수원 가수의 〈감주 타령〉을 불렀는데 그의 노래를 듣고 박범현 교원은 그에게 노래를 배워볼 것을 강력하게 제안했고 그때로부터 리상길은 자연스럽게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되였다.

30년도 더 지난 그 날의 운명같았던 ‘운동장 캐스팅’을 그는 지금도 어제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성악 수련기

“어린 시절, 석현에서 기차로 도문과 연길을 오가면서 성악공부에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에는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이죠”

그는 본격적으로 연변대학 예술학원의 전화자 선생님으로부터 신민요를 배우며 기초를 다졌고, 2003년 룡정고중 성악 특장생으로 입학하면서부터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며 자신의 기량을 닦았다. 림성호 선생의 제자로 벨칸토 창법을 사사받으면서 고중을 졸업하고 순리롭게 연변대학예술학원에 진학, 민요와 벨칸토라는 두가지 쟝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독보적인 기량은 2007년 연변대학예술학원 성악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며 더욱 빛을 발했다.

연변가무단에서의 성장통과 도약

대학을 졸업하던 해, 해외류학을 고민하던 그는 지도교수였던 림성호 선생의 권유로 연변가무단 입단 시험에 도전하게 되였다.

음악공부를 더 해보려는 열망도 컸지만 류학계획을 접을 수 있었던건 ‘연변가무단’이라는 큰 무대의 유혹 때문이였다. 그러나 입단 첫 해 내부 업무회보공연에서 40여명의 성악부 단원들중 최하위권인‘굴욕’적인 성적표를 받는 좌절도 맛보았다. 그러나 그는 이를 발판 삼아 끊임없는 노력으로 꾸준히 자신을 업무기량을 갈고 닦았다. 결과 2024년 업무회보공연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하며 자신의 가능성과 성장을 이뤄냈다.

“‘흑력사’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저 자신을 돌아보고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정신 차리고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되였죠.”

평양국제성악경연대회, 운명의 터닝포인트

2014년 4월, 그는 평양 4월의 봄 국제성악경연대회에 특별 초청받아 〈까투리 타령〉을 열창하며 금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경연을 두고 ‘할 말’이 있다며 그는 십년전 이야기 보따리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원래 이 경연에는 동료 가수인 박은화만 초청될 예정이였지만, 사전심사에서 그들의 듀엣 음원을 들은 심사위원들이 "이 남자 가수는 누구냐"며 궁금해했고 리상길도 특별히 함께 초청한 것이였다.

“평양에서의 경연이 어찌보면 저의 예술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였습니다. 존재감이 크게 없었던 제가 너무나 행운스럽게 국제경연에 참가하게 되였고 거기서 예상치 못한 금상까지 받아안아 그 기회로 저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였으니까요.”

전통과 디지털 시대의 조화를 꿈꾸며

최근 연변가무단은 라송화 부단장이 인솔하는 뉴미디어쎈터의 설립과 협력으로 틱톡에서 활발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24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계정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틱톡생방송 업종생태대회에서 전국 32만개 생방송 계정중 공식 인정받은 52개 우수 계정에 연변가무단 공식계정과 리상길 가수의 개인계정이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며 전통음악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라이브 방송은 즉흥성과 유연함이 중요합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읽고 다양한 쟝르를 소화하여 대중이 원하는 노래를 선곡해야 합니다. 그렇기도 하지만 전통음악은 여전히 우리의‘뿌리’입니다. 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고민이 늘 숙제인거죠.”

현재 그는 전통공연과 라이브 방송을 병행하며 드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음악 욕심이 많은 그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이 노력과 과정 또한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라며 힘차게 달리고 있다.

“류행음악은 자주 변해도 전통음악은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줍니다.”리상길가수는 현대음악과 전통음악을 적절히 곁들여 민족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여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작업도 고심중이다. 후배 양성에도 관심이 많지만, 아직은 “나 자신을 더 갈고 닦아야 할 때”라고 그는 겸손하게 말한다.

초심을 잃지 않는 예술가의 길

돋보이는 가창력과 무대매너, 그리고 넘치는 에너지와 흥으로 그가 등장하는 무대는 늘 중장년층 팬을 몰고 다니며 ‘아이돌급’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노래만 잘 해야만 가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통해 고향을 알리고 우리의 노래를 세계에 전하는 것이 진정한 가수의 길인것 같습니다.”리상길가수는 자신의 소신을 이렇게 밝히며 늘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얼하고 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는 리상길 가수, 그 어떤 무대를 막론하고 마이크 앞에 설 때면 마음이 거룩해지는 이 길이야말로 진정 자신의 운명같았고 정말 그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이 더해져만 간다.

“민족음악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저의 꿈이자 사명입니다. 앞으로도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가 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음악의 진수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축구소년에서 우리의 음악을 알리는 성악가로 성장한 리상길 가수의 눈빛에는 초심을 잃지 않은 예술가의 열망이 여전히 희망처럼 빛나고 있었다.

/길림신문 김영화 김가혜 기자


编辑:안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