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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수필] 청사의 봄

안상근 길림신문 2025-03-21 15:12:24

(훈춘)김동진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습니다. 청사(靑蛇)의 봄이 허물 벗은 한마리 푸른 배암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혜와 슬기로 다듬은 봄, 변화와 번성을 꿈꾸는 봄, 재생과 부활의 의미로 다가오는 봄, 이러한 청사의 봄이 파아란 바람으로 바야흐로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

지난 겨울의 끝자락은 춥기도 했습니다. 립춘이 지난 다음에 갑작스레 밀려온 한파는 바뀌는 계절의 회전무대에서 선뜻이 물러가기를 저어하는 혹독한 겨울의 마지막 발악 같은 것이였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은백색의 얼음투구를 쓰고 은백색의 얼음갑옷을 입고 은백색의 얼음장검을 꼬나든 동장군이 흰 갈기를 날리는 백마를 타고 “나를 당할자 있으면 나오라”고 울부짖으면서 기세등등하게 북국의 눈덮힌 광야를 질주하였지요.

그렇다고 우리의 봄은 언제 한번 겁을 먹거나 뒤걸음질한 적이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으로 충만된 세상을 살기 위해 봄은 그렇듯 랭혹한 겨울이 만들어낸 고통의 시련을 이겨내고 지금 막 푸른 빛을 몸에 감은 한마리 푸른 배암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민속적으로 수천년의 력사를 인류와 함께 살아온 뱀이고 보면 그 존재가치는 가볍게 과소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땅밑과 땅우를 자유롭게 오가며 왕성한 생존찬가를 부르는 푸른 배암은 젊음과 생명과 활기의 상징으로서 부활과 재생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니깐요. 

시내가 실버들에 새움이 트면 양지쪽 애기잔디 머리를 들고 파랗게 새희망을 속삭입니다. 진달래 피여나는 언덕을 넘어 종달새의 노래에 맞추어 꽃나비 춤을 춥니다. 해동의 대지와 더불어 부푸는 사랑의 푸른 가슴마다 행복의 물결이 설레입니다.

젊음과 생명과 희망과 사랑, 그리고 정열과 약동으로 충만된 복합적 이미지로서의 봄의 위력은 그만큼 당당하고 호매로운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동토의 땅에서 해동의 나팔을 울리며 록색혁명의 푸른 기발을 들고 나오는 봄의 물결을 볼가항력이라고 말합니다.

마침 여기에 <봄은 배암이 올시다>라고 청사의 봄을 노래한 자작시 한수가 있어 읊어봅니다. 


봄은 배암이올시다

산너머 남쪽 어느 바위굽에서

스르륵 스르륵 배밀이하는 

한마리 파아란 배암이 올시다


비늘무늬 촘촘한 나들이옷에서

풍겨오는 파아란 향기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마력이 있어

고체로 결박되였던 강물마저

얼음의 사슬 끊어버리고

감뛰는 노래를 부르게 합니다


한마리 파아란 배암의 숨결이

하늘의 은총으로 살가운 곳에

눈을 뜨는 잎이 있고

망울 터치는 꽃이 있고

지종거리는 종달새가 있으니

참으로 위대한 배암이 올시다


봄은 배암이올시다

탈피하는 인고의 가슴으로 

여름강을 건너고 

가을숲을 지나서

엄한의 하얀 이불 속에 누웠다가

동면의 또아리를 풀고

부활의 기지개를 켜는

한마리 파아란 배암이 올시다.


그렇습니다. 의심할 나위 없이 봄이란 한마리 푸른 배암이 올시다.

예로부터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라고 노래했듯이 봄은 예이제 없이 푸른 배암, 다시 말하면 우리의 봄은 영원한 청사의 봄이란 말입니다.

한즉 앞으로도 봄은 한사코 열과 빛과 향을 지닌 푸른 배암으로 우리의 강산을 찾아올 것입니다.

생명이 있고 꿈이 있는 것은 모두가 봄을 기다리거늘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봄을 떠난 청춘이란 있을 수 없으니깐요. 푸른 배암이 없는 봄을 상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도리라 하겠습니다.

잠간 머물다 가도 좋습니다. 계절이란 알고 보면 하늘이 배치해준 순리대로 오는 듯이 떠나가는 시간이요, 흐르는 물 아닙니까?

그러니까 우리 모두 엄동설한 이겨낸 이 아름다운 청춘을 목청껏 노래하고 목숨껏 사랑해야겠습니다. 다름아닌 이 땅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젊음과 생명과 활기를 아끼고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编辑:안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