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머니와 함께 해룡호(海龙湖)를 발면발면 걸으면서 한폭의 아름다운 겨울 그림을 흔상하였다.
십리포(十里铺)에 머물러 눈에 들어오는 강남풍의 건축물을 보면서 한겨울의 아담하고 아늑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호수가의 나무, 건물의 지붕, 길가의 동물쓰레기통까지 마치 하얀 이불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살구나무 같기도 하고 배나무 같기도 한 나무 몇그루가 눈에 들어왔는데 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나무줄기와 가지만 남아있어서 쓸쓸하고 처량해보였다. 그런데 그 앞에 놓인 작은 다리와 지상의 눈이 서로 어울려 오히려 추위를 무릅쓰고 명년 봄에 움트고 꽃을 피울 꿈을 꾸고 있는 이 나무들의 단단함과 견강함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 같은 각이한 느낌이 들었다. 보는 각도가 부동함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던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났다.
조금 더 앞으로 걷느라니 또 방금전에 본 다리보다 조금 더 큰 다리가 나타났다. 다리 우에 올라서서 호수를 내려다보니 온통 새하얀 옷으로 단장해있었는데 어떤 곳은 바람에 눈이 날려가 얼음강판이 그대로 드러난 채 알른거리고 있었다. 눈과 얼음이 해빛에 반사되여 한줄기 눈부신 빛을 뿌리는 맑고 투명한 거울과도 같았다. 해빛, 구름, 하얀 호수가 한데 어우러져 쌀쌀한 겨울 날씨와 완연히 다른 한폭의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었다. 나는 겨울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에 심취되여 멋진 포즈를 취하며 어머니에게 급히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별로 닿지 않은 호수의 눈들은 오염되지 않아 마치 새하얀 구름송이 같기도 하고 새하얀 솜덩이 같기도 하였다. 새하얀 주단을 풀어놓은 듯한 호수 우를 걷노라니 마치 솜이불을 밟는 것 같기도 하고 폭신폭신한 등산복을 밟는 것 같기도 하였다. 나는 하얀 설탕 같은 눈을 한웅큼 쥐여 입에 넣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차가운 눈맛을 느끼며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마치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매일 뛰여놀며 즐기던 동년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아, 새하얀 눈이 나에게 즐겁기만 하던 아름다운 동년시절을 찾아준 것이였다.
발밑에서 나는 ‘빠드득 빠드득’ 발자국 소리, 귀를 스치며 ‘호호’ 웃어대는 ‘까불이’ 바람 소리, 그리고 그 바람에 맞장구라도 치듯이 나무가지들이 내는 ‘딱딱’, ‘따그닥’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한수의 아름다운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
매일 집, 학교, 학원을 오가며 책더미에 깔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고 지내다가 오늘 어머니에게 이끌려 마음의 탕개를 풀고 해룡호를 산책하면서 겨울 경치를 감상하느라니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휙 날아가는 것 같았다. 마냥 보는 겨울 경치지만 평소에는 시간에 쫓겨 곁눈질할 겨를도 없이 발걸음을 재촉하였기에 단순히 추위를 느끼며 겨울이 왔음을 실감했던 것 같다. 오늘에야 비로소 은빛 세계를 흔상하면서 내 마음도 새하얀 눈처럼 깨끗해지고 순결해지는 듯한 하얀 감동을 받았다. 나도 새하얀 눈 같은 결백하고 순결한 마음을 지니고 하얗게 살아가야겠다.
오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겨울의 풍치를 감상할 수 있어서 유난히 더 아름다웠고 마음이 더 행복한 것 같았다.
/지도교원 윤상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