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년 가을엔 장가계에 가서 단풍 구경하자.” 한국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이유(이지은)와 박보검의 이 평범해보이는 대사는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고 SNS 핫이슈로 급부상하며 이 세계자연유산지를 로맨스의 상징으로 재탄생시켰다.
드라마 속 양관식과 애순이 장가계를 사랑의 성지로 삼은 모습은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이곳에서 ‘공중에 떠있는 산’의 령감을 얻었던 순간을 련상시킨다. 세상 사람들에게 장가계는 언제나 사랑이 꽃피고 상상력이 자유롭게 펼쳐지는 환상적인 땅으로 기억될 것이다.
장가계는 호남성 서북부에 자리한 세계적인 명소다. 이 신비의 땅에서는 아침 안개가 3,000여개의 기이한 봉우리 사이를 흐르고 석양이 사암 봉우리 군락에 황금빛 테두리를 두르며 구름바다가 발아래에서 파도처럼 일렁인다. 방문객들은 그 어느 누구도 황홀경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곳이 과연 인간 세상의 풍경인지, 아니면 신선들이 먹물로 그려낸 살아있는 산수화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장가계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독보적인 투쟈족의 문화적 매력,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관광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세계 려행객들의 로망이 된 ‘공중에 떠있는 산’의 비경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질학적 서사시: 3억 8,000만년에 걸친 자연의 조각
장가계의 핵심 매력은 세계적으로 류례없는 석영 사암 봉우리 지형에서 비롯된다. 무릉원(武陵源) 명승지내에 3,000여개의 돌기둥이 마치 하늘을 찌를 듯, 군대의 진영을 이룬 듯, 혹은 다양한 생명체의 모습으로 우뚝 솟아있다.
높이 200~300메터에 달하는 이 기묘한 봉우리들은 3억 8,000만년이라는 지질학적 시간을 견뎌낸 대자연의 걸작이다. 고대 해양 퇴적층이 지각변동으로 륙지로 솟아오른 후 물과 바람의 끊임없는 침식작용을 거쳐 오늘날 ‘축소된 선경(仙境)이자 확대된 분경(盆景)’이라는 찬사를 받는 독특한 지형을 탄생시켰다.
원가계(袁家界)의 ‘할렐루야 산’은 영화 《아바타》의 배경 모델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허공에 떠있는 듯한 이 산의 원형인 남천일주(南天一柱, 후날 ‘할렐루야산’으로 개명)는 마치 우주에서 떨어진 거대한 수정 기둥처럼 위용을 자랑한다.
양가계(杨家界)의 ‘봉우리 벽’은 마치 자연이 만든 만리장성처럼 끝없이 펼쳐져있고 천자산의 서해 봉우리 숲은 구름바다 사이로 흐릿하게 나타나 산수화의 립체 버전이라 할 만하다.
이 경이로운 풍경을 감상하는 최고의 방법은 절벽에 설치된 ‘천문산 유리 잔도’를 걸어보거나 세계에서 가장 긴 천문 케블카를 타고 운해 속을 가로지르며 ‘산수화 속을 헤염치는’ 듯한 초현실적 체험을 하는 것이다.
생태 보고: 북위 30도의 신비한 록색 기적
신비로운 북위 30도 선상에 자리한 장가계는 완벽하게 보존된 아열대 원시 이차림 생태계의 보고이다. 장가계국가삼림공원은 98%라는 압도적인 삼림률을 자랑하며 ‘천연 산소공장’으로 불릴 만큼 탁월한 공기 정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곳에는 희귀종인 손수건나무와 은행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며 우리 나라 특유의 붉은털원숭이와 세계적 희귀종인 중국장수도롱룡이 서식하고 있다. 금변(金鞭)계곡의 수정처럼 맑은 물이 사암 봉우리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가운데 계곡 량측에는 수백년된 거목들이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서있어 대기중 음이온 농도가 최대 매 립방센치메터당 10만개까지 측정된다. 숲길을 걷는 내내 마치 천연 공기청정기 속을 거니는 듯한 상쾌함이 온몸을 감싼다. 이곳에서는 숨을 쉴 때마다 맑은 에너지가 몸과 마음을 정화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계절은 장가계에 각기 다른 색갈을 입힌다. 봄에는 산과 들에 꽃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푸르름이 가득차오르며 가을에는 숲이 불타는 듯 물들고 겨울에는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다. 가을바람이 은행나무를 노랗게 물들이고 떨어지는 락엽이 황금빛 카펫을 깔 때면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이 ‘가을 락엽 감상’을 로맨스의 상징으로 여기는 리유를 체감하게 된다. 이곳의 모든 가을 잎은 마치 3억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듯 묵직한 시간의 흔적을 전한다.
문화의 활력: 투쟈족의 정취와 산수의 화음
이 신비로운 땅은 자연의 성지일 뿐만 아니라 투쟈족, 묘족 등 소수민족 문화의 요람이기도 한다. 장가계 대협곡 유리 잔도 근처에는 고풍스러운 투쟈족의 다락집(吊脚楼)이 산비탈에 어우러져 있으며 다락에서는 민족 의상을 입은 로인들이 담소를 나누곤 한다. 투쟈족의 파수(摆手)춤은 경쾌한 리듬을 자랑하며 모고사(茅古斯)춤은 원시적이면서도 힘찬 매력을 지니고 있다. 매년 투쟈족의 전통 명절에는 청아한 산간 민요, 신비로운 전통 공연, 활기찬 시장이 소수민족의 생활 지혜를 생생히 보여준다.
현지 음식은 문화를 리해하는 또 하나의 창이다. 투쟈족의 전통 료리 ‘삼하과’(三下锅)는 훈제 돼지고기, 두부, 무우를 함께 졸여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암반에서 채취한 희귀 버섯인 암석버섯과 토종닭으로 끓인 ‘암석버섯 닭고기 찜’은 산해진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매콤새콤한 송이버섯볶음에 달콤한 녹두 찹쌀떡을 곁들여 투쟈족 특유의 막걸리를 한잔 마시면 호남성 서부의 풍부한 맛과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인민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