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안방극장에 등장한 시대극은 독특한 력사적 질감으로 우리 나라 드라마의 중요한 쟝르로 자리매김했다. 《금분세가(金粉世家)》에서 《번화(繁花)》와 《대강대하(大江大河)》에 이르기까지 시대극은 단순한 력사적 재현을 넘어 생생한 캐릭터와 풍부한 스토리로 사회적 격변을 보여주는 예술적 매개체로 발전했다.
거창한 서사에서 다원화 서사에로
초기 시대극은 《상해탄》처럼 재벌 가문의 갈등에 집중하며 극적 긴장감을 추구했지만 력사적 사실성이 부족했다. 하지만 리얼리즘에 대한 중시와 함께 현실을 반영한 시대극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해정(山海情)》은 마을 주민들의 분투를 통해 농촌 개혁을 보여주었는가 하면 《남래북왕(南来北往)》은 철도 경찰의 시각으로 교통의 발전을 기록하며 거창한 력사를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을 통해 구체화했다. 《인간세상(人世间)》은 주씨네 3대의 운명으로 반세기의 변화를 엮어내고 《골목사람들(小巷人家)》은 이웃간 이야기로 도시화 과정을 투영하며 릉형 거울처럼 립체적인 시대의 주파수를 보여주는 등 서사 기법도 단선적 구조에서 다차원적 교차로 진화했다.
캐릭터 설정이 도식화에서 개성화에로
이전의 시대극 속의 인물들은 도식화되기 십상이였다. 드라마 《갈망》의 녀주인공 류혜방이 완벽한 현모량처 캐릭터로 묘사된 것이 그 하나의 례이다. 하지만 최근 작품들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속출하고 있다. 《대강대하》에는 개혁의 선봉장 송운휘, 향진기업가 뢰동보, 개인사업자 양순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개혁개방 시대의 군상을 이루었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립체적인 이미지도 인성의 복잡성을 여실히 보여주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골목사람들》에 나오는 교사 장초영은 직업적 신념이 강하지만 가정의 갈등은 피해가지 못하는 인물로, 《번화》의 예아저씨는 상인의 계산적인 특징과 년장자의 배려심을 한몸에 지닌 캐릭터로 설정돼 단순히 선악 이분법을 넘어서 작품에 진실성을 더한다.
시대극, 력사와 현재의 대화
시대극은 력사에 대한 재현이자 동시대 가치관의 투영이기도 하다. 《골목사람들》에서 교육에 대한 묘사는 개혁개방 초기 지식에 대한 갈망을 반영했지만 오늘날 교육 평등에 대한 사람들의 추구와도 일맥상통하며 《북상(北上)》에서 청년들이 정서적 갈등을 리성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80년대 련애관을 보여주면서도 친밀한 관계에 대한 현대인의 사고를 구현했다. 《나무 아래에 있는 붉은 집들(树下有片红房子)》에 나오는 대사처럼 시대극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의 가교다.
예술형식과 사회적 사조의 련동 속에서 시대극은 력사 서사의 폭과 깊이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시대의 격변을 목격함과 아울러 현 사회의 정신적 메아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한다.
/국제온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