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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골목길

▧ 성송권

“환갑나이에 뭐하러 그런 골목길 아빠트단지에, 그것마저 엘레베터도 없는 4층짜리 집을 사느냐?”는 친구들의 말이 아직도 귀가에 맴돈다.  

정년을 맞아 퇴직한 뒤 시집간 딸의 자리를 메워줄 양으로 일본에서 류학하고 돌아온 아들이 국가 공무원시험에 합격되여 시정부에 몇해간 출근하다 보니 집안엔 그래도 화기가 돌았다. 그런데 아들이 자치주 수부 연길로 전근되여 집안은 새끼들이 성장해서 날아간 산까치 둥지처럼 온기가 없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취미를  찾아 걷기운동도 하고 외각지대  농촌마을이나 풍경구도 구경 못한 곳들이 많아 부부 동반으로 산책 삼아 다녔지만 여전히 어딘가 모르게 허전했다.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 아들을 따라 연길로 이사할 결심을 내렸다.

그런데 사려는 집의 위치와 구조를 놓고도 안해와  관점이  달라  싱갱이질이 많았다.

안해는 병원과 가깝고 교통 로선도 많고 시장도 가까운 곳, 그리고 나이를 먹었으니 엘레베터 고층건물이면 좋겠다 했고 나는 나대로의 욕심에 그냥 단지내에 잔디가 깔려있고 숲이 우거지고 유치원이나 학교가 가까워 애들이 뛰놀고 장난치는 소리를 듣고 싶은 곳이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근 몇달 동안 연길 시내를 돌고 돌다 지금의 연길 신흥가의 조용한  한 아빠트단지를 정하고 사기로 했다. 건물이 몇동 안되는 작은 단지내에 소나무와 복숭아나무를 비롯해  원림이  숲을 이루고 잔디밭도 잘 꾸며져있었다. 별로 할일없는  몸이라  가까운 시장도  돌아보고  한적한 외각도 여러곳 돌아보았다.어렵게 얻은 새터 생활이라 좀더 많은 걸 체득할 기회였으니 말이다.    

그보다도 유치원이 단지 뒤울안에 있고 소학교가 가까워 뒤창문을 열면 까만 머루알 같은 눈을 반짝이며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불끈 쥐고 업간체조를 하는 꼬맹이들을 볼 수 있어 그렇게 심정이 즐거울 수가 없었다.

특히 아침저녁으로 아빠 엄마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깔깔 웃으며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애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몇해간 상해에서 외손주를 돌보던 일이 떠올라 그리움에 울컥할 때도 많았다.

단지 밖의 좁다란 골목길은 어떤 때는 장사군들이 모여와 메우기도 한다. 하학하여 할머니의 손을 잡고 가던 꼬맹이가 뭘 사내라고 투정질이다. 나도 상해에서 외손자가 길가의 난전에서 뭘 사내라 떼질을 써 늘 애먹었었다. 사주면 손자는 좋다고 기뻐하는데 딸에게 들키면 야단맞군 했다.

옛날 나도 시골의 골목길에서 자랐다. 인젠 낯선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작은  변강 향진에서  시내로 전근해 들어올 때도  가능하면 시내 중심의 닭알 노란자위 같은 곳을 차지하려고 발버둥쳤다. 그도 그럴 것이 상업성 위치에 있는 집값은 엄청 차이가 나기 때문이였다. 지금의 주택단지 골목길 한쪽에는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낡은 단층집이 몇채 있다.

울안엔 의례 채마밭이 있어 온갖 푸성귀가 골목길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 심은 작물도 배추, 쑥갓, 호박, 옥수수, 마늘, 대파, 감자, 상추 등… 내가 시골에서 자랄 때의 풍경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담장에 기여오른 구기자가 빨간 열매를 맺어 시골 같은 풍경을 더해주고 있다.   

진정 도시 속 시골이고 사람 사는 맛이 짙게 풍기는 골목길 단지이다. 휴일이면 골목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 얼마나 그리던 정경인가?!  

그  모습을 퇴직하고 오랜만에 처음 보는 양 가던 길을 멈추고 한동안 바라보기도 한다. 장난기가 심한 아이들도 두리번대는 내 모습이  신기했던지 울안에서 빼꼼히 내다보군  한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꾸벅 수그리고 경례를 하며 싱긋 웃기도 한다. 꽤나 수집음을  많이  타는  상해의 외손자를  보는 것 같아 괜스레 가슴이 짠해온다.   

단지 안의 작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축구도 하고 엄마와 배구도 친다.  

참으로 부러운 광경이다. 이런걸 보려고 내가 이 도시 속 골목 단지를 선택했나 싶다. 필시 없던 복이 마지막에  찾아온 것 같다. 단지내에는 뭐니뭐니해도 아이들이 있어야 제격이다. 그래야 사람 사는 동네 같다. 아이들은  장래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소리가 난다는 건 미래가 있다는 말이 될 수 있다. 새싹이 돋아야 잎이 생기고 숲도 이루지 않겠는가?

내 고향 골목길은 어떤가, 어쩌다 한번씩 가보면 아이들을 볼 수가 없다. 아이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들리기는커녕 언제 들어보았는지 기억조차 없다. 학교가 페교되고 사람이 그리워지는 동네 골목길은 얼마나 쓸쓸하고 삭막한 풍경인가. 내 고향 골목은 이른봄이면 여러가지 꽃들이 화단에 피여 향기가 그윽하다. 꽃만 있고 아이들이 사라져가는 동네 골목에 아이들의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넘쳐흘렀으면 얼마나 좋을가?!

추억의 타래를 스치기만 해도 어느새 기억 사이로 헤집고 들어서는 골목길, 그 길엔 늘 그리움이 닿는다. 골목길 풍경은 언제나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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