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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농촌을 물들이는 ‘밭두렁 바리스타’의 도전

90후 ‘농촌 사장’ 윤춘희가 바꾸는 시골 풍경

룡정시 동성용진 평안촌에서 야외커피숍 ‘바테그림’을 운영하고 있는 윤춘희씨

갖가지 꽃나무로 가득한 야외커피숍 ‘바테그림’ 정원

저 푸른 벼밭 옆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룡정시 동성용진 평안촌에 자리잡은 ‘바테그림(田画里)’ 야외커피숍이 바로 그 ‘그림같은’ 집이다. 아치형으로 우거진 꽃나무 대문 옆 하얀 담벼락에는 ‘잠간의 머무름이 커다란 위로가 되는 공간’이라는 문구가 정갈하게 적혀있고 그 앞켠으로 푸르게 펼쳐진 ‘벼밭 뷰’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였다.

꽃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한 카페 주인 윤춘희(34세)씨와 동업자 리영민(42세)씨가 마당에 있는 꽃나무에 물을 주며 무더위 속 시원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현재 카페 운영을 맡고 있는 윤춘희씨는 지난 10년간 간호사로 2년, 광고회사에서 6년, 그리고 현재는 앞치마를 두른 바리스타로 변신해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출산후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간호사직을 그만뒀어요. 출산휴가중에는 생계를 위해 아기 기저귀 판매로 버텨도 봤구요.”

하지만 그것도 생계 유지의 한계에 다달았고 형편이 가장 어렵던 시기 커피숍 창업을 결심하게 된 건 같은 회사 선배였던 현재 카페 공동 운영을 맡고 있는 리영민씨의 제안에서 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커피숍이 만만해보였어요. 커피만 내릴 줄 알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막상 시작해보니 경영관리, 인테리어 등등 고민할 게 산더미였습니다. 겁도 없이 시작했는데 슬슬 걱정이 되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맨땅의 헤딩’이였습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그녀는 오전이면 커피숍 아르바이트로 기술을 익혔고 오후에는 야외커피숍을 꾸려갈 터전을 가꾸었으며 저녁에는 광고회사 야간 근무를 해가며 ‘쓰리잡’을 병행하던 시절도 있었다. 창업을 결심해서부터 이 같은 고된 준비 기간이 일년 족히 걸려 2023년 8월 ‘바테그림’ 야외커피숍이 드디여 손님을 맞게 되였다. 바쁜 와중에도 윤춘희씨는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은 물론 지금도 짬짬이 시간을 내여 핸즈커피 창시자 황춘선선생에게서 제대로 된 커피와 경영 수업을 받으며 내실을 꼼꼼히 다져가고 있다.

“하루에 3~4시간만 자면서 버텼습니다.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 살던 집까지 팔며 전 재산을 건 무모한 도전

창업을 결정했을 때 가족의 반대는 극심했다. 특히 두번이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그녀에게 크게 실망했던 뒤라 가족들의 반대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이번에도 오래 못 버틸 거’라고 했죠. 하지만 저는 이미 마음을 먹은 뒤였어요.”

결국 그는 살던 집을 팔아 창업 밑천을 마련하고 동업자와 함께 오래동안 비워둔 평안촌 리영민씨의 친척집을 개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150평방메터 규모의 실내 공간과 400평방메터의 넓은 야외 정원을 가진 공간이 탄생했다.

“무슨 일이든지 끝장을 보는 성격입니다. 간혹 일을 추진하는 순서가 뒤바뀌였을지라도 일단 질러놓고 뛰여드는 타입이죠.”

▩ 농촌 정취 담은 ‘바테그림’, 자연과 어우러진 힐링 공간

“농촌의 정취를 살리면서도 맛으로 승부하고 싶었어요.”

윤춘희씨는 연길 시내는 이미 커피숍이 포화상태라 야외커피숍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재빨리 눈치 채고 이 점에 주목했다.

“꽃으로 가득한 정원에서 어린아이들은 물론 년로한 부모님들을 모시고 와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라 농촌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요.”

메뉴 구성만 보아도 ‘바테그림’의 컨셉은 한눈에 짐작이 간다. 대부분의 야외커피숍은 스파게티나 떡볶이 등 간편한 음식을 제공하지만 그녀는 ‘입쌀만두’와 ‘훈둔’이라는 현지 특색을 살린 음식을 메인 메뉴로 내세웠고 곧 순대국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400평방메터의 넓은 야외 정원은 ‘바테그림’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윤춘희씨와 리영민씨는 직접 꽃씨를 뿌리고 가꾸며 계절마다 갖가지 꽃과 나무로 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튤립과 같은 꽃들은 개화기도 짧고 겨울이 지나면 다시 심어야 해서 번거롭지만 손님들이 ‘예쁘다’고 하면 보람을 느껴요. 해마다 다른 꽃을 심어 새로움을 주려고 노력하죠.”

현재 근 50여종의 꽃들로 정원을 가득 채운 그들의 노력으로 지난해부터는 야외 웨딩촬영장으로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이곳을 찾는 신혼부부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처음에는 관광객보다 룡정 현지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SNS를 통해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졌어요.”

지난해에는 연변에서 선정된 19개 왕훙커피숍들이 모인 연변왕훙커피기업좌담회에도 참가해 그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 꽃으로 물든 야외 정원, 마을과 함께 성장

‘바테그림’의 성공으로 린근 민박과 협력해 배달 시스템을 구축했고 마을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정원 가꾸기와 쓰레기 수거도 도와주며 마을 주민들과의 끈끈함도 깊어졌다.

“어르신들 밖에 안 계시던 시골에 젊은이들이 북적이니 마을에 생기가 돌고 어르신들도 덩달아 신이 나 열심히 도와주고 힘을 실어주세요. 저희로서는 너무나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농촌생활 경험이 전무했던 윤춘희씨였지만 어느새 마을 느티나무 아래서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며 그들과 함께 곁들이는 차 한잔이 친숙한 근무환경으로 되여버렸다. 마을 인정 또한 그녀에게 끊임없는 동력이 되여준다.

“처음에는 그저 생존을 위한 선택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서의 삶이 저에게 진정한 행복이 아닐가 생각합니다.”

“꽃도 저마다 다 피는 때가 있다고 하죠. 저 마당에도 보시면요 봄에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똑같이 씨 뿌려도 가을에 피는 꽃도 있듯이 자기만의 속도가 있습니다. 저도 저만의 속도에 맞추어 그 꽃들이 활짝 피여있는 꽃길을 걷고 싶어요.”

푸르른 논과 화사한 꽃들 사이로 흐르는 커피 향기는 그녀의 단순한 창업 성공담을 넘어 농촌의 터전을 지켜가며 커피 한잔으로 농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임이 분명해보인다. 

/김영화 김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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