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인으로부터 《비운의 마라토너》라는 자서전을 선물받았다. 지인은 “시간 내서 꼭 한번 잘 읽어보오. 한 장애인 녀성의 파란만장한 인생길을 썼는데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책이요.”라고 말했다. 책의 저자는 박영옥이였다.
이튿날 아침 밥숟가락을 놓기 바쁘게 나는 《비운의 마라토너》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 녀인의 삶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기적적인 그의 치렬한 삶은 한마디로 생과 죽음 앞에 나선 한편의 서사시같았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줄곧 감동의 소용돌이에서 혜여나올 수 없었다. 어려서 소아마비로 걸을 수 없게 된 그는 이루 다 형언할 수 없는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친다.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한번도 아니고 여러차례에 걸친 수술은 참으로 감당하기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이였을 것이다. 그럴수록 그는 힘든 운명에 머리를 숙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완강한 의지로 병마와 싸워나갔다. 다시 일어나겠다는 신념으로 꾸준히 앞에 쌓인 어려움을 하나하나 이겨나가면서 평범치 않은 인생 로정을 용케도 걸어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그를 놓고 한 말인 것 같다. 지체장애로 힘들게 살아가는 그에게 ‘암’이라는 무서운 병마가 닥쳐왔다. 의사의 입에서 ‘암’이란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두렵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교차했고 충격도 컸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암세포보다 부정적인 마음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는 현실을 차분하게 받아들인다. 곧 마음을 추스리고 수술대에 다시 올라 항암 치료에 최선을 다한다.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도 스스로 고립에 빠지지 않고 악착같은 의력으로 극복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그를 끝내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기게 한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너무 감동되여 잠간 생각에 잠긴 채 마음을 추스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그가 애로에 모대기며 지새운 밤은 얼마이며 흘린 눈물은 또 얼마였을가! 생각만 해도 리해가 되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어진다.
주인공은 또 두차례의 혼인 실패를 겪는다. 결혼을 자기 목적을 달성하는 발판으로 삼아온 첫 남편! 멀쩡한 신체에 장애인의 힘을 빌어 농민이란 딱지를 벗어보려고 없는 사랑을 속여가다 그 리기적인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자 계속되는 다툼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결혼 5년 만에 그 남자의 농민 딱지를 벗겨준 후 리혼의 길을 선택했다. 그때 그 아픔은 얼마나 컸을가? 그래도 묵묵히 아픔을 가슴에 묻고 괴로움과 슬픔을 이겨나가는 그 갸륵한 마음에 감동받을 수밖에 없다.
얼마를 노력하면 얼마를 얻는 게 인생법칙이다. 이는 저자가 65년이란 지체장애인의 인생 로정을 지난하게 살아오면서 느낀 체험담이다. 그렇다. 장애인이라서 운명에 머리를 숙인다면 몇푼 안되는 뭇사람들의 동정은 살수 있을지 몰라도 어찌 자신의 노력으로 스스로 얻게 되는 값진 수확과 더없는 성취감이 있을 수 있으랴.
비록 장애가 있다 해도 굽어들지 않고 운명에 맞서 완강한 의지로 피타는 노력을 거듭한다면 그만큼 얻는 것이 커지고 인생도 충실해질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지체장애인이기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소학교 때 겨울이면 선생님과 고급학년 언니들의 등에 업히울 때가 많았고 동창생들이 가방을 대신 메여준 일, 수레를 몰고 지나던 동네 사람들이 수레에 앉혀준 일… 그래서 저자는 책에 그들의 사적과 이름도 또박또박 적어넣었고 따뜻한 인사도 전했다. 고마움이나 받았던 도움을 잊지 않고 항상 마음에 새겨두는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저자는 자신에게는 푼돈도 아끼는 구두쇠지만 남에게 베풀 때는 전혀 아낌이 없다. 자신이 발표한 글을 보고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에게 점심도 대접하고 무료로 글짓기 요령도 가르친다. 갈 때면 차표를 떼준다거나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무작정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다.
인정이 메말라가는 요즘 세월에 그는 이웃들에게 이모처럼, 언니처럼, 누나처럼, 어머니처럼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 따사로움을 느끼게 한다. 저 멀리 내 고향 빈 들판에 피여난 가을 국화마냥 향기가 그윽하다.
지칠 줄 모르고 글을 쓰는 그의 정신도 책에서 력력히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어느 명문대 졸업생도 아니다. 열심이 배우고 남보다 더 큰 곤난을 이겨내면서 자습하여 끝내는 작가로 성장했던 것이다.
수년래 그는 신문이나 방송에 1,000여편이 넘는 통신기사를 발표했고 또 여러 신문, 잡지에 소설, 수기, 수필, 시 등 문학작품들을 기고해 문학상도 적잖게 수상했다.
독후감을 끝마치면서 저자의 감동적인 명언 몇개를 적어본다.
1. 장애란 걸려서 넘어지라는 것이 아니라 뛰여넘으라는 것이다 .
2. 내 생에 최고의 자랑은 한번도 넘어지지 않은 게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선 것이다.
3. 장애란 불편일 뿐이지 결코 불가능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