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관계는 유지하더라도 감정은 이미 헤여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 친밀감이나 소통, 상호작용이 전혀 없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감정적 리혼’이라 부른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지는 최근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감정적 리혼의 특성과 그런 징후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브라질 메리디오날대 연구진은 사람들은 감정적 리혼을 할 때 공통적인 감정을 느끼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가 어느 립장인지에 따라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과 지속 시간, 강도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3개월—22년 동안 별거 또는 리혼한 남녀 각각 12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했다. 이들을 결혼이 끝났다고 상대에게 통보한 ‘개시자’와 반대로 상대에게 통보를 들은 ‘비개시자’, 리혼 생각은 없었지만 상대방이 불만스러워서 리혼 가능성을 전한 ‘대변인 개시자’, 안전 리별이 어려워 상대방이 리혼을 말하도록 조장한 ‘적극적 비개시자’ 등 4가지 그룹으로 나누었다.
참가자들은 감정적 리혼후 공통적으로 두려움과 안도감, 슬픔, 분노, 희망, 개인적인 성장 같이 상이한 감정을 느꼈다고 답했다. 하지만 본인이 어떤 그룹에 속했는지에 따라 이런 감정을 느낀 시간이나 내용 등이 달랐다.
례를 들어 이들이 가장 많이 느꼈다고 답한 감정인 ‘두려움’도 리혼을 통보한 개시자와 통보받은 비개시자의 립장이 달랐다. 개시자는 주로 사회적인 수용과 재정, 육아 적응 등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둘이 살다가 혼자 삶에 직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반면 비개시자는 새로운 파트너를 만날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외로움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컸다.
역설적이게도 참가자들은 모두 어느 시점에서는 안도감을 느꼈다. 적극적인 비개시자와 개시자는 상대방과 물리적으로 거리두기를 한 직후에 안도감을 느꼈다. 반면 비개시자는 리별후 수년이 지난 후에야 안도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슬픔이 컸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감정적 리혼이 우울증이나 ‘감정표현 불능증’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자기감정을 구별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질환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연구진은 부부중 한 사람이 우울증이나 감정표현 불능증을 겪으면 이로 인해 가족내 감정표현이 어려워 결국 가족 시스템이 붕괴된다고 분석했다. 감정적 리혼을 막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우울증이나 감정표현 불능증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감정적 리혼을 나타내는 세가지 징후를 소개했다.
첫번째는 ‘의사소통 부족’이다. 감정적 리혼은 법적 리혼보다 더 빨리 나타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진이 2021년 3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정적 리혼에 접어든 부부는 서로의 생각이나 감정, 일상생활 경험에 대한 대화가 줄어든다. 대신 자녀의 복지와 재정 같이 필요한 대화만 한다. 또한 스킨십이나 눈맞춤, 친밀한 지체언어 같은 비언어적 신호 역시 눈에 띄게 사라진다.
두번째는 ‘친밀감 상실’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진은 감정적 리혼 관계에서는 부부끼리 깊은 련대감이나 친밀감, 신뢰, 리해를 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세번째는 ‘극심한 갈등 증가’이다. 부부가 갈등을 해결하는 데 여러번 실패하면 원망과 적대감이 쌓이면서 극심한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 두 사람이 분쟁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서로 피하면서 감정적인 거리가 더 멀어진다.
이외에도 포브스는 상대방의 성격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 존중이 없는 태도,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방어적인 태도, 의사소통을 거부하는 행동이 나타난다면 감정적 리혼 상태라고 설명했다. 반면 부부가 서로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소통을 한다면 감정적 리혼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