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수한 녀성’이라고 하면 흔들림없는 커리어를 쌓은 CEO나 사회적 명성이 높은 유명 인사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커피 한잔의 향기로 이웃의 휴식처를 만들어가는 ‘늦깎이 바리스타’, 어수선한 공간을 ‘힐링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수납전문가’ 그리고 녀성만을 위한 ‘쾌적한 쉼터’를 만들어가는 녀성전용 음식점 사장까지··· ‘우수함’은 아마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가 싶다.
3.8국제부녀절을 맞아 전혀 다른 일터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는 세 녀성을 만나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불혹의 나이’ 바리스타 ―“커피도 안 마셨던 내가 바리스타로…”
룡정의 한 등산로 입구에 있는 아담한 커피숍에는 부드러운 재즈 음악과 함께 향긋하게 내려진 커피향이 퍼져나온다. 이 가게 사장 정화(42세)씨는 2년전만 해도 커피와는 전혀 인연이 없다고 여기던 평범한 주부였다.
“평소에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어요. 어느 날 지인의 권유로 ‘나도 한번 해볼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막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써비스업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손님을 대하는 말투와 표정, 순간순간 필요한 센스까지, 특히 마셔본 적도 없는 커피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는 커피 공부에 열과 성을 다했다.
“솔직히 커피는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게 문을 열고 보니 등산로를 오가는 중장년층 손님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더라구요. 싸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게에 들려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면서 커피 문화가 이토록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불혹의 나이’에 시작한 커피지만 배움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시간 날 때마다 커피 관련 공부를 하고 더 향긋한 커피를 내려 고객에게 드릴 방법을 고민중이다. 정화씨에게 이제 이 작은 커피숍은 더 이상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체현하는 곳으로 거듭났다.
“저는 제 아이에게 ‘엄마도 불혹의 나이에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육아와 살림에만 매달렸던 제가 이제는 이 동네 주민들에게 ‘힐링 공간’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되였잖습니까. 손님들이 ‘커피 덕분에 하루가 행복했다’고 말할 때마다 저의 용기있는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집니다.”
공간 마법사 ― “집을 못 바꾼다면 나를 바꿔라”
본격적인 집 청소가 시작되는 봄이 되자 소주에 살고 있는 조선족 수납전문가 지련옥(40세)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친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한 직업’으로 떠오른 수납전문가(정리수납사)로 활동중인 그는 오늘도 의뢰받은 집을 방문해 집주인과 소통하며 보다 더 과학적으로 집 정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해주고 있다. 수납전문가는 단순히 물건을 치우는 작업이 아니라 공간을 재구성해 삶의 질을 높이는 직업이라 설명하는 지련옥씨, 이 직업과의 만남은 우연하게 시작되였다.
“TV 예능 프로그람에 수납전문가가 나오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우리 집부터 깔끔하게 꾸며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공부였는데 점점 흥미가 붙더라고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되였고 지금은 다른 집도 의뢰받아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흐트러진 물건을 가장 사용하기 편리한 위치에 되돌려놓는 것이 수납전문가의 일로 이동 동선을 고려하고 용도별로 분류해 공간의 효률성을 극대화한다. 처음에는 “청소업체와 수납업체가 뭐가 다르냐”는 고객 반응도 많았지만 최근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저희 고객의 대다수는 90세대, 80세대, 00세대입니다. 처음에는 비용 때문에 망설이다가도 두시간 쯤 체험 정리를 해보면 왜 정리수납사가 필요한지 바로 깨닫죠. 그만큼 한번 제대로 정리해두면 유지가 쉽다는 증거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세대간 인식 차이는 여전히 숙제다. 60대, 70대 부모님들은 여전히 리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 몰래 저희한테 의뢰하는 자녀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래도 결과를 보면 대부분 부모님도 만족합니다. 결국 쾌적한 환경을 선물하는 것도 일종의 ‘효도’로 생각하고 자녀분들이 부모님들의 고생을 덜어드리려는 마음에서 더 의뢰를 많이 해오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의 의뢰인들은 단순한 정리 써비스를 넘어 ‘인생의 전환점’을 경험했다는 후기를 종종 남긴다. 지저분한 방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졌던 20대 직장인은 정리후 달라진 공간에서 새로운 취미 생활을 시작하게 되였고 신혼집 정리를 의뢰했던 부부는 물건의 ‘자리’가 정해지면서 불필요한 다툼이 줄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단다.
“결국 정리란 단순히 물건을 치우는 행위가 아니라 내 삶의 우선순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버리고 남기는 행위 속에서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니까요.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정리를 통해 인생의 여유를 되찾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지저분한 공간이 깔끔하게 정리될 때 고객들이 짓는 미소가 오늘도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며 지련옥씨는 앞으로도 계속 수납 관련 강의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정리수납의 필요성과 그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함께 전했다.
“담배연기 없는 ‘쾌적한 쉼터’, ‘녀왕’이 되는 특별한 하루를 선물합니다”
연길의 한 중심거리. 세련된 인테리어의 이 가게는 낮에는 감성 가득한 카페, 밤에는 무드 있는 음식점으로 변신하는 ‘이색 공간’이다. 더 특별한 것은 이곳이 ‘녀성전용’이라는 점인데 요즘 연길 녀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가게 운영자 김혜진(40세)씨는 “일부러 녀성만을 타깃으로 삼았다기보다 녀성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요소들을 철저히 차단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녀성 전문 공간이 됐다.”고 말한다.
김혜진씨가 이 공간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되였다. 평소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담배 연기 때문에 불편했던 경험, 화장실이 좁거나 지저분해 불쾌했던 순간들이 가게 콘셉트의 밑거름이 됐다.
“녀성들이 카페나 음식점에서 가장 불편해하는 게 무엇일가 고민했어요. 첫째는 담배연기, 둘째는 화장실이였습니다.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이 공간을 마련했죠.”
하지만 이 가게의 진짜 ‘비밀병기’는 따로 있다. 바로 무료로 제공되는 ‘센스 한스푼’이다.
고객이 예약할 때 생일이나 기념일 등 모임 취지를 살짝 귀띔해주면 사장이 직접 풍선을 불어 붙이고 축하 문구를 걸어준다. 은은한 초불과 진주목걸이 장식이 더해지면 공간은 순식간에 특별한 파티룸으로 변신한다.
“그렇다고 해서 분위기만 좋아서는 오래 못 갑니다. 음식점은 결국 ‘맛’과 ‘위생’이 생명이죠. 신선한 재료는 기본이고 녀성들이 좋아할 만한 특색 메뉴들을 개발하는 데 정말 공을 들였어요. 다행히 찾아오는 분마다 ‘맛집’이라고 ‘엄지척’을 해주니 힘이 나더라구요.” 메뉴 또한 남다른 정성이 담겨있다. 다양한 메뉴는 물론 플레이팅 하나하나에 꽃잎과 식용 꽃들을 활용해 시각적 만족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디저트 메뉴는 SNS에서 ‘핫플 인증’ 필수 코스가 됐다.
“물론 처음에는 ‘녀성전용’이라는 콘셉트가 상업적으로 모험이 있지 않을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확신했습니다. 진정한 힐링을 원하는 녀성들의 수요는 분명히 있고 그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켜주는 공간은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확신 말입니다. 3.8절뿐 아니라 평범한 하루도 특별하게 만들어줄 이곳에서 많은 녀성들이 진짜 쉼터를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영화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