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문》을 읽고서
◎ 김경희
나는 허련순 소설가를 오래전부터 숭배하고 존경하여왔다. 요새 허련순 소설가가 쓴 《안개의 문》을 읽었는데 작품 속의 인물들이 나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고 안타까움과 증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유진이는 실종된 언니 유영이를 찾아 상해로 떠나는데 상해에서 겪는 고통과 시련은 말이 아니였다. 마음씨 착한 곽씨네 민박에 주숙을 정하고는 작은 단서들을 틀어쥐고 언니를 찾아 헤매는 그 정성, 그 열정이 감동을 자아낸다. 그 과정에 술집에서 동료들로부터 돈을 훔쳤다고 억울함을 당한다. 거기다 매를 맞아 팔목을 상하고 성희롱까지 당하는 대목에서는 유진이가 너무 불쌍했다. 만화제작회사에서 고향친구인 김월하 언니의 작간으로 응모에서 수상의 영예를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숱한 수모를 겪으면서 결국 만화제작회사에서 울며겨자먹기로 나오는 장면에서 나는 또 가슴이 아팠다. 감정이입이 되여 김월하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고향사람을 만나면 서로 의지한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오랜 친구의 동생을 그렇게 여지없이 짓밟으며 자기의 욕심을 채우려 하는가!
그래도 다행히 유진에게는 친절하고도 따뜻한 곽씨네 모자가 있었고 유진이를 진정으로 도우려는 오사장과 김사장, 언니의 동거남인 허헌이 있었다. 그들은 유진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지팡이였고 힘이였으며 희망이였다. 그리고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김월하가 유진의 ‘위협’에 180도로 변하여 유영이를 찾는 데 관건적인 역할을 한다. 유진의 입이 터지면 자기가 이 세상에서 더는 살아갈 수 없음을 알고 진심으로 사과한 후 유진에게 관건적인 선색들을 제공하여 유진이는 언니 유영이를 찾을 수 있었다. 정말 기적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나는 긴장과 함께 기쁨이 가슴에 넘치였다. 이때부터 유영이와 유진이는 슬픔 끝, 행복 시작이였다.
자매의 엄마는 유영이를 낳으면서 정신이상에 걸렸는데 이것 때문에 유영이를 딸로 받아들이지 않고 미워하기만 했다. 유영이는 부모의 자랑이였지만 역설적이게도 부모가 그의 삶에 큰 짐이 되였다. 아버지 수술비 때문에 그는 갖은 고생을 겪으며 눈도, 귀도 나빠졌으며 억울함도 당한다. 유영이는 가정의 짐이 너무 버거워 집과 련락을 끊고 ‘실종’되는데 그 선택이 충분히 리해되면서 한편으로 엄마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다리를 수술해주고 싶은 마음은 리해되지만 그래도 같은 엄마로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유진이가 언니를 찾아 떠난 후에도 유진에게 또 아버지의 수술비 7만원을 요구할 때에는 딸들을 힘들게 하는 엄마를 증오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그러면서 ‘내가 만약 저 처지라면 어떻게 할가?’ 잠간 생각에 잠겨보았다. 나는 내 남편보다 자식이였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 조건이 허락되는 범위에서 치료를 하지 자식에게 힘에 부치는 무리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더우기는 로후를 위해 스스로 준비를 해둘 것이다. 그런 상황에 부딪친 적 없어 이런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나는 딸의 삶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다.
이 책에서 자매의 엄마는 마지막에 자결을 선택하고 죽기 전에 작은 딸 유진이에게 미안해한다. 두 딸을 볼 면목이 없어서 였을지도 모른다.
한편 책 속에서 김월하는 부정적인 인물이다. 작가는 독자들이 사무치게 미워하게끔 인물 형상을 잘 만들었다. 소설은 현실 생활을 전형화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 현실 삶에 확실히 김월하와 비슷한 사람이 많다. 누가 잘되면 배가 아파서 그의 흉을 보기에 바쁘다. 상호 부족함을 보완해주고 서로 기쁨을 축하해주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남의 기쁨에 시기하고 질투하며 괴로워한다. 김월하처럼 말이다. 김월하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반성하고 각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를 기대해본다.
또 다른 극중 인물인 허헌이는 현실의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안쓰러웠다. 친구의 결혼생활 실패가 그로 하여금 결혼을 두렵게 하고 결혼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했다. 두려움은 직접 부딪쳐야 없어진다고 말해주고 싶다. 특히 허헌이와 유영이 그리고 아기가 가는 길이 꽃길만이여서 결혼을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에게 신심과 용기를 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있다. 결혼은 확실히 종종 삶을 보다 복잡하고 힘들게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복잡하고 힘듦 속에 성장이 있고 성숙이 있고 기쁨과 보람이 있다.
나이 륙십을 넘으니 기억력이 엉망인데 독후감을 쓰면서 내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고 더 공고히 기억할 수 있어 너무 좋다. 책이 친구가 되여 친구가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나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주어 늘 감사하다.
编辑:안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