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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강따라18]묻혀있는 화전자 담배의 전설,깨울 수는 없을가?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2-04-19 16:58:28 ] 클릭: [ ]

과거 화전자담배가 나서 유명했던 구룡마을전경

연길시 소영진 하룡촌에서 구룡령이라는 가파로운 산마루를 숨가쁘게 톺아올랐다가 기분좋게 내리막 길을 질주하다보면 룡정시의 원 석정향에 이른다.

연길시의 자전거 동호인들사이에서는 오르막 련습코스 치고는 연길주변에 이만한 령길이 없을 정도로 가파롭기로 소문이 나있다. 석정마을 북쪽으로 좀 떨어진 평지에 있는 마을이름이 바로 구룡이다. 이 구룡이라는 이름도 1915년 좌우 건촌 초기에는 당지 사람의 성씨에 의해 로번자(老潘子)라고 했는데 후에 마을에 집들이 늘어나 자연부락이 형성되면서 유문경(俞文京) 등 사람이 마을 주위에 아홉개의 룡이 하늘로 날아 올랐다는 전설에 의해 구룡(九龙)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구룡은 옛날 화전자라고도 불렸다. 마을 부근에 보습처럼 생긴 산이 있어 가래 화(铧)자를 넣은 화첨자(铧尖子)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화첨자의 중국말 발음이 화잰즈여서 후일 화전자로 불리게 되였다는 설이다. 이곳이 고향인 연변일보사의 전임 장정일 부주필은 고향마을의 정확한 이름은 부친께서 적어주신 바로는 개척의 의미가 다분한 화첨자였다고 말했다. 보습, 또는 보습날 이미지의 마을인듯 싶다고 하였는데 마을 지형과 개척의 의미를 두루 이름에 담고있어 수긍이 가는 지명유래라고 생각된다.

화전자라고 하면 담배가 이 지역의 명물로 매우 유명했다는 옛 이야기가 있어 대개 나이 지긋한 연변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화전자담배라는 말을 내가 제일 처음 들어본 것은 1981년 《연변문예》 제9기에 실렸던 고 김대현선생의 실화문학 <화전자령감>으로부터가 아닌지 모르겠다. 장마당에 담배 팔러 나왔던 화전자의 승필령감이 사람마다 화전자담배라고 겨끔내기로 우기면서 담배값을 더 받으려고 애쓰는 한심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또 화전자담배를 되거리해 높은 가격으로 팔려고 하는 한 장사군 령감을 깨끗한 량심으로 장사하라고 하면서 보기 좋게 훈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에서는 한뉘 화전자 골안에서 실농군으로 살아온 승필령감이 가꾼 담배는 체가 좋고 잎이 두꺼우며 색이 고와 원근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했고 그가 생당쑥에 띄워낸 굴초는 별맛이여서 아무데나 가져다 놓아도 불이 날 지경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권연이 아직 귀했던 과거에는 담배쌈지에 넣고 다니면서 종이에 말아서 피우는 구수한 엽초가 담배군들사이에서는 인기있었다.

화전자담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손영일로인

마을 어구에서 1971년도부터 이 마을에 이사와 살고 있다는 손영일로인(69세)을 만났다. 이사와서 지금까지 어언 50년 넘게 살고 있으니 이 마을 토배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상 싶었다. 화전자담배가 나는 마을은 과거에는 룡정시 석정향 구룡촌 5조로 불리웠는데 지금은 룡정시 동성용진 룡하촌 5조로 불리우고 있다고 했다.

화전자담배이야기를 꺼냈더니 사뭇 할 말이 많으신 모양이였다. “옛날에는 담배농사를 지어서는 수구소에 갖다 바치군 했는데 화전자담배 바치러 가면 다른 지역 담배들은 부끄러워 내놓치도 못했다고 하지요.” 그만큼 담배빛갈이나 담배의 질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리만큼 빼여났다는 말이 되겠다.

손로인에 따르면 질좋은 화전자 담배의 맥을 이어오던 박영준로인이 아쉽게도 5년전에 세상떴다고 한다. 과거에는 화전자담배가 해볕에 숙성시키는 양건종담배와 건조실에서 숙성시키는 화건종 담배 둘다 있었다고 한다. 그중 더욱 소문난것은 양건종 담배라고 한다.

화전자에서 심는 담배는 잎이 50개 달린다고 ‘쉰잎붙이’라고 이름을 달았다. 담배모를 옮겨 심은 후 그냥 놔두면 담배에 독이 오르지 않기에 여나문 잎이 될때부터는 순을 따주고 관리를 해주어야 담배에 독이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 종자가 있다고 했다.

화전자담배 유명했던 것은 이 지역의 비옥한 토질과도 큰 관계가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손로인은 집에서 피울 담배를 200포기가량 심었다고 하는데 다른 곳의 흙을 실어다 편 밭에 담배를 심었더니 담배가 잘 안됐다고 했다. 물론 담배맛도 전보다 못했다는것이다. 그래서 손로인은 더욱 더 화전자 담배는 종자도 중요하지만 땅이 좋아야 하고 또 이곳의 기후가 좋은 담배의 생산조건에 안성맞춤하기에 담배가 잘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로인은 중화민국시절 령넘어 국자가(연길)에 있는 시장에 가서 마을 사람들이 담배를 높은 가격에 팔군 했다는데 그때부터 화전자담배가 유명해졌다는 옛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화전자 담배는 맛이 구수하고 향기롭고 잡내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과거 화전자담배의 숙성과정을 기록한 내용이 김호림의 <연변 100년 력사의 비밀이 풀린다>는 책에서 보인다.

일제강점시기부터 이곳의 담배가 유명했다고 하는데 화전자담배는 땅에 키 높이의 움을 파고 담배잎을 넣는데 잎사이에 쑥을 넣고 띄운다는 것이다. 얼마후 움에서 김이 나면서 담배의 수분이 빠지는데 이 과정을 담배잎에 이슬이 돋는다는 말로서 표현한다고 했다. 그후 간간이 손을 움에 넣어 잎담배의 성숙도를 가늠하는데 전반 과정을 숙지하지 않으면 화전자담배를 만든다는 걸 꿈조차 꿀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똑같이 화전자에서 심은 담배라고 해도 씨앗과 말리는 방법에 따라 맛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 화전자 담배를 만드는데 품과 시간이 너무 드는 것이 바로 화전자담배의 전승고리가 끊어진 원인이라고 했다.

한때는 질 좋은 화전자 담배를 쪄냈을 건조실이 지금은 지붕까지 꺼져앉았다

“과거에도 장에서 화전자담배라고 하면 값이 비싸도 빼앗다싶이 사는 명물이였지요. 지금도 화전자담배라고 하면 많이 알아주긴 하지만 이젠 모두들 담배를 심지 않으니 별 수 없지요…” 손로인에 의하면 현재 마을에서 담배농사를 짓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마을에는 한때 담배를 쪄내면서 치부의 희망을 안겨주었을 것 같은 벽돌 건조실도 하나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오래동안 사용하지 않아 지붕까지 꺼져앉은 황페해진 모습이였다.

“일반 담배는 한근에 10원도 안되지만 화전자 담배는 한근에 50원씩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담배가 좋으니 한국에 내보내 비싸게 팔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담배농사를 하려고 해도 일할 사람이 없어서 하지 못하니 안타깝습니다.” 이 마을의 주씨성 촌민도 말에 끼여들면서 아쉬운 듯 한탄했다.촌민들이 해외로, 도시로 많이 빠져 나간데다가 담배농사가 너무 까다롭고 힘들기때문에 아무리 좋은 브랜드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산업으로 키우고 이어나가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화전자담배는 지금은 다만 하나의 전설로만 남아있는 셈이였다. 예나 지금이나 화전자담배는 지역명물로 당당한 유명세가 남아있지만 그것이 전설로만 남아 지역경제와 촌민들의 치부에 힘을 못쓰고 있다는 사실은 참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을을 떠나 다시 연길로 향하는 가파로운 구룡비탈길을 오르면서 보니 각일각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산야에 봄아지랑이 피여오르고 봄꽃들이 망울을 터치기 시작했다. 깊은 잠에 빠진 듯 묻혀있는 화전자담배전설,누가 깨워줄 수는 없을가?!

/안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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