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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124] 구십세 엄마는 멋쟁이

편집/기자: [ 홍옥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2-12-31 20:53:21 ] 클릭: [ ]

아침에 시장으로 가는 길에서 녀동생을 만났다.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는데 엄마에게 화장품을 드리러 간다는 것이였다. 엄마가 요즘은 또 어떤 화장품에 관심을 두고 계시는가고 물으니 검버섯을 없애는 크림이란다.

년로하신 엄마가 식사량이 많이 줄고 지어 식사시간이 됐는데도 식사할 생각을 하지 않아 녀동생이 매일 점심 엄마와 함께 식사하기로 하면서 녀동생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많이 나온다.

“언니, 오늘 엄마가 내 핸드폰을 보면서 얼굴색이 말쑥해진다는 크림 광고를 보시더니 그 크림을 써보았으면 하오. 엄마가 년세가 드시니 효험을 못 볼 것이 뻔한데도 말이요.”

“언니, 오늘 엄마가 또 눈가의 기미를 없애는 크림을 사오라고 하오. 내가 오래된 기미는 크림을 발라도 안된다고 하니 엄마는 그래도 바르고 싶다오.”

“오늘은 또…”

엄마는 올해 구십세다. 젊었을 때는 배꽃피부라고 누구나 부러워하던 피부였는데 어느 때부터인지 엄마 얼굴에 주름을 가득 펴놓았고 기미도 생겼다. 올망졸망 여섯 자식을 키우면서도 엄마는 얼굴을 가꿈에 등한시하지 않았다. 내가 어렸을 때 집이 너무 구차하여 쌀 살 돈도 없어서 아버지 단위의 호조금을 꿔서 사는 신세였으니 그때 엄마가 크림을 살 돈이 어디 있었겠가? 늘 성냥가치를 불태워서는 눈섭을 그린 엄마다. 어느 한번 내가 금방 그린 엄마의 눈섭을 만졌다가 대번에 얼룩이 진 일이 있었다.

“애두 참, 다시 손이 가야겠구나.”

엄마는 다시 성냥을 그으시더니 눈섭을 곱게 그렸다. 오십대에 들어선 엄마는 어느 날부터인지 코 옆에 콩알만한 사마귀가 생겼다. 엄마는 인물을 흐린다면서 며칠간 놋숟가락을 뜨겁게 달구어서는 그 사마귀를 지졌는데 정말 없어졌다. 기실 아무렇지도 않은 사마귀인데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엄마의 마음이랄가?

농촌에서 50년 살다가 73세에 자식 따라 명월진에 이사하게 된 엄마는 더구나 화장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

시내 사람들은 농촌 사람들과 달리 몸과 얼굴을 이쁘게 가꾸는데 나도 뒤지지 말아야지.” 엄마는 시장에 가기만 하면  환한 옷에 눈길을 많이 주었다. 외출할 때면 꼭 크림을 바르고 그 우에 분을 살짝 바르기도 했다.

“얼굴이 많이 검어졌구나.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바르면 더구나 말이 아니구…”

몇번인가 거울을 들여다보며 하는 엄마의 말씀을 들으니 고달프게 살아왔던 엄마의 인생살이에 마음이 울컥해났다.  

1954년 아버지가 만보라는 곳에 전근하게 되자 엄마도 아버지를 따라 살기 좋은 명월진을 떠나야 했다. 만보라는 곳에서 엄마는 여섯 자식을 낳아 키웠고 아버지의 혼자 로임으로 식구들은 밥도 배불리 먹지 못했다. 하여 엄마는 봄과 여름에는 산에 가서 산나물을 캐여서는 등에 지고 돌아왔고 가을이면 이삭주이도 하고 온갖 산열매들도 따서 등에 지고 다녔다. 엄마 등에 ‘업히워’ 우리 집에까지 오게 된 감자이삭, 벼이삭, 옥수수이삭 등은 우리 집 살림에 큰 보탬이 되였다.

엄마는 가을 해볕에 그을려 가무잡잡해진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맛나게 먹는 우리를 지켜보며 미소를 짓군 했다. 그때 철부지였던 우리는 자식들을 굶기지 않겠다고 이삭주이를 다니는 엄마가 얼마나 힘들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느 한번 감자이삭을 주으러 뒤산으로 간 엄마가 3시간 넘게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마당에 들어서기 바쁘게 머리에 얹었던 감자이삭 주머니를 마당에 확 메쳐놓고는 좀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우시는 것이였다. 자식들에게 눈물을 안 보이려고 구석진 바자굽에서 삶의 설음을 토해내신 것이다.

고달프고 힘든 삶의 무게를 감내하시면서 눈물을 흘리는 엄마의 얼굴은 해볕에 그을려 가무잡잡하다 못해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엄마는 그 고운 얼굴을 봄바람에, 가을바람에 가맣게 태우면서 일년내내 우리 집의 곤혹을 무마해주고 온 집안에 웃음꽃을 안겨주었으며 한뜸한뜸 가난을 기워갔다.

세월이 흘러 자식들이 다 커서야 엄마는 쉴 틈이 생겼다. 그러나 그때는 년세가 든 엄마의 얼굴에 기미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였고 주름도 얼기설기 생겨났다.

“나이 들면 누구나 다 이렇겠으니 할 수 없는 일이군.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안되지…” 

엄마는 주름이 없어진다는 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 딸들이 소용 없다고 해도 매일 발랐다. 다 쓰고는 또 사고 또 바르고… 그러나 주름은 엄마 얼굴을 꽉 붙잡고 놓지 않았다. 

“나이 들면 주름이 더 늘어난다지만 그래도 이 크림을 바르기에 주름이 생기는 속도를 늦추는 거야.”

엄마가 86세일 때 심장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투병생활에도 엄마는 아침마다 크림을 바르셨는데 옆의 환자들은 엄마가 참 깨끗하게 늙는다고 칭찬하면서 주름도 고운 모양으로 생긴다고 했다. 그럴 때면 엄마는 이게 다 외모를 가꾸기에 신경을 쓴 보람이라고 말했다.

환자이지만 크림을 바르고 거울을 들고 보는 엄마를 보면 환자 같지 않고 건강상태가 매우 좋은 것 같았다.

올봄에는 또 엄마때문에 집안에 ‘시비’거리가 생겼다.

“내 눈가에 생겨난 이 기미를 없애는 약은 없다니?”

이리저리 거울을 보시던 엄마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동생이 제꺽 받아넘겼다.

“그런건 미용원에 가야 될 것 같아요.”

“그럼 미용원에 가서 알아봐라. 돈이 얼마 드는지?”

순간 곁에 있던 여러 동생들이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딱 벌렸다.

“인제 엄마의 년세가 얼마인데 그런데 신경 쓰세요? 엄마 좀 이상하네? 그 돈으로 맛나는 음식이나 사 드세요”

“얘들 봐라. 젊었을 때는 가난해서 제대로 가꾸지도 못하고 살았는데 이제 돈이 없는 것두 아니잖니? 내가 집구석만 지키고 있는 것두 아니구, 밖에 나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나이 많다고 초췌한 모습으로 나서면 되겠니?”

“인제는 고급 화장품을 써도 안돼요.”

“전번에 큰언니가 사드린 정백크림을 바르니까 어때요?  주름이 깊이 패여서 더구나 얼럭덜럭했잖아요?”

“엄마가 젊게 사시려는 욕망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큰 행복이니? 늙었으니 그럭저럭 되는대로 살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사는 것이 진짜 늙은 거야.”

나의 말에 모두 잠잠해졌다.

엄마는 구십세이다. 하지만 아직도 사유와 기억력이 웬간한 사람을 놀래울 정도다. 자식들의 핸드폰 번호를 빠짐없이 다 기억하고 누구한테서 도움 받았다면 기억해두었다가 꼭 보답하군 한다. 매주마다 로인독보조에 다니는 외에도 여러 친구들도 자주 만난다. 구십세라서 고운 얼굴일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밝은 모습, 젊은 모습으로 보이려는 엄마의 마음이 갸륵하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우에도 꽃이 핀다더니 구십세 엄마를 팔십세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무리 화장해도 주름과 기미를 가리지는 못하지만 워낙 피부가 흰 편인 엄마는 여느 로인들보다 젊어보이기는 하다.  

녀자는 꽃이다, 로인도 꽃이다. 이제는 주름도 많고 얼굴 빛도 사라지고 허리도 구부정한 엄마다. 그러나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꽃처럼 향기를 내뿜고 꽃처럼 예쁘게 보이려는 엄마다.

인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얼굴 가꿈에 열중하는 엄마를 가장 아름다운 안광으로 ‘재단’하고 싶다.

멋쟁이 엄마에게 또 어떤 크림을 사드릴가? 

/박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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